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무시무시한 말벌집, 이렇게 퇴치했습니다!

찰라777 2012. 7. 16. 05:24

 

 

 

말벌 집에 대한 네티즌님들의 의견

 

지난 7월 11일자 "산딸기 밑에 있는 말벌집 어떻게 할까?"란 제목으로 말벌 집에 대한 블로깅을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집 현관에서 15m 정도 떨어진 텃밭 건너 산딸기나무 밑에 말벌들이 집을 짓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집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습니다.

 

산딸기를 따먹다 우연히 발견한 벌집을 두고 아내와 나는 서로 의견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당장에 없애라는 의견이고, 나는 <벌집주의>란 표지판을 달아 놓고 서로 조심하며 벌과 사람이 공존하여 살아가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 님들의 의견은 100% 말벌 집을 하루 빨리 제거하라는데 모아졌습니다. 오마이뉴스와 기자의 블로그에 많은 네티즌 님들 주신 의견 중에 몇 분의 의견을 이곳에 실어 봅니다.

  

중벌 같은데 꽃가루받이는 안합니다. 없애버리세요. 모기약 같은 살충제(킬라)로 퇴치 가능합니다. 살충제를 뿌리고 가면 다 도망갑니다. 밀짚모자에 방충망 둘러 목에 묶고 목 아래로 두터운 담요를 둘러싸고 살충제를 뿌린 기억이 있습니다만 일반 살충제가 아닌, 바퀴벌레용 살충제가 잘 듣습니다. -땡전 님-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면 좋겠지요. 그게 자연이니까. 하지만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좀 생각해봐야겠지요. 산딸기를 먹으려는데 벌이 있다. 어떡해야하는가? 그보다도 아이들이나 아이들 친구가 놀러 와서 근처에 있다가 벌에 쏘이거나, 산딸기의 유혹에 접근하다 벌에 쏘일 수도 있겠지요. 또는 손님이 와서 쏘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집안에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면, 애완동물이 벌들에게 된통 당할 수도 있는 일이지요. 또한 사진을 보니 집짓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듯한데, 앞으로 세력이 더욱 커져서 벌들이 사람 근처에까지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해질 수 있겠지요. 벌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벌집을 제거함이 좋겠습니다. -천을귀인 님-

 

 

 

빨리 없애버릴수록 사람도 벌도 좋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말벌 집은 하루 정도면 지름10cm가 될 정도로 빠릅니다. 말벌집이 완성되면 근처 약 5미터 반경정도는 사람이 얼씬도 못할 정도로 벌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일찍 없앨수록 벌들도 집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다 질 것이고, 작을수록 벌집을 없애기 쉬우니 서둘러 없애십시오. 지금 사진의 저 정도면 에프킬라를 한순간 집중적으로 뿌리면 벌들이 죽거나 도망갑니다. 벌은 다시 오지 않지만, 벌집을 아예 부수어 버리십시오. 벌집이 크면 에프킬라 두개(쌍권총)로 무장하셔서 한순간 두개를 동시에 분사 제압해야 합니다.  -캐논 님-

 

무심코 벌초를 하다가 데크 밑에서 찰라님께서 사진을 찍은 땅벌에 3방을 쏘여 손이 3배나 부풀어서 병원에 다녀 온 적도 있답니다. 형수님은 당이 있으시니 저항력이 없으시니까 쏘이면 큰일 납니다. 제 선배가 당이 있으셨는데 동맥에 쏘여서 벌 한방에 돌아 가셨답니다. 정말 조심 하셔야 합니다. -청정남 님 -

 

인간과 자연의 공존, 하지만 바로 코앞에서 말벌과 공존하기엔 너무 불편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집을 짓기 시작했다면 집을 못 짓게 집을 허물어버리면 안될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다시 집을 짓지 않도록 벌이 싫어하는 살충제를 뿌린다든지… 어휴! 벌이 보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민들레 님-

 

이곳도 오염이 심하지 않아 곤충 벌레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집근처에 많지요. 잔디를 깎다가 처마 밑에 벌집을 발견했지요, 물 호스로 쏘아서 녹여서 떨어뜨렸지요. 매년 같은 자리에 짓는데, 말벌이더군요. -Jacob song(미국교포 네티즌)-

 

말벌은 도움이 안 되는 벌입니다. 없애버리세요. 말벌은 꿀을 만들어서 먹는 게 아니라 꿀벌을 잡아먹고 꿀벌이 만들어놓은 꿀을 훔쳐 먹는 아주 나쁜 놈이랍니다. 없애는 방법은 모기약 에프킬라가 좋습니다. 말벌은 토종벌과 꿀을 다먹어버리지요.^^   -카네이션-

