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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을 올라도 또 오르고 싶은 설악산 봉정암

찰라777 2012. 4. 6. 08:14

로프를 잡고 기어오른 마지막 고비 깔닥고개

 

설악산은 5월에도 눈이 내린다더니 아직 4월인데다가가 윤달이 들어서인지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깔딱고개에는 눈보라가 걷잡을 수 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친구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습니다. 아이젠을 찬데다가 체중이 무거운 친구는 양쪽 다리에 쥐가 번갈아 나서 가다가 주저앉고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친구의 다리는 번갈아 맛사지를 하며 거의 기어가다시피 깔닦고개를 힘겹게 올라갔습니다.

 

 

▲거의 수직으로 내리 뻗은 마지막 코스 깔닥고개를 순례자들이 로프를 자복 기어 오르고 있다.

 

 

 

▲양 다리에 쥐가 나서 눈밭에 주저 앉아버린 친구는 고통을 참으면서 네발로 겨우 기어 올라갔다.

 

 

 

 

 

 

 

 

 

 

▲깔닥고개를 넘어서니 드디어 평지가 나오고 봉정암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수직으로 내려 뻗은 깔닥고개는 눈에 덮여 미끄러워서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만 합니다. 약 500여 m에 달하는 깔닦고개는 봉정암으로 가는 순례객들이 가장 함들어 하는 코스입니다. 그러나 70을 넘은 순례객들도 기도의 힘인지 그 험준한 고개를 잘도 올라갑니다. 사람의 정신력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양쪽 다리에 쥐가 난 친구도 이를 악물고 네발로 기어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깔닥고개를 기어 올라갔습니다.

 

 

눈속에서 보여주는 기암괴석의 신비

 

 

▲남녀가 껴앉듯 마주보고 있는 기암괴석

 

 

▲하늘을 찌르는 암봉

 

 

 

▲바위에 얼어붙은 칼 얼음

 

 

 

▲합장을 한 손처럼 생긴 바위

 

 

 

 

 

 

 

▲곰인가? 공용인가?

 

 

 

 

▲돌부처?

 

 

 

 

 

 

 

 

 

 

 

 

 

 

눈이 산더미처럼 쌓인 봉정암은 아직 한겨울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힘든 길 속에서도 양 옆을 바라보면 기암괴석들이 히끗히끗 신비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경은 위험할수록 아름다움을 연출하는가 봅니다. 부처를 닮은 바위, 사람의 손처람 생긴 바위, 물개바위, 곰바위... 가지가지형상을 한 바위들이 안간힘을 쓰며 깔닥고개를 기어오르는 인간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드디어 봉정암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속에 파묻힌 봉정암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4월인데도 눈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습니다. 우리는 얼어붙은 지친 몸을 이끌고 암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다리에 쥐가 난 친구는 녹초가 되어 방에 벌렁누워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일행중에 침을 가져온 사람이 있어서 침을 놓고 따뜻한 방에 맛사지를 하니 다리가 좀 풀리는 모양입니다.

 

눈이 산처럼 쌓이 봉정암은 아직 한겨울입니다. 바람이 불고 매우 춥습니다. 순례자들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 선채로 저녁공양을 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왜 이곳으로 몰려들까요? 200여 명의 순례자들이 몰려든 봉정암의 공양간은 저자거리를 방불케 합니다. 미역국을 먹고 나니 얼었던 사지가 풀리고 몸이 훈훈해지자 나는 잠시 눈보라 휘날리는 밖으로 나와 봉정암을 돌아 보았습니다. 

 

 

▲설경으로 뒤덮인 봉정암 전경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봉정암은 아직 한겨울이다.

 

 

 

 

 

 

 ▲고드름이 길게 열려있다.

 

 

 

▲대청봉으로 가는 길은 입산통제

 

 

 

 

 

▲선채로 미역국 한그릇을 훌훌 마시며 몸을 뎁혔다.

 

 

 

▲전국에서 몰려든 200여명의 순례들로 공양간은 순식간에 저자거리를 방불케 한다.

 

 

 

▲화장실로 가는 길

 

 

 

바로 이곳이구나!

 

 

1350여년 전, 찬란한 오색 빛과 함께 날아온 봉황이 멈추었던 곳,  자장율사는 당나라 청량산에서 3.7일(21일) 기도를 마치고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금란가사를 받고 귀국하여 처음에는 금강산으로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금강산에서 사리를 봉안할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찬란한 오색 빛을 발하며 날아온 봉황새가 스님을 인도했습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던 봉황은 설악산 깊숙히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쳐진 곳에 멈추었습니다. 봉황은 바위 꼭대기를 선회하다가 어느 큰 바위 끝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스님이 봉황이 사라진 바위를 바라보니 바위 모습은 흡사 적멸(寂滅)에 든 부처님 모습과 같았고, 가늘고 긴 선이 머문 산세는 '봉황(鳳)'이 알을 품고 있는 '정수리(頂)'와 같은 형국이었습니다.

 

"바로 이곳이로구나."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소리쳤습니다. 부처의 머리를 닮은 불두암(佛頭岩)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좌우 일곱 개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불두암을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이 부처님 사리를 모실 곳임을 깨달은 스님은 봉황이 알을 품은 명당 자리에 5층탑을 세워 불뇌사리(佛腦舍利)를 모시고 조그마한 암자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절 이름을 '봉황이 부처님 이마로 사라졌다'는 의미를 가진 '봉정암(鳳頂庵)'이라 명명했습니다. 그 때가 선덕여왕 13년, 지금으로부터 1350여년 전의 일입니다. 

