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한려수도기행(1)-통영 박경리기념관

찰라777 2011. 8. 20. 16:47

큰 아이 영이가 서울에서 휴가를 받아 왔다. 뛰뛰빵빵 무궁화 호 열차를 타고 밤 11시에 구례구역에 도착한 영이를  마중 나갔다. 한적한 시골역은 여행의 산파와도 같다. 기차레일만 보아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비록 딸 아이이지만 섬진강이 흐르는 구례구역에서 여행자를 기다리는 마음은 무언가 왈칵 그리움과 신선한 충격을 느낀다.

 

 

-유려하게 흘러가는 섬진강

 

 

영이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내와 영이랑 함께 오랜만에 차를 몰고 남해안 따라 가는 한려수도 여행길에 올랐다. 유려하게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하동포구를 지나 통영으로 지쳐 나갔다. 강과 바다가 숨바꼭질을 하는 남해안은 언제보아도 싱그럽다. 통영에 도착을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려고 하였으나 안개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끼어 포기를 했다.

 

-안개가 자욱이 낀 통영 미륵산 케이블 카

 

 

-한려수도 케이블카 탑승장

 

 

 

 

 

우리는 통영해안도로를 드리이브 하기로 했다. 안개가 벗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길을 가다보니 박경리문학관이란 팻말이 보였다. 참 그렇지. 박경리 선생님의 곻양이 통영이었지... 차를 박경리기념관으로 몰았다. 20~21세기에 걸쳐 한국문학계의 거두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은 낮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박경리 선생 기념관

 

단촐하게 꾸며진 기념관은 박경리 선생의 연보와 작품활동 내용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약국의 딸뜰, 토지 등 대표작에 대한 설명과 육필 원고지는 선생의 채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유품과 육필 원고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싶었다. 선생의 묘소는 기념관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구릉에 있었다. 날씨가 워낙 후덥지근 한지라 등골에 땀이 푹푹 베었다. 선생의 묘소는 한려수도가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봉분만 덜렁 하나 있고 그 흔한 비문 하나 없었다.

 

"너무 오래 살아서 미안해요."

 

선생이 작고하기 얼마전 한 인터뷰에에 한 오래살아서 미안하다는 말이 떠 올랐다. 그래, 사람도 너무 오래 살아서는 안되지. 남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신세를 지며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는 선생의 뜻이다. 묘지에는 누군가가 올려 놓았는지 안시륨 화분 하나가 한떨기 꽃을 피운채 놓여 있다. 선생의 모습처럼 청초한 안시륨이 심금을 울려준다. 묘지 앞에는 참배를 온 스님 두 분이 벤치에 앉아 한려수도를 바라보고 있다.

 

 

 

-선생의 묘소로 가는 길

 

 

- 봉분에 놓인 안시륨 한 송이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두 스님

 

 

전화가 울린다. 빨리 내려오라는 아내의 독촉 전화다. 나는 선생의 묘소에 묵념을 하고 묘소를 내려왔다. 아내도 영이도 배가 고프단다. 그럼 어디 가서 바다요리를 먹어야지. 아내는 아까 멍게 비빔밥 간판을 보아 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자고 했다. 멍게 비빔밥도 있나? 우리는 멍게 비빔밥을 한다는 나폴리란 음식점으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