 

감성도 중요하지만 사고 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제거하시지요. 조심 안 해서 사고 나는 게 아니니까요. -목수-

 

조심하시구랴 한방 얻어 쏘이면 정신이 하늘에서 빙빙!!! 동이리가면 퇴치시켜드릴께요. 한 번에 불로 일망타진시키지 않으면 벌한테 혼납니다. 조심하시요~~~ -콩나물 님-

 

 

▲'벌친구'님이 직접나무가지에서 채취하여 촬영을 한 말벌집으로 항아리보다 더 크다. 말벌의 얼마나 무시무시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 : <벌친구>(http://blog.daum.net/dhfyd2263)

 

 

네티즌 님들의 고마운 충고를 듣고 결국 나는 벌집을 제거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청정남'님의 의견입니다. 아내는 심장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어 저항력이 매우 약해 만약에 벌을 쏘일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벌은 육식성 곤충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호전성이 있는데다가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벌에 쏘일 경우 사망을 하기도 합니다. 말벌의 독은 신경전달 과정과 혈압, 근육수축 기능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벌독이 사람의 신체에 주입이 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한 번만 쏘여도 치명상을 입을 수가 있으며, 여러 마리에 쏘일 경우 건강한 사람도 생명의 위협을 초래 할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말벌은 여름을 거치며 일벌의 수가 늘어나 벌집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을철에 최대크기로 커져 때로는 항아리 보다 큰 벌집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사람은 거의 손을 쓸 수 없어 119에 신고를 하여 퇴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집 텃밭 아래 벌집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며 벌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외식탁 밑에도 벌집을 짓는 말벌

 

말벌들은 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 밑이나, 절벽 바위 밑에 집을 지으며, 땅속에 집을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땅속에 있는 벌집은 잘 보이지를 않는데 사람의 발자국 소리나 예초기 소리를 들으면 벌들이 쏟아져 나와 그야말로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기자는 어린 시절 땅벌 집을 건드려 벌떼의 습격을 받아 혼 줄이 난 경험도 있습니다.

 

지난주에 친구들이 와서 야외식탁에서 저녁에 삼겹살을 구어 먹었는데, 식탁 밑으로 벌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친구 부인이 질겁하며 도망을 쳤는데 그 밑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벌들이 식탁 밑에 움푹 파진 곳에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자세히 살펴보니 두 마리 말벌이 열심히 뭔가를 물어 나르며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벌집이 별로 크지 않아 복면을 하고 쇠꼬챙이로 벌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테이프를 단단히 붙여 벌들이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들이 계속 그 주위를 며칠 동안 윙윙 맴돌다가 그 옆 테이블 밑에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나는 다시 그 벌집을 허물고… 일주일 동안이나 말벌 두 마리와 실랑이를 했는데 결국 벌이 포기를 하고 다른 곳으로 갔는지 다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또 아내가 빨간색이나 노란색을 입고 밖에 나가면 벌들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아내 주위를 빙빙 돌기도 합니다. 색깔 있는 옷을 꽃으로 인식을 한 모양입니다. 이런 오지에서는 야외에서는 가급적 화려한 색깔이 있는 옷을 입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벌들은 음료수나 과일, 음식의 단 냄새를 맡거나, 색깔을 구분하여 날아드는데, 가만히 있으면 공격을 하지 않지만 놀라서 손사래를 치거나 몸을 움직이면 벌을 자극하여 공격을 하게 됩니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삼십육계가 최상책

 

만약에 벌집을 건드렸을 때에는 무조건 삼십육계, 즉 멀리 달아나는 것이 최 상책입니다. 벌집을 쑤셔 놓고 벌집 주위에 엎드려 있다가는 더 많은 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말벌들이 공격을 하는 이유는 자기 집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므로 벌의 눈에 띠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 그리고 신속하게 달아나는 것이 벌의 공격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때로는 벌들이 저고리나 바지 속까지 기어 들어와 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옷을 털지 말고 벌이 있는 부위를 손으로 눌러 벌을 죽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옷을 터는 경우 좌충우돌하며 여기저기를 막 쏘아 대 더 큰 치명상을 입습니다.

