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텃밭 1평 늘리다

찰라777 2011. 4. 7. 04:38

 

 

 

 

 

오늘은 식목일이다. 4월 5일 식목일이 돌아오면,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국의 관공서‧학교‧군부대‧산림청 등에서는 의례적으로 나무 심는 행사를 한다. 그런데 우리 집이야말로 정말로 나무를 심어야 한다.

 

전에 살던 주인이 작은 마당이나마 시멘트로 모두 포장을 하여 삭막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섬진강변 빈 농가에 세들어 사는 주제에 시멘트를 마음대로 걷어 낼 수도 없고 하여 그냥 그 위에다 흙을 덮어 텃밭을 늘리기로 했다.

 

텃밭 가꾸기와 꽃을 너무도 좋아하는 아내는 지난 겨울부터 봄이 오면 마당에 텃밭을 늘려 꽃나무를 심자고 안달을 해왔다. 마당 오른 쪽에 작은 텃밭이 있지만 그곳에는 상치며 고추, 파 등 야채를 심어 먹느라 꽃나무는 전혀 심을 수가 없다. 마침 식목일을 맞이하여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다. 바람도 불지 않고 올 봄 들어 가장 청명한 날씨여서 나무를 심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수평상회 손씨에게 마을 입구에 모아둔 흙과 돌을 좀 쓰자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준다. 수평상회는 덤프트럭 사업을 하므로 흙과 돌을 수시로 실어와 마을 입구 빈터에 모아두곤 한다. 내친 김에 리어카도 빌려왔다. 마침 이웃집 혜경이 엄마도 오늘은 모처럼 일을 나가지 않아 우리 일을 거들어 주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50여 미터 되는 마을 흙무덤에서 리어카로 흙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마당이 비좁아 차로 실어오기는 뭣하고 리어카로 몇 차례 실어 나르면 충분할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여섯 차례나 흙을 실어 나르고, 돌도 두 차례 실어왔다.

 

내가 리어카를 앞에서 끌고 아내와 혜경이 엄마가 뒤에서 밀었다. 오랜만에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다 보니 노동의 신성함이 새삼 느껴진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협동정신도 느껴지고….

 

 

 

 

담장 밑으로 길게 흙을 부어서 돌로 분리대를 만들고 흙을 골라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멘트 바닥위에 흙을 30cm 이상 부었다. 이 높이면 어지간한 화초와 작은 묘목은 살 수 있다. 마사토로 된 흙은 토양이 빈약해서 퇴비가 필요 할 것 같아 조합으로 퇴비를 사러 가려고 하는데 마침 개울 건너 집 오씨가 지나가다가 텃밭을 공사를 보더니 집에 있는 퇴비를 좀 실어다 주겠다고 한다.

 

오씨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있어 소똥으로 만든 퇴비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오씨는 곧 바로 트랙터에 퇴비를 싣고 와 마당에 부려 놓았다. 원, 이렇게 고마울 데가!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어 주었다.

 

우리는 퇴비와 흙을 골고루 섞어서 텃밭을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소똥이 이렇게 단단할줄 몰랐다. 쇠스랑과 돌로 으깨도 돌덩이처럼 단단한 쇠똥은 이리저리 튈뿐 끼지지가않는다. 돌 위에 얹어놓고 쇠망치로 내려치니 겨우 깨진다.

 

따지고 보면 소똥도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다. 소똥을 말려서 땔감으로 쓰는 티베트나 네팔 사람들이 생각난다. 나는 냄새나는 소똥을 망치로 깨고 아내는 이를 흙에 골고루 섞어서 골을 탔다.

 

흙을 고른 다음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돌을 세워서 텃밭을 삥 둘러쳤다. 큰 돌을 세워서 그 사이사이에 작은 돌을 끼어 넣어 돌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을 했다. 나는 돌을 쌓다가 문득 페루 맞추픽추 석벽을  연상하며 마치 내가 석벽을 쌓는 장인이나 된 것 같아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여보, 이만하면 내가 마추픽추 석벽을 쌓는 석공같지 않소?"

"호호호,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텃밭은 점심시간 직전에 완성이 되었다. 무려 5시간의 노동 끝에 완성된 텃밭이다. 담장 밑에 길게 늘어 선 작은 텃밭이 대견스럽게만 보인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미리 구해놓은 나무와 화초를 텃밭이 심기 시작했다.

 

홍매화, 청매화, 목단, 영산홍, 호랑가시나무, 산수유 등의 묘목을 정성스럽게 심었다. 중간 중간에 수선화, 할미꽃, 히아신스, 금낭화 등의 화초도 곁들여 심고, 그 사이사이 빈 떠땅에는 무씨를 뿌렸다. 

 

 

 

 

 

 

 

 

 

비록 한 평 정도의 작은 텃밭이지만 삭막한 시멘트 바닥에 흙을 부어 나무를 심으니 이렇게 집안이 훤해질 줄이야! 제법 그럴싸한 화단이 만들어져 집안 분위기가 확 바꾸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텃밭도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다. 이웃집 혜경이 엄마와 수평상회 손씨, 개울건너 오씨 등 동네사람들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무를 심는 자는 천국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새롭게 탄생한 텃밭에 심어놓은 나무와 화초를 바라보노라니 괜히 부자가 된 듯하고 마음이 행복해 진다. 심은 나무를 앞으로 잘 가꾸어 나가자고 다짐을 하며, 오늘 우리를 도와준 이웃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