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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호랑이가 뛰어건넌다는 호도협-중국 윈난성

찰라777 2010. 2. 14. 08:27

<잃어버린 지평선>을 찾아서 ⑨ 

호랑이가 뛰어 건넜다는 협곡

중국 윈난성 후탸오샤(虎跳峽) 트레킹

위룽쉐산(5,596m)과 하바쉐산(5,396m) 사이에 좁은 협곡 절경을 따라가는 장강 상류의 차마고도

 

  

리장에 가면 후탸오샤(虎跳峽;Tiger Leaping Gorge) 트레킹을 빼 놓을 수 없다. 해발 5,396m의 하바쉐산(哈巴雪山)과 5,596m의 위룽쉐산(玉龍雪山) 사이에 이어지는 16km의 협곡은 뉴질랜드의 밀포드 코스, 페루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트레커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이다. 후탸오샤는 윈난성의 차를 싣고 티베트로 가던 마방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차마고도의 일부이다. 푸른 빛 금사강의 물길을 따라, 만년설을 바라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윈난성 여행의 백미중의 백미이다.

  

 

 ▶천년 차마고도의 호도협 트레킹 동영상

 

 

 

차마고도로 가는 길,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후탸오샤 계곡은 먼 옛날부터 차마고도(車馬古道)의 일부로 불려왔다. 이 길로 가는 차마고도는 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장장 5,000km에 이르는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산장빙류(三江幷流)의 협곡이다. 험준한 협곡을 따라가는 길은 금사강(金沙江;장강 상류), 난창강(;메콩강 상류), 누강(怒江;살윈강 상류)이 5,000m 이상의 설산 사이로 흘러내리는 절경을이룬다.

 

윈난성에서 티베트로 향하는 차마고도는 흔히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푸얼스(普耳市)를 지나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거쳐 라싸로 간다. 그 중 후탸오샤 계곡은 리장에서 샹그릴라로 향하는 금사강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호랑이가 점프를 하여 건너다닌다는 후탸오샤는 금사강의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170m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중의 하나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아침 7시 30분. 일찍 리장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리쉐산 행 버스를 탔다. 매리쉐산은 티베트로 넘어가는 차마고도의 정점이다. 우리는 형편이 허락된다면 매리쉐산을 넘어 라싸로 들어가려고 계획을 하고 있다. 우리가 티베트로 가는 도중 트레킹을 하는 것은 후탸오샤의 경관도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지만 고도 4000m가 넘는 라싸로 가기위해 전지훈련을 하는 의미도 있다. 버스가 첩첩산중 길을 2시간을 넘게 달려가자 후탸우샤 입구인 차오터우에 이른다. 차오터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우람하게 우뚝 서 있는 위룽쉐산의 위용이다. (사진 : 깍아지른 기암괴석이 건너편 위룽쉐산 협곡에 닿을 것만 같다) 

 

▲이상한 우산같은 모자를 쓴 나시족(Yi Woman) 여인과 호랑이가 건너갔다는 계곡 호도협

 

 

야채를 파는 나시족 여인에게 지도를 내 밀며 길을 물으니 유쾌하게 웃으며 강 건너 편을 가리켜준다. 거리에는 우산처럼 큰 모자를 쓴 여인이 이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걸어 다닌다. 햇빛도 가리고 비도 막아주고, 여인이 쓴 모자는 매우 편리하게 보인다.

 

 

워낭 소리 울리는 협곡, 그 빼어난 절경에 취하다!

 

오전 10시. 입구를 매표소 입구를 지나가니 마부들이 워낭소리가 울리는 말을 몰고 뒤를 따라온다. 마부는 말을 타고 가라는 시늉을 한다.  마부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발걸음을 옮기니 초등학교 운동장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모습과 흡사하다. 여기서 트레킹 코스는 두 갈래로 나누워진다. 강을 따라 걸어가는 저지대의 길과 먼 옛날부터 나시족이 이용해 오던 고지대의 두 갈래 길. 고지대의 길을 가려면 이 초등학교 뒤쪽으로 이어진 길로 가야 한다.

 

  ▲워낭소리 울리는 말을 끄는 마방과 함께 차마고도를 가다. 아내는 말을 태우고...

 

 ▲초등학교에서 체조를 하는 모습. 이 학교를 지나 호도협으로 올라간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체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마부가 말을 끌고 오며 다시 유혹을 한다. 아무래도 아내가 힘이 들어 할 것 같아 100위안에 말 한필만 대여를 했다. 마부는 아주 순박하게 보이는 나시족이다. 아내를 말에 태우고 나는 말의 뒤를 따라 갔다. 그런데 또 다른 마부가 워낭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내 뒤를 따라온다. 나도 말을 타라고 눈짓을 한다. 내가 타지않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빙긋이 웃으며 따라온다. 두 개의 강이 합쳐지는 델타지구에는 계단식 다랑논이 물력을 이루듯 펼쳐져 있다. 밭에 심은 농작물은 대부분 참깨를 심어 놓고 있다.

