지구촌방랑/Australia

설거지물로 정원을 가꾸는 존의 집

찰라777 2007. 12. 8. 08:24

설거지물로 정원을 가꾸는 멜버른 존의 집 

 □ 100년만의 극심한 물 기근을 당하고 있는 멜버른의 절수대책?

 

 

  어느날 갑자기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느 날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콸콸 쏟아지던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일이 지구촌 곳곳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호주 남서부의 멜버른, 시드니, 퍼스 지역에서도 극심한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월, 멜버른에 도착하여 지인인 존의 집에 며칠 동안 머물게 되었는데, 그날 마침 비가 내렸습니다. 존의 가족은 우리가 '비를 몰고 왔다!'고 하면서 환호를 지르며 여간 기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즈음 멜버른을 비롯하여, 퍼스, 시드니 등 호주 남서부 지역은 4년째 최악의 가뭄으로 수원지의 댐 수위가 40퍼센트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단계별 용수 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극심한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존은 집에서 가뭄에 타들어 죽어가는 정원의 꽃이 너무나 안타까워 무심코 호스로 물을 한번 뿌려 주다가 "물 경찰"에게 발각되어 하마터면 급수제한조치를 당하는 치도곤을 치를 뻔하였다고 합니다.

 (사진: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 당국의 절수시책을 어기다 적발되면 물경찰이 수도꼭지를 잠구어 물이 똑똑 떨어지게 하여 곤욕을 치르게 된다)

 

이미 3단계 용수제한 조치에 들어간 멜버른시는 '호스를 사용해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집에서 세차를 하는 행위, 스프링쿨러를 사용하는 행위' 등 당국의 절수시책을 어긴 사실이 발각되면 220달러(약 17만원)의 벌금 스티커를 받게 될 뿐 만 아니라, 샤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돗물의 수압을 낮추어 버린다고 합니다.

 

멜버른시에서는 140여명의 '물 경찰(Water Police)'이 90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수시로 순찰을 돌며, 물을 낭비하고 있는 가정이나 사업체, 공공시설 등을 적발해 내고 있습니다. 물 경찰은 상습적으로 절수 시책을 어긴 가정에 대하여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여 수도 수압을 낮출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수압을 낮추어 버리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게 될 정도여서 물 낭비를 한 대가를 그야말로 톡톡히 치르게 된다고 합니다.

 

 

설거지한 물로 정원을 가꾸는 존의 집

 

△ 설거지물로 키운 멜버른 시 존의 집 정원-호스로 정원에 물을 주다가 물경찰에 발각되면 벌금을 낸다

 

 

또한 수압을 낮춘 뒤에는 수도 미터기 위에 철제함을 덮어 씌워 자물쇠로 잠가버림으로써, 주민들이 마음대로 수압을 되돌려 놓지 못하게 하는데, 정상수압에서는 1분에 40리터 정도 쏟아지던 물이 1분에 2리터만 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존의 집에서는 설거지를 한 물이나, 세탁물을 받아두었다가 가라앉힌 다음에 그 물로 정원에 물을 주고 있었는데, 물의 소중함을 새삼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1명당 샤워 시간도 3분을 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존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매일 샤워를 하기도 미안해서 이틀에 한 번 정도 짧은 시간에 마쳐야만 했습니다.

 

호주가 이처럼 물 기근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 '엘리뇨 현상'의 영향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진단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지난 200년 동안 농지 개간을 목적으로 자행된 무차별한 벌목이 가져온 인재에서 초래된 재앙이라고 환경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가뭄대책은 "나무를 심는 일"

 

호주 환경단체인 '토털환경센터' 조사에 따르면, 영국식 농장개간으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벌목이 심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는 것. 인간의 탐욕으로 벌목이 무차별하게 이루어지면서 일정기간 수분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내려 보내주는, 이른바 스폰지 역할을 하는 숲이 파괴되는 바람에 아무리 비가 와도 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토털환경센터 소장인 제프 엔젤이 밝힌 보다 근본적인 '가뭄극복대책'은 "첫째도 나무심기, 둘째도 나무 심기"라는 것. 지하수 개발은 바닷물이 유입되게 되어 생태계를 파괴하게 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하거나 빗물을 저장하여 사용하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여러분의 집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정말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금(金)보다 물[水]"이 소중한 시기가 우리에게도 조만간 다가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설거지를 한 물을 받아 두었다가 정원에 물을 주는 멜버른시의 존의 집을 다녀온 후로는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우리도 모두가 물을 좀 더 아껴서 사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진:극심한 가뭄으로 죽어가고 있는 존의 집 앞에 있는 나무)
 

(호주 멜버른시 존의 집에서)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