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완두콩을 수확하다!

찰라777 2012. 6. 12. 21:12

6월 12일 오후 4시 30분,

한바탕 소낙비가 쏟아져 내린 텃밭은 한층 더 싱싱해져 있습니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하는데 생명의 물이 말라버리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종말을 고하고 말 겠지요.

워낙 심한 가뭄때문에 모든 작물이 시들시들 하던 차에

잠시동안 내린 소낙비는 감로수와 같기만 합니다.

 

비가 그치자 바람과 소낙비로 넘어진 오이줄기와 고추대를 세워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랗게 여물어 땅에 축 쳐진 완두콩 일부를 따 냈습니다.

지난 4월 12일 심은 완두콩을 두 달만에 수확을 하게되다니....

감개가 무량하기만 합니다.

 

 

 

완두콩을 보면 어쩐지 어릴적에 읽었던

안데르센의 <완두콩 오형제>란 동화가 떠오릅니다.

껍질을 벗고 바깥세상으로 나갈 때가 된 완두콩 다섯알은

콩꼬투리속에 들어 있는 채로 어느 소년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소년이 주머니에서 콩꼬투리를 꺼내 비틀자 완두콩 오형제는

툭, 툭, 툭 소년의 손바닥 위에 굴러 떨어집니다.

소년은 완두콩을 고무줄 총에 끼워 차례로 날려 보냅니다

 

 

첫째 완두콩은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어했고,

둘째는 해님에게로,

셋째와 넷째는 잠을 자려다가

소년에게 들켜 멀리 날아가고 맙니다.

드디어 다섯째 완두콩 차례가 되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다섯째는 소년의 고무총에서 시융 날아가

이끼가 덮여 있는 어느 다락방 창가의 틈새에 끼었습니다.

 

 

 

완두콩이 떨어진 창가의 작은 다락방에는

가난한 아주머니와 병든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저 가여운 소녀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완두콩은 속으로 끙끙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아침 "엄마, 저기 연둣빛으로 흔들리는 게 뭐에요?"

하고 병든 소녀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어린 완두콩 싹이구나! 하느님이 너를 위해 작은 꽃밭을 만들어 주시려나 보다."

어머니는 소녀의 침대 창 가까이에 완두콩 싹을 옮겨 주었습니다.

소녀는 완두콩 싹이 쑥쑥 자라며 꽃을 피우고,

연둣빛 꼬투리를 매다는 것을 바라보며 병을 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째 완두콩은 어느 집 지붕 물받이에 떨어졌다가 콕 비둘기 밥이 되었고,

해님에게 날아가겠다던 둘째는 하수도에 떨어져 퉁퉁 부어 썩게 되었으며,

게으름뱅이 셋째와 넷째도 콕콕 비둘기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동화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완두콩이 되고 싶으시나요?

 

 

 

그러나 생각보다 완두콩 수확은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아마 순전희 모래땅인데다 워낙 박토여서 그런모양입니다.

좀더 수확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토와 퇴비를 더 섞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허지만 완두콩 첫수확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단백질과 비티민이 풍부한 파란 완두콩을 밥에 넣어 먹는 맛이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2.06.12 완두콩을 수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