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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도보여행길 "북촌 한옥마을"

찰라777 2009. 11. 25. 22:39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도보여행길  "북촌 한옥마을"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31번지 골목길.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한옥촌은 시대를 넘나드는 멋진 시간여행의 길이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조선시대 한옥 사이로 현대식 스카이라인과 멀리 남산타우가 아스라이 보인다. 

 

시공을 넘나드는 시간여행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 차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서울, 사람과 자동차의 홍수를 이루고 있는 거리는 발을 내 딛기에도 버겁다. 이런 도심에서 한숨 돌리고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있다. 바로 지척에 두고도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린 "북촌 한옥마을"이 그곳이다. 21세기 최첨단 문명사회에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으로 둘러싸인 정겨운 골목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남산에 가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깝고, 도심에 있는데다가 한적한 교외로 나들이를 즐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울 촌놈(?)이라는 말도 생겨났는지모른다. 여행자는 벌써 4일째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서성거리고 있다.

 

북촌의 좁은 골목길을 거닐다보면 마치 프라하의 황금소로나, 중국 윈난성 리장고성의 좁은 골목길을 거니 듯 한 기분이들기 때문이다. 서울에 40년 넘게 살면서 북촌에 관심을 가지고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촌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한국의 정취를 풍기며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낮은 기와지붕과 어깨동무를 하듯 다정하게 이어진 답벼락은 협동하며 공존하는 이웃동네의 훈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북촌은 서울에 마지막 남은 보석같은 옛 주거지이다.

 

북촌(北村)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옛 주거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진 이곳은 크게 보면 가회동과 삼청동 두 개의 행적구역으로 나눠진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재동, 계동, 원서동, 안국동, 송현동, 사간동, 소격동, 화동, 팔판동 등 11개 법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북촌은 생각보다 의외로 넓다. 북촌을 여행할 때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촌은 좁은 길로 어우러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기가 어렵고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다니기에도 만만치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다리로 걷는 것이다. 두 번째는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 구석구석에 쏠쏠한 볼거리와 재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북촌 전체를 하루 만에 거닐기에는 무리가 따른 다는 것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한옥들의 구조는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낮은 담장과 회벽사이를 이어주는 나무기둥, 그리고 담장 너머로 모습을 들어내는 소나무의 자태는 더욱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북촌 한옥마을 도보여행은 대략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접근을 해야 제대로 음미를 할 수가 있다. 첫째는 공간여행이다. 이 길은 삼청동 길과 가회동 31번지를 오가는 이색적인 길이다. 두 번째는 시간여행이다. 계동 길과 가회동 11번지, 그리고 창덕궁 길로 이어지는 길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이 열리는 길이다. 세 번째는 사람여행이다. 북촌길과 별궁길, 감고당길과 사간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학생과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은 보기만해도 정겨운 풍경이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공간여행"

 

축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윗동네인 가회동 31번지에는 조선시대의 한옥마을이, 아랫동네인 삼청동에는 현대식 거리가 어우러져 있다. 현대와 조선시대를 잇는 좁은 언덕길은 분명 이색적인 길이다. 하나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가회동 31번지 골목.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은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덧 새로운 골목으로 접어든다. 돌아서는 골목에 드러나는 한옥풍경들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낮은 한옥 사이로 남산타워와 고층빌딩이 삐쭉삐쭉 내보이는 그것은 감동의 "미로"다.

 

▲우리나라의 고유의 문양을 한 돌담길과 나무 대문은 정감을 더해준다.

 

가회동 31번지 미로를 서성거리다가 기자는 어느 서양인 중년여자를 만났다. 홀로 지도를 들고 한옥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가 씩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홀로 길을 걷는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그냥 안다. 그것은 오랫동안 홀로 다닌 배낭여행에서 터득한 진리다.

 

"원더풀! 이 골목길과 집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호오, 어디서 오셨길래."

"독일이서 왔어요."

"독일 어디?"

"뮌헨."