 

말벌들은 꿀벌과 달리 한 번 쏘고 죽는 것이 아니라, 녀석들의 침은 신축성이 있어 계속에서 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집을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19신고 

 

어쨌든 벌집을 빨리 퇴치를 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아 벌집 퇴치 작전(?)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집을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19에 신고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텃밭 밑에 있는 벌집은 아직 119를 부를 정도까지는 크지는 않고, 이런 오지에 119를 부른다고 해도 금방 오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많은 네티즌님들의 의견 중 에프킬러로 퇴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불을 피우거나, 불을 분사하여  태우는 방법도 좋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집에 불을 분사하는 기구도 없고, 불을 피우다가 공격을 위험도 있어 결국 에프킬러 두 병를 가지고 벌을 퇴치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벌집퇴치를 위한 복장과 방법을 아내와 협의를 하며 의견을 모아 보았습니다. 

 

에프킬라  두병으로 말벌 집을 퇴치하다

  

 

 

1. 복장

신발 : 긴 장화

하의 : 두꺼운 추리닝위에 청바지

상의 : 두꺼운 내의위에 망사 등산복

머리 : 전면 방한모에 선글라스, 마스크

손   : 고무장갑

겉옷 : 전면을 모기장으로 두름

 

2. 퇴치도구

에프킬러 2병

벌집 수거용 긴 막대 1개

 

이 정도로 준비를 하고 완전무장을 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가능한 한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무기는 에프킬러 이므로 새것 두병을 들고 사전에 분사를 해보는 리허설까지 해 보았습니다. 새로 산 에프킬러는 약 1미터 정도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휴~ 무서워! 모기장을 둘러쓴 당신이 마치 괴물처럼 보여요!"

"말벌 집을 퇴치하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 엄청 덥군!"

 

 

그래도 아내는 매우 불안한 모양입니다. 아내가 완전무장을 한 나를 보더니 기겁을 하면서도 기념촬영(?)을 해 주었습니다. 습기가 많은 후덥지근한 날에 옷을 두껍게 입고 나니 온몸에 땀이 젖어 듭니다.

 

"여보, 조심해요!"

"응, 알았어. 걱정 말라고."

 

휠체어에 앉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내를 안심시키고, 병사처럼 텃밭을 건너 돌담 밑에 있는 벌집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낮은 포복 자세로 다가가 벌집을 살펴보니 어제보다 벌집이 훨씬 더 커져 있었습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일주일 새에 벌집이 엄청나게 커질 것 같습니다.

 

 

곤충도감을 찾아보니 녀석들은 말벌 중에서 땅벌에 속하는 것 같은데, 땅벌의 길이는 수컷이 12~18mm, 암컷은 15~19mm로, 흑색바탕에 황색의 무늬가 있으며, 머리의 전면에는 점각과 흑생의 털이 빽빽이 나 있고, 머리방패에는 둔한 2개의 이가 있습니다.

 

 

 

 

더듬이가 긴 녀석이 암컷이고, 치명적인 독침을 가지고 있지요. 배 끝에 암컷의 산란관이 변한 뾰족한 침이 있는데, 이것으로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상대를 공격하여 죽일 수도 있습니다.

 

녀석들은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다오!"란 경고표시로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사람의 눈에 잘 띠도록 검은 몸뚱이에 노란 황색의 줄무늬 색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녀석들은 장맛비를 맞으면서도 쉬지 않고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벌의 숫자도 상당히 늘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저 벌집을 건드렸다가는 벌떼들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에프킬러를 쌍권총처럼 들고 최대한 유효사거리 내로 가까이 근접을 했습니다. 섣불리 분사를 했다가는 약효가 없어 낭패를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효사거리가 1m 이내야. 최대한 밀착을 해야 돼."

 

거의 50cm 거리까지 바싹 다가가서 양손을 조용히 들어 에프킬러를 순식간에 살포를 했습니다. 벌들은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꼼짝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벌들은 온몸에 하얀 마요네즈를 둘러쓴 것처럼 에프킬러로 범벅이 되어 밑으로 힘없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아마 에프킬러를 거의 절반 정도 분사를 한 것 같습니다.

 

 

 

벌들이 거의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막대기로 벌집을 따서 텃밭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벌집을 모레 바닥에 놓고 보니 약 15cm 되는 벌집에 말벌 애벌레들이 수없이 구멍에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벌집을 보는 순간 애벌레들이 안쓰러워보였습니다. 그러나 저 애벌레들이 말벌로 변했을 때를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땅을 파고 벌집을 고이 묻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함께 공생공존을 해야 할 자연계의 일부인데 괜히 죄를 짓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벌들아,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고이 잠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