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인도네시아·발리

발리 예술의 심장, 우붓을 거닐다

찰라777 2012. 12. 8. 10:31

 

발리를 가기 전부터 나는 발리의 황홀한 해변보다 우붓이 더 가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발리사람들의 예술혼 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숙소도 당초 내 계획으로는 쿠타에서 2일, 우붓에서 2일정도 머물고 싶었다. 그런데 J선생님이 발리를 잘 안다는 서울의 친구 여행사에 부탁하여 쿠타지역 호텔에 전부 예약을 하고 이미 호텔비용을 몽땅 선불을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쿠타 호텔에 울며 겨자 먹기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우붓의 어느 음식점 앞에 서 있는 힌두 석상. 우붓은 어느곳을 가나 마치 박물관이아 갤러리처럼 보인다.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나면, 흔히 환상적인 풀빌리(개인 풀장이 달린 리조트)에 혹하여 그곳에만 죽치고 머물다 오는 허니문 커플들이 많다. 하기야 눈이 뒤집힐 정도로 우아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은 풀빌리에 머물다보면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며 다른 곳을 구경할 마음이 없어지기도 할 것이다.

 

아름다운 비치와 연결된 바다, 비치 옆 그늘에 펼쳐 놓은 안락의자, 고급스런 풀장, 그리고 환상적인 정자에서 마사지를 받고… 뭐 이쯤 되면 수영복이나 걸치고 유토피아 같은 풀빌리만 왔다 갔다 하더라도 일주일 간의 허니문이 휘리릭 지나가버릴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의미 없는 환상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여행기간이 일주일이라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그 여행지의 토속적인 문화를 느껴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오래도록 남을 에피소드나, 추억거리를 남기고 와야 두고두고 그 여행지가 기억에 남는다. 발리에서는 해발 600m 고지에 있는 우붓이 딱 그런 마을이다.

 

우붓 지역에도 아만다리리조트, 까유마니스 우붓 등 아름답고 멋진 풀빌라가 많다. 해변가 풀빌리에 머무는 것보다 원시림과 계단식 논밭 등 자연친화적인 풀빌리에 머물며 가까운 우붓 거리에서 문화와 예술을 느껴보고 토속 공예품을 쇼핑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우붓은 초입 거리에서부터 뭔가 알 수 없는 예술혼이 느껴지는 곳이다. 수없이 늘어선 수공예품, 발리풍의 패션, 길 양쪽에 죽 늘어선 고풍스런 건물들이 오래된 고향의 향수처럼 가슴으로 다가온다. 나는 혹시 전생에 이곳 우붓에서 살지나 않았을까 하는 착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우리의 렌터카 운전사 꼬망은 우붓 왕궁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사진 : 우붓의 공예품. 남자의 심볼도 가가지모양에 색깔도 컬러풀하다)

 

 

"이 중심가에서는 주차를 할 수 없어요. 그러니 시간 약속을 해서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그럼, 지금이 12시이니 3시경에 이 자리에서 만나기로 해요."

"그렇게 하지요."

 

 

 △우붓왕궁의 힌두교 석상. 아래 두른 사롱의 체크무늬 천 흰색은 선, 검은색은 악을 상징한다.

 

 

 

 

운전사 꼬망은 가이드가 아니다. 그냥 렌터카를 운전해서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를 주차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우붓왕궁 앞에 내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가이드를 자청한 나는 아내와 처제, J선생 이렇게 네 명이 우붓의 중심가를 거닐게 되었다.

 

세 여인들은 쇼핑에 관심이 많고, 나는 발리의 전통미술과 고풍스런 건물에 관심이 많다. 해서 세 여인은 쇼핑을 하기로 하였고, 나는 홀로 거리를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시간이 되는 대로 미술관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우선 카페에 들려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세 여인은 쇼핑을 하러 갔고, 나는 라야거리로 발길을 옮겼다.

 

우붓의 중심거리인 라야거리 JL Raya Ubud는 고풍스런 발리 풍의 건물과 숍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여행자들의 시설도 라야거리와 몽키 포레스트 사이에 밀집해 있다. 단순히 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우붓의 예술혼에 젖어들게 된다.

 

라야거리에는 우붓왕궁Ubud Place, 재래시장, 뿌리 루키산 미술관Museum Puri Lukisan, 네카 미술관Neka Art Museum, 블랑코 미술관 Blanco Museum 등 문화시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라야거리 주변에는 우붓의 예술혼이 곳곳에 숨어있다.

 

 

▲가게 앞에 제물을 차낭을 바치고 있는 우붓의 여인

 

▲ 천상계의 신 데와에게 바치는 제물을 차낭이라고 하고, 지옥의 악령 카라에게 바치는 제물을 차루라고 한다. 차낭은 제단에 올리고, 차루는 땅위에 내려놓는다. 보통은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고 한다.

 

△거리에 세워 둔 오토바이

 

 

흰 터번을 쓴 발리 사람들이 "오토바이!" "택시!"하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가게의 여인들은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을 두 손으로 받들고 가게 이곳저곳에 공손히 놓는다. 천상계의 신 데와에게 바치는 제물을 차낭이라고 하고, 지옥의 악령 카라에게 바치는 제물을 차루라고 한다. 차낭은 제단에 올리고, 차루는 땅위에 내려놓는다. 보통은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고 한다.