 

 ▲장강의 상류인 금사강이 합류하는 계곡

 

 ▲휘돌아치는 델타 지구에는 다랑논이 절경을 이루고...

 

 

2시간여를 걸었을까? 돌담을 쌓아 지은 나시객잔(納西客棧)이 나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먹었다. 말도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객잔 입구에는 장작을 패서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처마에 닿아 산골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옥수수와 고추를 처마에 걸어서 말려 놓은 풍경이 풍요롭게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고, 댓돌에는 <한국인 환영>이라고 쓰인 문구가 보인다. 최근 한국인 트레커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증거다. 보이차의 향을 음미하며 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나시객잔의 장작더미

 

 ▲처마에 걸어서 말리는 옥수수

 

 ▲정원 댓돌에 "환영 한국인"이란 우리말이 보인다.

 ▲야생화 사이로 보이는 산이 협곡건너 위룽쉐산이다.

 

 

스물여덟굽이를 돌아오르는 험준한 길

 

후샤오타는 <28굽이돌이>를 돌아가는 스릴만점의 트레킹 코스다. 길을 걷는 내내 오른쪽에는 위룽쉐산이, 왼쪽으로는 하바쉐산이 가파르게 따라온다. 샹그릴라에서 리장까지 뻗어있는 위룽쉐산은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이다. 위룽쉐산(玉龍雪山) 은 열 세 개의 봉우리가 마치 한 마리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은 급경사를 이루며 점점 험해진다. 이제부터 최대의 난 코스인 스물여덟 개의 굽이를 돌아가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뒤를 돌아보니 좁은 트레킹 길을 따라 여행자들이 점점이 따라 오고 있다. 나시족 부부가 등에 뭔가를 지고 지나간다. 그들은 사람을 만나면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이 없다. 간간히 나시족의 돌무덤이 보일뿐 길은 적막하다. 정사에 가가이 갈수록 점점 숨이 가파진다.

  

 ▲계곡 사이 급류를 이루며 흘러가는 금사강 

 ▲28굽이를 돌아오른 2,670m 고갯길 정상. 반대편 협곡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말을 타라고 바짝 딸아오는 마방과 등에 짐을 지고 가는 나시족 부부

  

 

마지막 굽이는 2,670m, 말을 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아내의 모습이 곧 넘어질 듯 불안하게 보이지만 마방이 말을 잘 인도하여 무사히 올라간다. 워낭 소리 울리는 말이 바짝 뒤를 따라오니 다리는 더 무겁고 힘이 배가 드는 것 같다. 마방은 마지막 굽이 밑에서 포기를 하고 뒤돌아서고 만다. 괜히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숨을 헉헉 거리며 정상에 올라서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코앞에 바짝 다가온 위룽쉐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號跳峽>이라고 세워진 팻말 아래 금사강이 흰 거품을 물고 휘몰아치고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금사강을 뛰어 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의 원두막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 과자 등을 팔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에는 말이 없다. 마음씨 좋은 마부와 워낭소리 울리는 말과도 해어져야 한다. 잠시 동안이지만 어느새 마부와 정이 들었는지 아내는 이별을 아쉬워한다. "아키라, 쎄쎄(고맙소)" 마방의 이름은 아키라라고 했다. 그와 말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키라는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든다. 워낭 소리가 멀어져 간다.

 

 

 ▲협곡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깊어 어지럽다

 

 ▲호도협을 오르는 여행객들

 

 ▲마음씨 좋은 마방과 워낭소리 울리는 말과의 이별

 

 ▲비바! 호도협 계곡이 끝간데 없이 이어져 있다.

  

고갯길 정상에서 1시간여를 내려가니 차마객잔(茶馬客棧;Tea House G. H)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이정표 역할을 했던 게스트 하우스다. 대나무가 어우러진 차마객잔은 한 폭의 그림이다. 잣나무 낙엽을 긁어모아 쌓아 놓은 더미가 산사의 풍경을 더욱 이채롭게 한다. 처마 밑까지 쌓아 올린 장작더미, 굴뚝 사이로 보이는 위룽쉐산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경사진 언덕으로 실핏줄처럼 나 있는 길이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열매가 푸른 하늘에 열려 있다. 

 

 

 

 ▲차마객잔의 풍경, 낙엽더미와 굴뚝 사이로 보이는 설산이 이채롭다.

