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구박받는 며느리의 사연이 얽힌 며느리밑씻개

찰라777 2011. 9. 6. 12:36

구박받는 며느리와 며느리밑씻개

 

 

9월이 왔지만 아직 늦여름의 불볕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섬진강변 들판 길을 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아내와 함께 서둘러 논두렁 밭두렁으로 야생화 기행을 떠나곤 합니다.

 

▲며느리밑씻개와 호랑나비

 


매일 아침 나서는 시골 들판길은 맑은 가을하늘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이삭의 기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핀 늦여름 야생화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밑씻개에 둘러 싸인 나팔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오늘 아침도 야생화에 취해 들판길을 걷다가 나는 갑자기 뒤가 마려워 졌습니다. 원인도 알 수없는 '과민성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뒤가 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산책을 나서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서 미리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지만, 한 번 급해지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시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그만 옷에다 그 일을 볼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맙니다.

 

▲가시돋친 줄기에 아름답게 피어난 며느리밑씻개의 연분홍미소

 

 

 

하는 수없이 나는 으슥한 논두렁에서 실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지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일을 보고나서 주변에 있는 칡넝쿨 잎사귀로 뒤를 닦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 연분홍으로 피어난 며느리밑씻개가 나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며느리밑씻개 꽃줄기에 달린 가시를 보고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며느리의 사연이 떠올라 그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에서 저처럼 실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별사탕처럼 예쁘게 피어나는 꽃

 

 

화장지가 없던 시절이라 시어머니는 옆에 있는 애호박 잎을 뜯어서 밑을 씻으려는 무언가 따끔하게 찔러왔습니다. 깜짝 놀란 시어머니가 자세히 살펴보니 가시가 돋친 줄기가 호박잎에 섞여 있었습니다.

 

"에그,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 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이렇게 해서 시어머니의 미운털이 박힌 그 꽃은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합니다. 만약 요즈음 시어머니들이 그랬다가는 큰 일이 나겠지요. 오히려 며느리한테 구박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런지...

 

핵가족시대에 살고 있는 요즈음 시어머니들은 오히려 며느리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려고 하지않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리면 시어머니들은 요양원에 갇혀 슬픈 일생을 마치기 마련입니다. 요즈음 사정으로는 꽃이름도 '며느리밑씻개'가 아니라 '시어머니밑씻개'로 바꾸어 불러야 할 형편입니다.

 

▲ 늦여름 논두렁에 화사하게 피어난 며느리밑씻개

 

 

산책길에서 늘 보아온 꽃이지만 그 일을 보다가 코앞 가까이 핀 며느리밑씻개는 오늘 따라 너무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며느리밑씻개에 앉아 꿀을 빨아 먹고 있습니다. 아, 저기 네발나비도 가시돋친 꽃잎에 앉아있군요.

 

 

 

▲며느리밑씻개에 앉아 꿀을 빨아 먹는 호랑나비

 

▲네발나비의 아름다운 모습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묘한 갈등과 감정을 표출한 꽃들은 며느리밑씻개 말고도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주머니 같은 꽃들이 있습니다. 이 며느리밑씻개에 앉아 행복하게 꿀을 빨아 고 있는 나비를 본다면,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아름다운 꽃과 나비를 바라보며 행복해 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