 

원래 우붓의 도보여행은 몽키 포레스트에서부터 시작해야 제격이다. 그런데 아내는 원숭이가 지겹도록 싫다고 했다. 어느 여행지에선가 원숭이에게 안경을 빼앗긴 뒤로는 아내는 원숭이만 보면 질색을 한다. 그래서 원숭이 동물원을 보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몽키 포레스트에서 왕궁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우붓의 다운타운으로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우부스이 거리 곳곳에는 마치 갤러리처럼 예술품이 즐비하게 서 있다.

 

 

라야거리를 거니는 것 하나만으로도 본전을 뽑는 것 같았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거리의 기념품 숍이나, 상점에는 진귀한 발리예술품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상점 앞에 걸어두거나 세워 놓은 공예품 하나하나가 모두 진귀한 예술품으로 보인다. 

 

상점들이 모두 갤러리처럼 보인다. 다양한 공예품과 발리 특유의 감각적이고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거리에 널려 있다. 상점들 사이에는 화가들의 아틀리에가 여기저기 숨어 있다. 과연 우붓을 발리의 몽마르트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을 방불케 하는 우붓의 뒷골목 바닥에 새긴 메모리 문양

 

 

▲푸른 야자수와 열대 식물로 장식된 골목은 아무리 걸어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카페에서 발리 맥주 빈땅을 마시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자들(카페 노매드)

 

 

왕궁 건너 좁은 골목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방불케 하는 거리도 있다. 마치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여행자들이 새겨 놓은 듯한 추억의 문양으로 가득찬 골목길도 있다. 푸른 야자수와 열대 식물로 장식된 골목은 아무리 걸어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카페에서는 발리의 전통 맥주 빈땅을 마시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몇 달 쯤 머물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났다.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어느덧 3시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왕궁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금은 미련을 남겨두는 것도 좋으리라. 그래야 다시 올 수 있지 않겠는가. 약속된 장소인 왕궁앞에 도착하니 아직 세 여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들이 오는 동안 왕궁을 둘러보기로 했다. 1세기경 건설되었다는 왕궁은 우붓의 마지막 왕이 살았던 곳이다. 현재는 왕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 왕궁에서는 밤마다 발리 전통 춤이 공연된다고 한다.

 

 

 

▲우붓 왕궁

 

 

▲우붓왕궁에서 소원을 빌고 있는 여행자들

 

 

 

▲한가롭게 신문을 읽고 있는 발리인

 

 

흰 머리띠를 두르고, 허리에 사롱을 걸친 힌두의 신상이 퍽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발리의 젊은이가 신상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사당에 기대앉아 편한 자세로 신문을 펼쳐들고 있다. 가무잡잡한 피부, 두툼한 입술과 턱, 검은 눈동자가 매우 다정다감하게 보인다.

 

그러나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우리의 세 여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전통시장으로 세 여인을 찾아 나섰다. 우붓 재래시장은 바로 왕궁 건너편에 있다.  시장은 마치 공예품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주로 서양인들이 눈에 많이 띤다.

 

 

▲우붓 재래시장 풍경

 

대나무 공예품에서부터 없는 것이 없다. 목걸이, 팔찌, 쇼핑백, 컬러풀한 남자의 심볼에 이르기까지… 패션 숍에는 천정에 매달아 놓은 스카프와 허리에 걸치는 사롱이 바람에 감미롭게 하늘거린다. 그런데 시장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려도 세 여인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왕궁 앞 약속 장소로 왔나 하고 되돌아가 보았지만 세 여인은 보이지 않고 운전사 꼬망이 나를 보고 자동차에서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나는 그에게 조금만 더 있다가 자동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꼬망은 어디엔가 주차를 다시 해놓고 걸어서 내 곁으로 왔다.

 

"꼬망, 점심은 먹었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네 먹었어요. 노 프로블렘."

 

 

▲우붓거리.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 프로블렘' 어디선가 많이 듣던 말이다. 인도! 인도에서 신물나게 들었던 소리다. 그들은 매사에 심각하지가 않다.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느린 여유인지도 모른다. 꼬망은 뭐라고 하면 그저 씩 웃기만 했다. 마음씨 좋은 젊은 운전수다. 그는 24살이라고 하는데 이미 결혼을 했고, 아내는 뱃속에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 아내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세 여인은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서 왔다. 그러면서 쇼핑 시간이 너무 짧다고 투덜거렸다. 무언가를 사긴 산 모양인데 물건을 흥정하다가 시간이 부족했던 보양이다. 이럴 땐 기다리는 사람이 화를 내면 안 된다. 기다린 사람은 잘못이 없기 때문에 화를 낼 이유가 없다. 

 

 

미술관을 미쳐 들어가지못한 나도 시간이 아쉽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낀따마니 관광을 포기 할수도 없다.  그곳은 렌터카가 있어야 갈 수 있는 먼 거리에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당초 계획이 흐트러지면 여행전체가 균형이 깨진다. 나는 아침에 계획을 했던대로 강행을 하기고 했다. 꼬망의 차를 타고 우리는 낀따마니 화산지역으로 행했다. 다음에 혼자서라도 우붓에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