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가지와 토마토가 열리다!

찰라777 2011. 5. 24. 13:15

한차례 비가 오고나니 정말 식물들의 생장이 눈에 띠게 나타난다.

이웃집 혜경이 엄마가 모종을 해준 가지와 토마토에 열매가 열렸다!

식물들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그 작은 떡잎이 흙속을 뚫고 나와 태양의 빛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작은 뿌리를 통해 수분을 열심히 빨아드려 성장을 한다.

그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식물들이 자라는 속도를 재본다면 어떠할까?

천천히 자라는 것 같지만 어찌보면 무서운 속도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5일 가지는 잎과 잎의 줄기 사이에 보랏빛 꽃을 피워내더니

꽃이 핀 자리에 보랏빛 가지가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꼭 사내 아기의 고추처럼 작게 열리더니 금새 커져갔다.

벌어진 꽃받침 사이에 빼쪼롬히 고개를 내미는 가지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그런데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다.

이젠 가지의 크기가 아기의 고추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솔직히... 녀석을 바라보노라면 어떨 때는 성적인 흥분을 느낄 때도 있다.

 

 

 

 

토마토는 또 어떠한가?

토마토 역시 모종을 한 것인데 처음에는 시들시들애서 과연 살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토마토는 싱싱하게 자라나 주었고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 싱그러운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은 결코 내 앞에서 침묵하는 법이 없다.

자연은 언제나 내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데 내가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분이다.

그러나 이곳에 이사를 온지 1년이 다 되가니 녀석들의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한다. 

녀석들은 때로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특히 비가 온 뒤에 녀석들으 고함소리는 더 커진다.

반대로 비가 오지않아 목이 탈 때도 녀석들의 고함소리는 커진다.

그러나 그 고함소리는 상황에 따라 백퍼센트 다르다.

비가 올 때는 아름다운 교향악처럼 콧노래를 부르고

목이 탈 때는 사막에서 목말라 우는 새들처럼 애처롭다.

다만 내가 관심을 기우리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그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바로 문 앞에서 자라나는 녀석들을 바라보면

매일매일 괜히 흥분이 되곤 한다.

 

 

녀석들이 그 아름다움을 속삭일 때마다 아내와 나는 늘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우리는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녀석들의 창문에 "쾅하고 부딪힌다. 부딪히면 또 어떠하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에 부딪히는 것이 오히려 영광이 아니겠는가?

자연은 그토록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이다.

 

 

 

 

고추꽃도 하얗게 피어났다.

이제 녀석도 머지않아 매운맛을 담아내며 커갈 것이다.

 

 

이처럼 식물들은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도 언제나 움직인다.

그리고 녀석들은 우리가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감촉에 민감하게 반을을 한다.

완두콩과에 속하는 덩굴손은 만지면 또르륵 하며 몸을 똘똘 감아올린다.

 

 

바람이 녀석들을 흔들고 지나가면 식물들은 깨어나 기침을 하면 기공을 열어재킨다.

과연 녀석들은 민감한 촉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식물들은 늘 우리에게 속삭이고, 소리치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관과 할 때가 많다.

우리들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들어 줄 때에 녀석들은

더 열심히 자라나서 우리들에게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해 줄것이다.

 

어제 내린비로 텃밭의 대지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촉촉한 자양분을 품고 있다.

그 대지의 품에서 녀석들은 소리치며 키득거리며 쑥쑥 자라나고 있다.

아, 녀석들을 바라보는 나는 행복하다.

 

(201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