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60만 년 동안 잠들었던 주상절리의 외침!

찰라777 2012. 7. 16. 07:17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어 비가 내리면

이곳 동이리 주상절리는

60만년 동안 잠들었던 침묵을 깨고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절벽에는 수많은 폭포들이 흘러내리며

수십만년동안 잠들어 있는 현무암을 흔들어 깨어나게 합니다.

어디선가 갈매기와 두루미들이 날아들고,

강물은 황토빛으로 변하며 갑자기 원시시대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강톱에 돌들도 잠에서 깨어나

살아서 움직이며

제각기 아름다운 원색 무늬를 보여줍니다.

 

갑자기 요란해진 주상절리 강변을 걷다보면 

중생대 쥬라기 공원을 거니는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모든 것이 원시시대로 돌아가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현무암이 갑자기 나와 대화를 하자고 합니다.

강변에 조약돌들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무슨 이갸기를 들려주고 싶지?"

"요즈음 주변이 점점 시끄러워져."

"흐음>>>>"

"사람들은 왜 자연을 그대로 잘 보존하지 못할까? 저기 한 없이 올라가는 콘크리트 기둥이 나는 짓누르고 있어. 밤낮으로 부어대는 콘크리트가 우리를 옥죄어 들고 있어."

"그래?"

"조금 있으면 움직이는 괴물들이 연기를 뿜으며 우리들의 숨통을 막아버리겠지?"

"글쎄?"

 

 

 

개발이라는 무기는 인간의 편리성을  목적으로 하여 자연을 무참하게 밟고 있습니다. 이곳 동이리 임진강은 호수처럼 맑은 강입니다. 나는 이 강변을 거닐 때면 <소로우>의 호수라는 시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조용하던 호수도 점점 시대의 막을 내릴 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강위로 하늘을 찌르는 다리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다리가 개통이 되고 나면 얼마나 많은 자동차들이 매연을 품으며 지나갈지 모릅니다.

 

오늘,

비가 쏟아지는 강변의 조약돌을 밟으며 나는 <소로우>의 시를 조용히 읊조려 봅니다.

 

 

시 한줄을 장식하기 위하여

꿈을 꾼 것이 아니다.

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

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

나는 나의 호수의 돌 깔니 기슭이며

그 위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

내 손바닥에는

호수의 물과 모래가 담겨 있으며,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

내 생각 드높은 곳에 떠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호수-

 

 

 

 

 

 

(2012. 7. 15 동이리 주상절리를 거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