 

 

차마객잔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길을 나서니 사람 얼굴모양을 한 기암괴석이 나타난다. 깎아지른 기암괴석 밑에 한 나시족 남자가 홀로 앉아 있다. 염소몰이를 하러 나온 나이든 목동이다. 기암괴석 밑으로는 뱀처럼 꼬불꼬불한 길이 금사강까지 나있다. 위룽쉐산은 여전히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따라온다. 중도객잔(Halfway Hotel)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폭포소리가 요란하다. 하파쉐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다! 부서지는 물보라에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귓전을 잡아 흔드는 물소리에 세상의 온갖 소음이 잠겨버린다. 거기엔 물소리와 나와 아내만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여정도 물소리에 풀려나간다. 천년을 이어온 워낭소리마냥 싱그럽기만 한 물소리!

 

 

       ▲기암괴석과 폭포. 절벽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찔하다.

 

 

"원더풀!"

"시원해요!"

 

절로 나오는 감탄사! 풍경에 압도되면 사람은 엔도르핀의 4000배가 넘는 다이놀핀이 솟아 나온다고 했다. 저 폭포 속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가 마치 모두 다이놀핀처럼 보인다. 저 다이놀핀의 아내의 난치병을 치료해 주리라! 폭포 근처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곱디고운 야생화의 미소가 어찌 그리 귀엽고 반가운지… 생명은 이렇게 고귀한 것이다. 폭포의 물보라에 힘을 얻어 다시 길을 재촉한다.

 

 ▲하파쉐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시원한 폭포

  

 ▲뱀처럼 꼬불꼬불한 산길

  

 ▲아름다운 야생화도...

  

급경사를 1시간여 내려가니 이윽고 오늘밤 묵을 티나 게스트하우스(中峽客棧)가 나온다.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푸니 오후 6시 30분이다. 8시간 30분에 걸친 트레킹이다. 티나 하우스에서 다리에서 만났던 한국인 강씨와 장씨를 다시 만났다. 인연의 골은 깊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을 모른다. 재래식 화장실이 향기를 내품는 티나 하우스는 밤새 금사강의 물 흘러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티나 게스트 하우스

 

 ▲티나 게스트 하우스의 할아버지와 손자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피로가 말짱하게 풀려 기분이 상쾌했다. 보이차에 나시족 음식 '바바'로 아침을 먹었다. 티나 하우스에서는 다시 중도협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 길을 계속 따라 가면 석회암 지대인 바이수이타이(白沙)에 이른다. 두 한국인 강씨와 장씨는 바이수이타이까지 간다며 먼저 떠나갔다. 그들은 여기서 8시간정도가 소요되는 트레킹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날 아침 티나 하우스에서 차우터우로 가는 빵차를 탔다. 빵치는 1인당 10元씩을 받았다. 호도협 트레킹만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멋진 길이 아닌가! 차우터우에서 다시 리장으로 가는  버스는 쉽게 오지 않았다. 워낙 오지이기 때문에 버스가 자주 없다고 한다. 10여명의 여행자들이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않았다.

 

 

       ▲아침식사로 먹은 바바와 티나게스트하우스에서 다시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과 함께.

 

 

여행자 중에서 프랑스에서 온 남자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는 차우터우에 있는 미니버스를 섭외를 해서 가자고 했다. 공용버스는 더 이상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론가 가더니 버스를 구했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은 더 모여서 15명 정도 되었다. 우리는 1인당 15元을 주고 프랑스인이 섭외를 해온 미니버스를 탔다. 호도협 트레킹은 영원히 기억을 남을 아름다운 길이다.

 

워낭소리 울리는

천년의 길 차마고도!

 

협곡은 깊고 험준한데

절경이 유혹을 하네.

 

호랑이가 점프를 하여 건너다닌다는

하파쉐산과 위룽쉐산의 깊고 계곡

 

양쯔강이 노도와 같이 흐르며

천년 세월을 노래하네.

 

 

☞호도협 트레킹 지도

 

        

       ● 큰 지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시면 입체적인 큰 지도를 보실수가 있습니다) 

 

 

 

●트레킹코스

트레킹은 하바쉐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걷는 약 22km 길이. 금사강의 옥빛 물결과 위룽쉐산의 은빛 봉우리를 바라보며 걷는다. 최소 1박 2일, 걷는 데만 11시간 이상 소요된다. 협곡의 폭이 가장 좁은 상도협의 한 곳에는 호랑이가 딛고 건너뛰었다는 호도석(虎跳石)이 서 있다.

 

●찾아가는 법
윈난성의 쿤밍까지 인천공항에서 직항편이 있다. 쿤밍에서 리장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50분 정도, 또는 버스로 8시간이 걸린다. 리장 버스터미널에서 호도협 입구인 차오타오까지 버스로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