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인도네시아·발리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들의 섬' 발리-타만아윤 사원

찰라777 2012. 12. 19. 08:10

 

2만 개의 사원이 있는 ‘신들의 섬’

멩위국의 왕궁사원-타만 아윤

 

 

발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발리가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여행지 정도로만 치부를 해왔다. 그러나 안내서에는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었다. 발리Bali는 산스크리트어 ‘와리(제물)’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현지인들은 발리를 ‘뿔라우 스리부 뿌리(천 개의 사원이 있는 섬)’이라고 부른다는 것.

 

 

 

 

그러나 발리에 도착하여 내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발리는 가는 곳마다 힌두사원이 발에 걸릴 정도로 존재했다. 실제로 발리에는 2만 여개의 힌두사원이 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 같았다. 거의 집집마다 돌로 된 힌두 신을 모시고 있었다. 인구가 4백만 명쯤 된다는 발리에는 4백만 개의 사원이 존재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사원이 많았다. 그러니 과연 발리는 ‘신들의 섬’이란 표현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발리 사람들은 마치 사원에서 거주하는 성직자들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늘 신과 함께 생활을 했다. 사원에는 끝없이 향불이 켜져 있고, 집집마다, 거리마다 신께 음식과 꽃이 바쳐져 있다. 야자수 잎으로 만든 차낭Canang이라는 공양 접시에는 늘 꽃과 음식, 과자 등이 정성스럽게 담겨져 신전 앞에 바쳐져 있다.

 

 

 

 

발리 힌두교는 중국에서 건너 온 불교와 발리 토착신앙이 합쳐져 탄생한 발리화 된 힌두교이다. 발리의 힌두교 신은 브라흐마, 비슈느, 시바 등 주로 세 가지로 수많은 신을 모시는 인도의 힌두교와는 색깔이 바르다. 타만 아윤Taman Ayun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탑을 만드는 석공장이 늘어서 있었다.

 

 

 

 

“꼬망, 저렇게 많은 석상을 어디에다 다 쓰지요?”

“발리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집집마다 돌로 만든 힌두 석상 하나쯤은 집에 모신답니다. 그래서 저렇게 많은 석공장이 있지요.”

“아, 그렇군요.”

 

 

 

 

특히 이 지역은 멩위Mengwi 왕족들이 살았던 지역인데 인근에는 타만 아윤Taman Ayun이란 멩위 족의 왕궁 사원이 있다. 아침에 8시에 쿠타를 출발한 우리는 9시경에 타만 아윤 사원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타만 아윤 사원은 왕실의 조상과 신들을 모신 사원이다.

 

 

입구에는 커다란 연못이 해자처럼 둘러 싸여 있다. 다리를 건너니 넓은 정원이 시원스럽게 나오고 칼로 갈라 친 듯한 석탑 문이 우람하게 서있다.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다. 꽃 속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처제를 향하여 카메라의 앵글을 돌려서 사진을 찍어주고 돌아서는데 처제가 말했다.

 

 

 

▲전대를 떨어뜨렸던 곳

 

 

“형부 이거 형부 전대 아닌가요?”

“어? 내 전대인데.”

“이 잔디위에 떨어져 있어요.”

“저런, 큰 일 날 뻔 했네!”

 

 

나는 처제로부터 전대를 받아 다시 허리에 찼다. 아마 전대를 헐겁게 맨 게 틀림없었다. 여권과 돈, 항공권이 통째로 들어 있는 전대였다. 아, 신은 바로 이곳에 존재하는구나. 순간 나는 처제의 손이 신의 손처럼 보였다. 만약에 처제가 발견을 하지 못했더라면 골치 아픈 문제가 일어나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일은 순간에 일어난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따만 사원은 많은 탑들이 서 있었다. 아궁산과 수미산을 상징하는 메루Meru(탑)는 주로 홀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사를 모시는 곳은 담으로 둘러싸여 들어 갈수가 없었다. 제사를 모시는 제전은 다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연못에는 수련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신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거야. 특히 이곳 발리에는 가는 곳마다 신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아름다운 타만 아윤 사원을 돌아 나오며 발리가 왜 ‘신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