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티베트인을 닮은 한국인 사진 작가

찰라777 2011. 6. 18. 11:00

 

 

티베트인을 닮은 한국인 사진작가

 

 

야크호텔 게시판에 내가 붙여 놓은 광고를 보고 제일 먼저 찾아온 사람은 신종만 사진작가였다. 노크 소리에 문을 열고 나가니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한국인이 배낭과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서 있질 않은가. 그는 게시판에 붙은 ‘한국인 2명 확보’란 한글 광고를 보고 너무 반가워서 찾아 왔다고 한다.

 

그는 네팔과 티베트 인물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였다. 며칠 전에 네팔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싸에 도착을 했다고 한다.

 

“여긴 방이 참 좋네요.”

“신 선생님은 어디에 머무시는데요?”

“저는 이보다 훨씬 싼 방에 머물고 있어요.”

“저희들도 도미토리에 머물고 싶은데 방이 없어 할 수 없이 이 방에 머물고 있어요.”

“하기에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니 모든 방이 동나고 없더군요.”

“저희와 함께 지프차를 타고 네팔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아니요. 전에 한 번 넘어 간적이 있었는데 너무 고생스러워서 엄두가 나지 않아요.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비행기로 다시 네팔로 가려구요.”

 

그는 몇 해 전에 수미산을 멋모르고 갔다가 혼 줄이 난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네팔과 티베트가 너무 좋다고 하였다. 아마 전생에 네팔이나 티베트에서 태어났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다른 여행지는 별로 가 본적이 없고 여유만 생기면 히말라야를 찾아온다고 했다. 이번이 열 몇 번째라고 하던가.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더 올지 모르겠어요. 해가 다르게 점점 힘들어지니 그래도 걸을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오고 싶어요.”

“그래 좋은 사진 많이 찍으셨나요?”

“그게 쉽지가 않네요. 아직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어요.”

“그래도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저는 두 분이 참으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모님 몸도 불편하신데 이런 고산지대까지 오다니…”

“역마살이 단단히 끼어서 그렇지요.”

 

그는 하루 종일 조캉 사원 앞에서 바코르를 도는 티베트 순례자들을 찍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모습은 꼭 티베트인처럼 생겼다. 전북 부안에 산다는 구수한 그의 인상은 구수하고 다정 다감했다. 그는 정말 전생에 티베트가 고향이었을까? 티베트와 네팔인 인물 사진전도 몇 차례 전시를 한바 있다는 그는 세라 사원을 갈 때에 함께 가기로 하고 방을 나섰다. 세라사원에서 열리는 스님들의 선문답이 매우 볼만하다는 것이다.

 

 

 

 

 

 

▲바코르를 순례하는 티베트의 순례자들

 

 

우리는 해발 4km를 넘나드는 티베트에서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오늘 오후에도 야크호텔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여행자 한 사람이 고산증 때문에 실려 나갔다고 했다. 고산병으로 뇌수종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하다. 일단 우리는 그럴 염려는 없는 것 같았다.

 

‘눈의 거처’ 히말라야의 여신은 악전고투 끝에 영혼의 땅을 밟은 우리 두 부부를 버리지는 않고 있었다. “‘옴 마 니 반 메 훔!” 오! 연꽃 속의 마니주여! 우리는 오늘 하루도 기적 같은 시간들을 보내게 해 주신 히말라야 여신께 감사 기도를 올리며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