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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신이 깎아 세운 돌들의 숲, 스린(石林)

찰라777 2013. 1. 4. 07:23

 

   

바람의 신이 깎아 세운 돌들의 숲, 스린(石林)

 

  

▲2억 7천만년 전 바다였던 스린은 오랜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돌들의 숲으로 변했다. 쿤밍 동남쪽 120km지점에 위치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뾰쪽뾰쪽 수천가지 형상으로 솟아 오른 돌조각 앞에 서니 잠시 말을 잊는다. 이름그대로 '돌들의 숲' 스린(石林, Shilin)이다. 무수히 많은 회색의 돌기둥들이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끝 간 데 없이 이어져 있는 돌들의 향연은 상상을 초월하게 하는 기이한 모습이다.

 

 

스린은 쿤밍에서 동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이족자치현에 있다. 이족은 중국 서남부 산악지대에 주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우리는 쿤밍 차화 빈관(Camella Hotel)에서 택시를 대절하여 스린과 구향동굴을 동시에 돌아보기로 했다. 밀고 땅기는 흥정 끝에 420위안에 낙찰을 하여 먼저 스린에 들린 것이다.

 

 

▲돌 위에 얹어 놓은 듯한 자연석

 

 

이 기상천외한 돌기둥의 역사는 2억 7천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고생대에 윈난은 바다의 일부였으나, 인도대륙과 아시아 대륙이 충돌하면서 점차 융기되어 육지로 변한다. 바다 속 석회암층이 솟아오르며 바닷물과 충돌하면서 기이한 돌기둥을 만들어갔다.

 

 

육지로 솟아오른 돌기둥은 바람과 빗물에 갈라지고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환상적인 모습을 띠게 된 것이다. 이 일대에서 발견된 화석이 역사와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혹자는 신(神)들이 남의 눈을 피하려는 연인들을 위해 산을 깨뜨려서 미로를 만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기기묘묘한 돌들의 모형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스린 입구에는 작은 호수가 잔잔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호수에는 돌기둥들이 솟아올라 물위에 반영되며 마치 한 폭의 병풍처럼 보인다. 매표소에는 화관을 쓰고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차림을 한 싸니족 여성 가이드들이 다소곳이 앉아 조잘거리며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스린 입구로 들어가는 호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바위는 한 폭의 병풍처럼 보인다.

 

 

스린은 경관에 따라 대석림, 소석림, 내고석림, 지운동, 장호, 대첩수 폭포, 월호, 기풍동 등 7개 풍경구로 나누어진다. 이를 다 돌아보려면 며칠을 걸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관광객들로 흰떡을 이루고 있는 입구를 지나 대석림 안으로 들어갔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싸니족 여성 가이드들. 모자와 원색의 유니폼이 화려하다.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미로. 그 돌기둥 사이를 걷다보면 마치 천년 묵은 고목나무 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길이 좁고 어찌나 꼬불꼬불하던지 자칫하면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복잡하다.

 

 

"손 을 꽉 잡아요. 길 잃은 미아가 되지 말고."

이런 길에서는 "길을 잃어버려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양심석. 양심이 없는 자들이 지나가면 떨어지며 화을 낸다고 한다.

 

 ▲바위모양에 따라 이름도 가지가지다.

  

 

 

돌기둥이나 암벽에는 모양에 따라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石林, 天造奇觀(하늘이 만든 기묘한 경관), 劍捧 등. 돌의 모양도 가지가지다. 일부러 얹어 놓은 듯한 모양, 도끼날 같은 입석, 성벽처럼 생긴 암벽,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양, 코끼리 모양, 키스를 하는 장면…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 할 길이 없다.

 

 

양심석이란 이름을 가진 돌도 있다. 암벽 사이에 두 개의 커다란 돌기둥 사이에 바위조각이 떨어질 듯 걸쳐져 있는데, 양심이 불량한 사람이 지나가면 돌이 떨어져 내린다는 것. 실제로 돌이 떨어져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다는 데 죄를 지은 사람은 조심할 일이다.

 

 

돌기둥 사이에는 나무들이 용틀임을 하며 자라고 있다. 돌 틈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모든 만물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생명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어떤 등나무는 360도로 원을 그리며 용틀임을 하고 있다.