 

뮌헨은 수도사들이 살았던 고장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우테 베버(Ute Weber, 51세, 독일 뭔헨)라고 자신을 소개한 독일여행자는 동양의 오래된 거리를 좋아하여 중국과 일본을 자주 여행을 하던 차에 한국에도 "한옥마을"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기자는 독일의 뮌헨과 퓌센을 여행을 한 적이 있어 서로 대화가 통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회동 골목을 걷는 동행자가 되었다. 그녀는 중국의 리장(麗江)과 핑야오(平遙)의 고성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이 너무나 좋아 틈 만 있으면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기자도 몇 년 전에 그 지역을 다녀온 바가 있어 우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중국고성에 대한 여행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때마침 31번지 한옥촌 골목길에는 예비 신랑신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신랑신부가 한옥의 돌담과 절묘하게 어울린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더 위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회동 31번지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하늘물빛"이란 공방이 나온다. 그곳에서 정점을 찍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언덕이 나온다. 화개1길 축대는 안국동 길까지 길게 이어진다. 길 건너편에는 국무총리 공관 뒤로 청와대 뒷산과 인왕산이 아스라이 이어진다.

 

"오, 뷰티풀!"

 

갑자기 확 트인 공간에 나오자 우테가 환성을 질렀다. 11월의 짧은 해가 인왕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석양노을 속으로 도심의 빌딩들이 침잠하며 점점 어둠 속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전통 공방과 한옥이 모여 있는 화개1길 축대위에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현대적인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숍과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삼청동 길이 펼쳐진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화개1길에서 내려다 본 삼청동 거리와 일몰. 전통공방과 한옥이 모여 있는 축대위에서 내려다보면 현대식 레스토랑, 숍, 카페, 갤러리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거리는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지역이다.

 

독일여행자와 함께한 "삼청동 수제비"

 

짧은 해가 순식간에 인왕산으로 자취를 감추자 거리는 갑자기 어두워지고, 빌딩의 전등과 자동차의 불빛이 은하계의 별처럼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인지 갑자기 배가 고팠다.

 

"우테, 저녁 시간이 괜찮다면 함께 저녁이나 할까요?"

"흠, 시간은 상관없는데 한국 돈이 떨어지고 없어요."

"돈은 ATM에 찾으면 되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내가 쏠 테니 걱정 말아요."

 

우테는 매우 명랑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계산이 매우 철저하다. 남의 신세를 지지않으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국민성이다. 북촌 길을 거닐며 서로의 마음이 통한 우리는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는 배낭여행 길에서 만난 세계의 배낭여행자들 사이에는 흔히 있는 일이다. 배낭여행자들은 게스트 하우스나 여행길에서 만나면 10년 지기처럼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함께 팀을 이루어 여행을 하다가 미련없이 헤어지곤 한다.

 

돌계단 길을 걸어 내려온 우리는 "삼청동 수제비"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에게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였다. 삼청동 수제비를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며 우테와 기자는 다시 여행 체험담으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국 리장과 핑야오 고성을 거닐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누들이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군요."

"김치 맛은 어떤가요? 맵지않으세요?

"호호, 이미 한국김치 맛에 벌써 길들여져 있어서 괜찮아요."

"호오, 오늘 한국의 한옥마을을 걸어본 느낌이 어때요?"

"아주 좋았어요. 중국 리장이나 핑야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무엇을 느꼈어요. 성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움이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 등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중국에 비하여 비싸다는 점이 흠이랄까? 호호호."

"그렇군요. 서울 물가는 중국보다 많이 비싸지요."

 

동양의 맛에 흠뻑 젖은 우테는 수제비와 김치를 곧잘 먹었다. 우테는 북촌 한옥마을을 잘 개발하면 중국 리장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는 멋진 명소가 탄생 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북촌 한옥마을"을 중국 "리장고성"처럼 개발할 수는 없을까?

