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정초부터 바쁜 산골살림

찰라777 2011. 2. 6. 07:32

 

 

 

▲정초부터 고장난 보일러를 수리하고 연통을 교체 하는 등 바쁘기만 한 산골 살림

 

 

지리산 산골 살림은 연초부터 바쁘다. 그동안 얼었던 수도물이 나오니 화장실 청소도 해야 되고, 세탁도 해야 된다. 일부 세탁물을 목포에 가지고 가서 세탁을 해오긴 했지만 며칠간 세탁을 하지 못한지라 더 빨아야 할 세탁물이 많다. 아내가 화장실 청소와 부엌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마당과 뜰을 정리했다.  

 

 

화장실의 변기도 어쩐일인지 물이 새는 소리가 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양변기 수위를 조절하는 부품이 고장이 나 있다. 화장실에 물이 새는 소리는 매우 신경이 쓰는 문제이다. 'WATOS'란 회사에서 생산한 양변기절수 제품인데 물의 수위를 조절하는 부구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않아 물이 넘쳐 플러시밸브로 흘러가고 있었다. 간전설비 아저씨가 양변기부품을 교체하여 수리를 한지 한 달도 되지않는 제품이다. 아마도 제품이 불량인 것 같았다. 나 혼자 고치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이 제품을 수리를 한 00 설비 아저씨를 불렀다.

 

 

00설비 아저씨가 와서 살펴 보더니 역시 부구조절기의 불량이라는 것. 결국 부구점 부품 일부를 교체하여 수리를 했다. 아저씨는 수리비를 1만원을 달라고 했다. 물론 수고를 하신 것으로 보아서는 마땅히 드려야 하지만 한 달전에 부속품값과 수리비를 지불 한 것이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하자수리이므로 무상으로 해주어야 마땅하다. 해서 내가 그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아저씨는 기분이 나쁜모양이다. 다음에는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한다. 정초부터 1만원을 가지고 싸울 수는 없고 하여 수리비를 드리기는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또 하나 문제는 보일러가 작동이 되지않는 것이다. 얼었던 수도파이프가 녹아 물은 나와서 좋은데 오래된 보일러가 자주 말썽을 부린다. 보일러를 살펴보니 '점검'과 '저수위'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물통을 열어보니 물이 나오지 않아서였는지 물이 거의 없다. 바가지로 물을 떠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지만 여전히 작동이 되지 않는다. 연휴라서 보일러 수리회사들도 휴무라 전화를 받지않는다. 이 제품은 대원전기 제품으로 10년전 제품이다. 그런데 대원전기는 이미 부도가 나서 서비스센터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귀뚜라미 보일러 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물통에 물을 붓고 전원을 30분 정도 껐다가 다시 켜보라고 했다. 남의 제품인데고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는 귀뚜라미 회사 서비스 센터의 직원이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시도를 해 보았지만 여전히 가동이 되지않았다. 이웃집 혜경이 엄마가 와서 걱정을 해주며 함께 연구를 해보았지만 작동이 안되었다. 휴즈와 모터를 점검해 보았지만 이상은 없는 것같다. 나는 다시 전원 코드를 뽑아 놓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보일러 연통도 오래되어 삭아서 벽 밖으로 뻗은 연통은 절단이 되어 떨어져 나가고 내부 연통도 부식이 되어 가스가 새어나 냄새가 난다. 지난주에 연통을 교체하려고 철물점에서 사 놓았는데 목포에 설을 새로 다녀 오느라 미처 교체를 하지 못했다. 나는 벽의 일부를 헐어 부식된 연통을 들어내고 새로 사온 연통으로 교체를 했다.

 

내열 테프로 보일러와의 이음새를 단단히 고정을 하고 밖으로 연통을 길게 빼 놓으니 가스 냄새가 한결 줄어 들었다. 사실 내 소유의 집이라면 보일러를 새로 교체를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러나 새들어 사는 신세인지라 주인이 교체를 해주지 않으므로 하는데까지 수리를 해서 사용하다가 가동이 되않으면 교체를 할 수밖에 없다.

 

▲새로 교체한 보일러 연통. 가스냄새가 훨씬 덜 난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보일러는 작동이 되지않는다. 밤은 춥다. 전기장판을 꺼내어 안방에 깔고 전기난로도 안방에 설치를 하여 비상 난방조치를 했다. 서바이벌 작전이다. 저녁을 먹은 후 혹시나 하고 보일러 전원을 꽂아보니 이게 웬일? 보일러가 가동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여보, 보일러가 돌아가요!"

"정말요?"

 

궁하면 통한다더니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마치 죽었던 보일러가 다시 살아나서 온 집 안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느낌이다. 안방으로 돌아와 즐거워하는 아내를 바라보니 괜히 마음이 흐믓해진다. 아내와 나는 양손을 들어 "하이파이"라고하며 손벽을 마주치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며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날마다 불편한 일이 일어나는 데도 지리산 산골이 좋다고만 하는 아내는 참으로 이상한 여인이다. 몸도 성치 않고, 나이들면 병원과 교통 등 생활이 편리한 도심으로 이사를 가는 추세라는데...  더욱이 화장실과 보일러 문화는 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말하자면 상하수도 시설과 화장실, 난방 문화는 여자들이 살아가는 가장 필수적인 도구다.

 

거기에다가 쇼핑센터, 마트, 친구들과의 외식 등 여러가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등지고 산골 살림이 좋다고 헤헤거리는 아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남편인 내가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요즈음 여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먼 과거의 외계에서 온 여인라고나 할까?

 

하여간 보일러가 다시 돌아가니 고맙기만 하다.

 

"고물 보일러야 고맙다!"

 

(201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