 

 

 

 

▲용틀임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

  

 ▲건강의 정도를 체크하는 시금석도 있고...

 

▲동굴을 지나면 또 다른 놀라운 자연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런가하면 어떤 돌기둥은 사람의 체형을 하고 있는데, 다리, 몸통, 목 부분이 적나라하게 뚫려 있다.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를 해야 장수를 한다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다이어트를 하던지, 운동을 해서 몸을 날씬하게 해야만 통과를 할 수 있단다. 뚱뚱한 중국 관광객들이 통과를 하려고 애를 쓰다가 포기를 하고 지나간다. 몸이 다소 뚱뚱한 아내는 기를 쓰고 돌문을 통과한다. 하하,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것이니 날씬하게 봐주자.

 

 

다스린(大石林)에서 가장 높은 돌기둥은 왕펑팅(望峰亭)이다. 왕펑팅에 올라서니 스린 전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런 경치도 다 있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왕펑팅에서 내려오다 보면 유난히 반질거리는 바위가 있다. '스린의 심장'이라는 돌이다. 아 돌을 만지면 무병장수 만사형통을 한다는 것. 남자는 왼손으로, 여자는 오른손으로 만져야 한단다.

 

 

 ▲전망대 황펑팅

 

 ▲코끼리 모형을 하고 있는 바위

 

 ▲키스를 하고 있는 바위

 

 

끝없이 빠져 들어가다 보니 정말 길을 잃을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에 올라서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곤 한다. 도대체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가이드도 없이 단 둘이만 하는 여행은 통제가 되지 않으니 그도 문제다. 이 여행자의 경우는 너무나 자유분방하여 시간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길을 한 참 헤매다가 가까스로 순환도로를 발견했다.

  

 ▲슬픈 사랑의 전설이 담긴 아스마 바위

 

 ▲소석림의 푸른 잔디

  

 

순환도로를 따라서 우리는 샤오스림(小石林)지구로 갔다. 샤오스린 중앙에는 넓은 잔디밭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 주변에는 분홍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푸른 물과 조화를 일고 있다. 연못 맞은편에는 아스마(阿詩瑪)라고 불리는 돌이 머리에 화관을 쓰고 등에 짐을 지고 서 있다. 이 아스마에는 한 젊은 여인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싸니족의 한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 아스마와 부지런하고 용감한 아헤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두 젊은이는 민족 대축제인 훠바제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뒤 아스마와 아헤이는 산차화(山茶花)를 예물로 하고 자연신이 보는 앞에서 정혼을 하였다. 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마을 세도가의 아들인 아즈의 방해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아즈의 청혼을 아스마가 거부를 아즈를 그를 강제로 연금을 한다. 이에 아헤이 아즈의 집에 화살 세 발을 쏘아 한 발은 집 대문에, 다른 한발은 집 기둥에, 나머지 한 발은 집안 탁자에 명중시킨다.

 

 

 

 ▲소석림에 어우러진 멋진 풍광

 

 

이에 놀란 아즈는 아스마를 놓아주었다. 다시 만난 아헤이와 아스마는 말을 타고 강과 계곡을 건너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화가 난 아즈와 그이 아버니는 하인들을 시켜 강 상류의 둑을 터트렸다. 노도와 같은 강물이 두 연인을 덮쳐 아스마가 급류에 쓰려갔다. 아헤이는 울부짖으며 급류에 휩쓸린 아스마를 찾아 헤맸으나 아스마는 이미 죽어 계곡에 돌로 변해 있었다. 그 돌이 아스마란 돌이다.

 

 

아스마가 보이는 작은 연못 앞에는 싸니족의 전통 복장을 빌려 입은 중국 관광객들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것은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운반하는 이족 여인

 

 ▲싸니족 옷을 빌려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옥 있는 중국관광객

 

 

스린을 둘러보며 한 가지 주의 할 일이 있다. 아슬아슬한 돌기둥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낙상을 하는 수가 종종 일어난다. 또 한 가지는 스린에는 양심석이란 돌이 부지기수로 많다. 마음에 죄를 지은 사람은 양심석이 떨어져 변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착한 일을 미리미리 평소에 해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돌길이므로 골절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풍경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여행 중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