 

리장고성은 나시족들의 오랜 터전으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고성이다. 1996년 기록적인 대지진이 리장 일대를 휩쓸어 콘크리트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나시족이 지은 전톤 가옥은 멀쩡했다. 이에 놀란 중국정부는 구시가지를 복구하면서 성 전체를 나시족 전통가옥으로 대체를 했다.

 

 ▲중국 윈난성 해발 2400m  오지에 위치한 "리장고성"은 나시족 전통 가옥으로 들어차 있다. 1996년 강진으로 콘크리트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나시족 전통가옥은 그대로 남아있어 고성을 복원하자 유네스코가 성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리장고성의 오래된 나시족 집에는 대문마다 청사초롱이 걸려있고, 거리에는 작은 시냇물이 흘러 내린다.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흑룡담이라는 저수지에 고이게 하여 물길을 리장고성으로 흘러내려 보내는 것이다. 거리에는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서구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구의 콘크리트 빌딩과 현대문명에 염증을 느낀 그들이 낭만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삼청동 수제비를 후루룩 빨아대고 있는 독일인 우테도 마찬가지다.

 

▲리장고성 냇가에 청사초롱을 밝히고 늘어서 있는 레스토랑. 옥룡설산에 내려온 물을 흑룡담 저수지에 담수했다가 시내로 흘러보낸다. 리장 고성은 1년 내내 유럽의 여행자들로 북세통을 이룬다. 

 

과거 북촌에도 북쪽 능선을 따라 몇 줄기 물길이 흐르고 있었다. 이 남북방향의 물길들은 서울의 주요 젖줄 중의 하나로 각 동네로 흘러 내렸다. 경복궁 동쪽 담장을 따라 흐르고 있는 제법 큰 하천이 중학천이다. 중학천의 좌우에는 삼청동과 소격동, 사가동이 있다. 다시 그 동쪽에는 작은 두 물길 주변으로 화동과 안국동 송현동이 있다. 가회동에서 운현궁으로 흐르는 가회동 물길 역시 제법 풍부한 하천이었다. 이들 북촌 물길들은 마을의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메워져 도로로 바뀌고 말았다. 그러나 물길의 기억은 여전히 마을의 옛 이름으로 남아있다.

 

 ▲리장고성에는 작은 시냇물이 실핏줄처럼 흘러 내린다. 시냇물에 소원의 종이배를 띄워보내는 사람들.

 

사실 청계천보다는 한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물길을 복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큰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은 복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청계천 주변은 이미 현대화된 콘크리트 빌딩으로 가득 차 있어 물이 흘러간다는 것일 뿐 깊은 매력은 없다. 거기에 비하면 북촌은 과거의 한옥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민들이 그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있는 매력 넘치는 옛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런 공간에서 체험을 하고 싶어한다. 그곳에 시냇물이 흐른다면 환상적인 동네가 될 것이다.

 

▲북촌에는 무리지어 다니는 일본인들과 홀로 지도를 들고 걸어다니는 외국인들을 쉽개 만날 수 있다. 북촌을 물길이 흐르는 길로 복원을 하고 한옥체험관을 대중화 한다면 한옥체험을 하러 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창덕궁 돌담길을 외국인이 홀로 걷고 있다.

 

사람은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꼬불꼬불하게 변화가 있는 길을 좋아한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재미는 여행의 백미다. 청계천이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라면 북촌 한옥마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북촌 한옥마을에 가면 무리지어 다니는 일본인 관광객과 지도 한장을 들고 서성거리는 서양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진 : 1920년대에 냇물이 흘러내렸던 삼청동길)

 

독일인 우테는 명륜동의 어느 한옥을 인터넷에서 뒤져 예약을 하고 왔다고 했다. 14일 여정으로 한국을 찾은 우테는 내일 뮌헨으로 떠난다고 했다. 그 동안 제주도와 부산, 경주를 다녀왔고, 광주에 가서 담양 소쇄원을 둘러보고 김치를 담는 체험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한옥 체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적인 여행은 체험과 테마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북촌 한옥마을을 물길을 복원하고 리장고성처럼 개발하여 보존 한다면 한옥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북촌 도보여행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