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신비의 돌- 테 피토 테쿠라

찰라777 2008. 1. 25. 06:26

호투 마투아 왕의 '신비한 돌'

 

  

덜덜 거리는 스즈키 고물차를 포이케 반도 쪽으로 몰고 가다가 언덕길의 외진 목장에서 한 떼의 말들을 만났다. 아무도 없는 곳에 말들만 있다. 저 말들은 어디서 왔을까? 그들의 조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또 어떻게 왔을까? 무인도 같은 이스터 섬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는 것들마다 그저 신비롭게만 보인다. (사진 : 호투 마투아 왕이 가져왔다는 신비의 돌)

 

포이케 반도 쪽은 서쪽에 비해 더 삭막하게 보인다. 땅이 척박하여 농사를 지을 땅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만이 더욱 세차게 윙윙 불어대며 기세가 더욱 등등하다. '테 피토 테구라Te Pito Te Kura(빛의 배꼽)'라고 쓰인 곳에 차를 세웠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고 만다. 달려가 겨우 모자를 잡는다.

 

△포이케 반도에서 만난 말들. 이 말들은 어디서 왔을까?

 

바다가 바로 지척에 있는 '테 피토 테쿠라'에는 둥글고 매끈매끈한  타원형의 돌이 놓여있다. 거대한 새의 알처럼 생긴 이 돌은 전설의 왕 '호투 마투아'가 그의 고향 히바에서 가져온 '신비의 돌'이라고 한다. 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이고 실제 조사에 의하면 바다물에 씻겨지고 씻겨져서 둥글게 된 극히 평범한 돌이라고 하는데... 하여간  돌에는 자석 같은 전류가 흐른다고 한다. 이 돌을 껴안으면 신비한 기운을 얻는다고 한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한번은 안아볼만도 하다.

 

"자, 당신이 먼저 한번 안아 봐요. 저 돌의 신비한 기운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줄지도 모르니."

 

"무슨 돌 이길래.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호투 마투아 왕이 이 섬에 상륙 할 때에 가져온 신비의 돌이래. 단순한 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돌의 신통한 힘을 굳게 믿어보며 안아 봐요."

 

"그럼, 어디…한 번 안아볼까?"

 

 

 

△테 피토 테구라에 넘어져 있는 거대한 모아이 석상

 

돌은 그리 크지는 않다. 순진한 아내는 신비의 돌에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안아본다. 나는 반대쪽의 돌을 안고 눈을 감았다. '마케 마케 신이시여, 신통한 기를 내려서 아내의 병을 제발 낫게 해주소서.'

 

신비한 힘은 본인이 믿을 때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무리 신통한 돌이라도 믿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돌의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효력이 있든 없든 이 순간만큼은 아픔이 없다. 아무쪼록 '마나'의 무한한 힘이 아내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해 본다.

 

 

'신비한 돌' 주변에도 거대한 모아이 석상이 넘어진 채 코를 땅에 쳐 박고 있다. 돌머리(푸카오)도 목에서 떨어져 나간 채 나뒹굴고 있어 가련해 보이기조차 하다. 속절 없이 바람만 불어대는 바닷가. 바람은 이 돌의 사연을 알고 있을까?

 

우리는 잠시 푸른 바닷가에서 흰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전설의 왕 호투 마투아가 왔을 때도 바다는 저렇게 푸르렀겠지. 푸른 파도를 바라보며 호투 마투아 왕이 최초로 이 섬에 상륙을 했다는 아나케나 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