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태풍 곤파스 피해

찰라777 2010. 9. 7. 10:05

 

 

 

 

"아니, 별일 없는기요. 요 며칠 새 안보여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소."

"아이고, 이장님 아니십니까? 네, 별일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태풍에 수평리는 별 피해가 없는지요?"

"별일은 없는디 선생집 담장 벽돌이 날아가고, 방충망이 덜렁거리네요. 그래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수다." 

 

 

▲곤파스의 위력으로 날아간 담장의 벽돌 

 

▲담장 밑으로 떨어진 벽돌 

 

 

집을 비워 둔 사이 동네 이장님이 우리집을 둘러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사람이 없으니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전화를 했더군요.

이장님의 전화를 받는 순간 가슴이 찡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옆집에 누가 죽어 나가던 무슨 일이 있든 모르는 채 지내는데

수평리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서로를 걱정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 아닌가 싶으니 고맙기도 하고, 수평리 마을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도 났습니다.

 

 

▲떨어진 벽돌로 부서진 블루베리 화분 

 

태풍 곤파스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30일 일때문에 집을 비워두고 일주일 뒤인 어제 수평리에 돌아와보니

우리집에도 태풍피해가 있었습니다.

돌담 위에 얹어 놓은 벽돌 두 장이 바람에 날아가 바닥으로 떨지면서

담장 밑에 놓아둔 블루베리 화분을 두개나 파괴 시켰군요.

다행히 화분은 완파는 되지 않고 귀퉁이만 떨어져 나가 나무는 무사합니다.

 

이사를 오면서 서투른 솜씨로 설치한 방충망 중 하나가 역시 바람에 떨어져 나가 덜렁거리고 있습니다.

벤자민을 심어 두었던 화분이 키가 큰 벤자민이 넘어지면서 박살이 나 있네요.

오늘 아침에 동네를 한바퀴돌아보니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벼가 일부 쓸어지기도 했지만 고개를 내민 벼이삭이 싱싱하게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벽돌이 떨어지면서 파괴된 블루베리 화분 

 

▲태풍에 떨어져  덜렁 거리는 방충망

 

 

 ▲박살이 난 벤자민 화분

 

 

 ▲쓸어진 벼, 그러나 큰 피해는 없다.

 

청개구리 녀석 한테 집을 좀 잘 보라고 했더니 이 모양으로 해 놓았군요.

어제 밤에는 큰 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여러마리의 청개구리들이 유리창을 타고 높이 올라갔습니다.

마을 골목에는 검은고양이 새끼들이 눈을 초롱이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군요.

들고양이가 다섯마리 정도 새끼를 난 것 같은데 너무 귀여워요.

내가 다가가자 네마리는 구멍으로 잠적을 해 버리고

한 마리만 웅크리고 앉아 유심히 나를 관찰하고 있군요.

 

이곳은 태풍 말로의 푹풍전야인지 아주 고요합니다.

말로의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검은고양이 새끼

 

(2010.9.7 아침 수평리)

'국내여행 > 섬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천 황현 선생 100주기를 추모하며...  (0) 2010.09.10
영글어 가는 벼이삭  (0) 2010.09.07
저건, 人災여...  (0) 2010.09.06
멈추지말고 흘러라  (0) 2010.09.06
폭풍전야  (0)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