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오레곤 코스트로 가는 롱 드라이빙

찰라777 2012. 7. 29. 17:04

 

오레곤 코스트로 가는 롱 드라이빙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스럽기조차 한 컬럼비아 강변 84번 프리웨이. 컬럼비아 강은 로키산맥의 내륙인 아이다호 주와 유타 주에서부터 발원하여 흘러나오는 거대한 강이다.

화산폭발로 대협곡이 이룬 강폭은 험악하고 준엄했다. 강 양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거칠게 서 있었다. 가끔가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 아주 조심스런 운전을 해야 했다.

“한 폭의 동양화 같군요!”

안개 속에 베일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암절벽과 강을 바라보며 아내는 진한 감동을 받고 있었다. 강을 따라가는데 절벽위에는 아름다운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많았다.

루이스 클라크 시닉 포인트, 크라운 포인트, 스타베이션 크리크 포인트……. 자동차를 운전하며 여행을 하는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 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84번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며. 자동차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컬러비아 강에는 젊은이들이 바람을 가르며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강폭이 넓은데다가 태평양의 강한 바람이 불어와 윈드서핑을 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강이라는 것.

 

우리는 후드 리버(Hood River)라는 조그마한 도시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시가지를 산책을 하다가 월마트간판을 발견하더니 좀 들려가자고 졸랐다. 못 가볼 것도 없지.

“샌들이 너무 싸고 편해요!”

아내는 샌들을 무려 3개나 샀다. 두 딸들한테 선물을 해야겠다며 헤헤하고 웃는 아내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나는 디지털 카메라의 칩이 다 되어 칩을 사려고 했으나 없었다. 대신 존 덴버의 ‘로키마운틴 하이’라는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샀다.

다시 35번 도로로 빠져나와 후드 산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우와! 저산!”

만년설에 덮인 거대한 우드 산이 장엄하게 다가왔다. 그 모양은 일본의 후지산을 연상케 하였다. 11,240피트의 이 후드산은 1년에 적설량이 88인치나 되어 알파인들이 1년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

원래 이 산은 인디언들이 ‘노래하자’란 뜻을 가진 'Wyeast'라고 했다는데, 영국 탐험대 이곳을 발견하고는 ‘대단히 멀고 높은 산’이라고 하며 Hood라는 선원의 이름을 따서 후드산이라고 했다.

스키리조트까지 올라가 보니 지금도 스키를 타는 알파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비가 와서 그런지 울울창창한 숲 속의 도로에는 자동차의 왕래도 드물어 오싹한 한기마저 느끼게 했다.

후드산을 뒤로하고 25번 도로로 진입했다. 이제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시사이드 항구까지 롱 드라이빙을 해야 했다. 포틀랜드 시 가까운 데의 주유소에서 렌트를 한 후 첫 주유를 했다. 10불 어치를 넣으니 풀 탱크.

 

“자, 공부님께서 핸들을 함 잡아보실까?”

“으으! 떨리는데요?”

“앞만 잘 보고 가면 되요.”

포틀랜드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아내에게 핸들을 넘겼다. 아내도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운전을 해 본다는 것이 흥분이 되는 모양. 자동차 운전의 또 다른 묘미는 서로 교대해서 운전을 하는 것.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은 자연히 네비게이터가 되어 운전자를 도와야 한다.

태평양으로 향하는 26번 도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나무의 터널이었다.

“참말로 이렇게 긴 나무 터널은 첨보네요.”

“배가 고픈데, 저기 캠프장에 세우고 뭘 좀 먹자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공주님, 운전하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지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 6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주립공원 캠프장에 차를 세우고 유스호스텔에서 미리 준비해운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어때? 베스트 드라이버님, 자동차 여행이.”

“아주 좋아요! 도로사정도 좋구, 경치도 끝내주고…….”

아내는 아직도 가벼운 흥분으로 볼이 상기되어있었다.

 

“흠~ 이 짠 냄새!”

“거의 다 와나 보군.”

바다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였다. 시사이드 유스호스텔에 도착을 하니 밤 10시. 마침 패밀리형 방이 있어서 오늘은 독방을 쓰는 행운을 잡았다.

오는 길도 편해서 드라이브 느낌도 좋은 하루였지만, 태평양의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유스호스텔의 분위기도 매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