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풍년을 예고하는 나팔꽃의 팡파르

찰라777 2011. 9. 8. 05:03

풍년을 예고하는 나팔꽃의 팡파르

 

 

나팔꽃(Morning Glory)은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합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은 짧은 일생만큼이나 애잔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풍년을 예고하는 나팔꽃의 팡파르

 

요즈음 이곳 지리산 자락에는 매일 풍년을 예고하는 나팔꽃의 기상나팔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이른 아침 나팔꽃이 불어주는 기상나팔 소리에 잠을 깨어 들로 밭으로 나갑니다.

 

 

 

들판에 나가 논에 물고를 조정하고 피를 뽑는 농부들의 표정이 환하게 펴져 있습니다. 그것은 여름 내내 폭우가 쏟아져 벼농사 무척이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처서(8월23일)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햇볕이 쨍쟁 내리 쪼여주어 벼이삭이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팔꽃의 팡파르 속에 벼이삭이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고 있다.

멀리 섬진강에서 피어 오른 운해가 지리산 허리에 걸려 있다.

 

 

풍년을 예고라도 하듯 시골의 담장, 논두렁과 밭두렁에 싱그럽게 피어 힘차게 하늘을 향해 팡빠레를 불어주는 나팔꽃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해서 오늘은 나팔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흔하게 피어있는 나팔꽃일지라도 꽃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거동을 하여야 합니다. 조금만 늦으면 시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나팔꽃을 자세히 살펴보니 해가 뜰무렵에 활작 피었다가 해가 중천에 더오르면 입을 오무리기 시작하여 오후가 되면 이내 시들오 버리고 맙니다.

 

 

▲아침일찍 피어나는 나팔꽃은 기쁨, 영광, 결속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하루만에 지고마는 짧은 일생을 두고 , 사람들은 나팔꽃 같은 덧없는 사랑이라고도 한다 

 

나팔꽃(Morning Glory)은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피었다가/저녁에 지고 마는/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속절없는 사랑아"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란 노랫말에도 나팔꽃은 매우 짧은 사랑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 나팔꽃에는 다음과 같은 애잔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진보라색 나팔꽃

 

 

옛날 중국에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습니다. 부인이 미인이라 마을 원님이 수청[守廳] 들기를 강요하자 부인이 거절하니 부인을 성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화공은 부인이 너무 보고 싶어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보, 내 기어이 당신이 있는 높은 성에 올라가리라” 하곤 그 그림을 아내가 갇힌 높은 성 밑의 땅에 묻고서는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고 말았습니다.

 

 

▲흰색 나팔꽃

 

 

그날부터 부인은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는데, 남편이 “사랑하는 그대여! 난 매일 밤 당신 곁을 찾아 가는데, 당신을 만나려하면 아침이 되니 늘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갑니다.”

 

 

꿈을 꾼 부인이 이상히 여겨 아침에 일어나 성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벽을 타고 올라오는 꽃이 있었습니다. "아! 당신이군요?" 그러나 꽃이 이내 시들어 이파리만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전설처럼 담장을 타고 내려오는 나팔꽃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꽃을 보니 활짝 피어 너무 높은 성벽을 오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아침이 될 때까지 사랑을 속삭였는데… 꽃은 아내의 작은 소리를 듣기위해, 그리고 아내에게 잘 들리게 하기위해 나팔꽃 모양의 꽃이 되었다 합니다.

 

 

 

 

 

이렇듯 나팔꽃에 얽힌 전설을 알고나면 나팔꽃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꽃들에 대한 전설은 지어낸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리도 그 사연을 알고나면 온 힘을 다하여 피어나는 꽃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이곳 섬진강변 수평리에는 주로 푸른색과 보라색, 흰색의 나팔꽃이 피어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듯 나팔꽃은 돌담이나, 나뭇가지를 칭칭 감고 돌며 아침마다 싱그럽게 피어납니다.

 

 

 

 

 

1년생인 나팔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팔처럼 길게 내민 꽃잎 밑에 심장형의 잎이 3개고 갈라져 있습니다. 꽃이 시든 자리에는 둥근 삭과(蒴果-capsule)가 달립니다.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삭과는 익으면 심피(心皮) 사이가 터져서 세로로 벌어지며 검은 씨가 터져 나옵니다. 한방에서는 이를 견우자(牽牛子)라 하여 변비, 부종, 요통 등의 치료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꽃이 시든 자리에 만들어진 씨방, 익으면 팍 터져 사방으로 씨를 퍼트린다

 

 

오늘 아침 따라 나팔꽃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고 찬란한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힘차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풍년을 기약하는 빵파르를 힘차게 울려 줄 것 같습니다.

 

또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아내의 작은 소리를 듣기위해, 그리고 아내에게 잘 들리게 하기위해 아침 일찍 영광의 꽃을 피우다가 장렬하게 사라져간 나팔꽃의 전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