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지갑을 도둑 맞은 한국청년을 만나다

찰라777 2011. 6. 21. 10:38

해발 4km하늘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은 기적이다!

 

해발 3.7km 고원에서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우리에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곳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2km)보다 약 두 배가 높다. 하늘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뜬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지 않은가! 우리는 라싸에서 기적 같은 두 번째 아침을 맞이했다.

 

 

 

 

 

우리는 이미 몇 해 전에 안데스의 5000~6000m 고봉을 넘으며 고산증세 적응을 한데다 한 달 동안 3000~4000m에서 간간히 트레킹을 하며 라싸에 입성을 했기 때문에 다행히 적응을 잘 하고 있는 편이다. 1층 도미토리에서는 일본인 한 사람이 고산 증세에 시달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실려 나갔고, 다른 한명은 링거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으로 실려 나갔다.

 

 

 

옥상에 올라가서 설산을 바라보니 하얀 뭉게구름이 설산을 덮었다 벗겨졌다 하며 유희를 한다. 티베트의 설산에는 나무가 없다. 맨살로 속살을 드러낸 산과 골짜기는 늙은 할머니의 뱃살처럼 쪼글쪼글하다. 구름이 설산을 타고 내려와 키추 강을 건너더니 포탈라 궁을 에워싸며 유희를 한다.

 

 

 

▲포탈라 궁

 

 

▲설산에서 구름이 유희를 하고 있는 라싸의 풍경

 

 

포탈라 궁은 높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고도에 적응을 한 다음에 포탈라 궁을 방문해야 한다. 해서 오늘은 조캉 사원을 순례하기로 했다. 작은 배낭을 걸머지고 막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얼굴이 곱상하게 생긴 20대의 한국 청년 한 사람이 찾아왔다. 노랑머리를 고슴도치처럼 기른 그는 무척 선량하게 생겼다.

 

 

"양진우라고 합니다. 게시판에 붙은 내용을 보고 찾아왔어요."

"아이고, 반가워요."

"아침 일찍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늦으면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어서 들어와요. 그래 라싸는 온지 오래 되었소?"

"며칠 되었어요."

"그럼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했겠네?"

"아이고, 구경은커녕 문제가 생겨 고민이랍니다."'문제라니?"

"이곳에 오기 전에 시닝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갑을 도둑맞았어요. 있는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수중에 돈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답니다.""저런! 이일을 어쩌지요?"

"그것참, 그럼 여권은 제대로 가지고 있나?"

"네, 여권은 다행히 다른 곳에 보관하여 무사합니다만, 비자 기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집에서 돈을 송금을 좀 받아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음… 그럼 내가 아는 분이 이곳에 계시는데 그분 계좌로 돈을 받아볼 수 있을 지 한 번 알아보지요."

 

 

그는 시닝의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지갑을 베개 밑에 넣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지갑이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 그건 필시 베개 밑에 지갑을 넣는 것을 본 자가 훔쳐간 것이다.

 

 

대학을 다니다가 입영을 하게 된 양군은 문득 세상에서 가장 높은 티베트가 여행을 하고 싶어 이곳 라싸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시닝에서 지갑에 든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다른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골무드에서 버스 운전수에게 부탁을 하여 바닥에 앉아 겨우 라싸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용기 하나는 가상했다.

 

 

"이봐요, 양군, 지갑은 베개 밑에 넣는 순간부터 남의 돈이 되는 거라우. 배낭여행자의 귀중품은 항상 몸의 일부처럼 허리나 허벅지에 차거나, 아니면 가슴에 걸고 다녀야 하는 거야."

"앞으로는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배낭여행자의 선배로서 그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배낭 여행자는 여권, 돈, 항공권은 항상 몸의 일부처럼 부착을 하고 다녀야 한다.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것은 남의 것이 될 확률이 백퍼센트이다.

 

 

몇 해 전 남미 안데스에서 만난 이스라엘 여성은 전대를 허벅지 깊숙한 곳에 감고 다녔다. 그녀는 허리에 차는 전대도 안심이 안 된다는 것. 강도들은 전대를 허리에 차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그러나 허벅지는 팬티까지 벗겨야 하는데 그들도 거기까지는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상캉에 향과 버터기름을 뿌리며 기도를 하는 티베트 순례자들

 

 

나는 라싸에 오기 전에 소개를 받은 P선교사(본인이 실명을 밝히기를 꺼려하여 P로 표시함)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그녀가 전화를 받고는 저녁에 야크호텔에서 만나자고 했다. 조캉 사원을 둘러보고 저녁에 라면을 끓여 양군과 함께 먹고 있는데 P선교사가 왔다.

 

 

중국하고도 티베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P선교사는 어느 날 꿈을 꾸는데 하느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복음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했다. 물론 공식적인 선교활동은 하지 못하고 비공식으로 숨어서 선교활동을 한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와 박해를 받고 있는 상황과도 같다고 할까? 티베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발각이 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며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

 

 

P선교사는 흔쾌히 허락을 했다. 양군은 한국으로 연락을 해서 송금을 받았고, 우리와 함께 네팔로 넘어가는 여정에 동행하기로 했다. 또 한 사람의 한국인이 찾아왔다. 그는 방송국에 근무하는 하 선생으로 역시 홀로 티베트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영국인 여행자 한 사람도 찾아왔으나 일정이 잘 맞지가 않았다.

 

 

우리부부와 양군, 하 선생까지 일단 네 명이 확보되어 오후에는 FIT(중국국제여행사)에 들려 지프차를 예약을 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수미산으로 가는 여정을 계획했는데, 기간도 길고 아내에게 너무 무리가 될 것 여정을 같아 수정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일행이 빨리 구성이 되어 다행이다.

 

 

FIT는 바낙숄 호텔(Banak Shol Hotel)에 있다. 운전사가 딸린 4륜 구동차를 렌트하여 라싸-얌드록초 호수-간체-시가체-사캬-팅그리-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장무-코다리-네팔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이 여정은 중국공안당국의 여행 허가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일정은 FIT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비용은 약 6,000~7,000위안 정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