 

왼쪽으로는 용아(龍牙-용의 이빨)장성이, 오른쪽으로는 공룡능선(공룡의 등뼈)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떡 버티고 있고, 대청봉을 타고 내려온 혈은 중청, 소청의 맥을 타고 내려와 봉정암에서 똬리를 틀고 서기어린 기운으로 뭉쳐있습니다.

 

 

▲봉정암을 향하고 있는 불두암

 

 

▲부처의 모습을 닮은 바위

 

 

▲봉황이 알을 품은 자리에 위치한 봉정암

 

▲묘하게 생긴 불두암

 

 

 

 

 

 

 

 

 

 

 

 

 

 

 

 

설악산 전체가 탑을 떠 받들고 있는 불뇌보탑 

 

눈길을 뚫고 부처님의 뇌사리를 봉안해 놓은 사림탑으로 향했습니다. 눈이 산처럼 쌓여있는 좁은 길은 마치 북극의 어느 지역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걷는 기분은 묘합니다. 그것은 걸어본 자만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곳에 오면 걷는 것 자체가 기도이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입니다.

 

 

▲불사리탑으로 가는 길

 

 

▲눈이 키를 넘고있다.

 

 

흰 눈에 둘러샇인 불뇌보탑은 마치 바위를 뚫고 솟아나온 형상입니다. 일반적인 탑에는 대개 기단부가 있는데, 봉정암 불뇌보탑에는 기단부가 없습니다. 자연 암석을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5층의 몸체가 우뚝 솟아올라 있습니다. 이는 설악산 전체가 이 탑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설악산과 탑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탑은 설악의 기운을 통째로 받고 있습니다. 탑의 몸체가 시작되는 자연암석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조각되어 있고, 연꽃은 1면에 4엽씩 모두 16엽이 탑을 포개고 있어 그 연꽃 위에 탑은 부처님이 정좌하고 있은 것처럼 보입니다.

 

탑의 꼭대기에는 연꽃이 핀 듯한 원뿔형 보주를 올려놓아 영원한 불심을 향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모든 암자가 불에 타 없어졌지만 신통하게도 불뇌보탑은 그대로 보전되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불뇌보탑을 보전케 하였을까?  천년을 넘게 설악과 함께 버티어 온 탑은 만고풍상을 격어온 흔적이 역역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역사적인 문화재는 길이 보전을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순례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도 보탑 앞에 엎디어 절을 올리고, 경을 읽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 모두가 저절로 고개를 수그리게 됩니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간다고 할까요? 설경에 뒤덮인 설악산의 장엄한 숨결위에 세워진 보탑은 사람의 마음을 단순하게 공한 상태로 몰고 가는 묘한 신통력이 있는 듯 합니다.

 

 

▲기단이 없는 볼뇌보탑은 설악산 전체가 받들고 있는 형상이다.

 

 

 

 

 

 

▲보탑 앞에서 절을 올리며 경을 읽는 순례자들

 

 

 

▲다음날 새벽에 바라본 불사리탑

 

 

 

 

 

 

 

100번을 올라와도 또 오르고 싶은 곳, 설악산 봉정암 

 

이곳 봉정암은 밤과 낮이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2시간 간격으로 기도를 올립니다. 순례자들은 거의가 뜬 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어떤 사람은 사리탑에서, 어떤 사람은 대웅전에서 기도를 올리며 밤을 지새웁니다. 설령 요사에서 잠을 청하더라도 딱 한 사람의 몸둥이만 들어가게 되어 있는 잠자리는 칼잠을 자게되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원지만 묘하게도 별로 피곤한 줄을 모릅니다. 설악산의 기운과 기도의 힘이 정신을 맑게 하여 육제의 피곤함을 잊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요사에서 칼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 역시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사리탐을 돌아본 후 곧 바로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눈이 그친 설악산은 언제 그눈보라가 쳤냐는 듯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제의 깔닥고개를 미그럼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힘든 길도 미끄럼을 타며 내려가게 되니 마치 어린날 눈길에서 미끄럼을 타는 것처럼 즐겁기만 합니다.

 

"봉정암은 와도 와도 또 오고 싶은 곳이에요."

"아마 100번을 와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맑아져요."

 

순례자들은 눈길을 내려오며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저는 이번이 4번째 오른 길입니다. 그러나 저역시 또 오고 싶은 곳입니다. 봉정암은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평생에 몇번을 오를지 모르겠지만  기회만 있으면, 힘이 닿는 대로 오르고 싶은 곳이 봉정암입니다. 11시경에 백담사에 도착하여 백담사 공양간에서 야채로 만든 점심을 먹고 용대리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데 모두가 꿀잠을 자고 있습니다. 한숨을 잔 것 같은데 벌써 서울에 도착을 했군요. 1박 2일의 설악산 일정이 벌써 이득히 먼 과거의 꿈처럼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겨우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잘 수 있는 요사.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깔닥고개길은 즐겁기만 하다

 

 

 

 

 

 

 

 

 

 

 

 

 

 

▲몇 번을 와도 또 오고 싶은 곳이 봉정암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