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미타암 1박 2일①-지하철에서 밟히지 않은 사람이 道人

찰라777 2013. 2. 19. 09:13

 

<지리산> 보다 더 먼 연천 <동이리>

 

우리나라 최북단 휴전선과 마주하고 임진강에서 지리산 섬진강 자락으로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이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까지 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동이리에서 전곡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전곡에서 다시 소요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소요산역에서 전철을 타면 노량진역까지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노량진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봉천고개에 있는 아파트까지 가야 합니다.

 

동이리에서 서울 집까지 가는데 버스를 세 번이나 타고 전철을 한 번 타야 하는데, 동이리에서 전곡으로 가는 버스를 한 번 놓치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소요산역에서 전철을 한 번 놓치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버스와 전철 시간을 잘 알아서 제 시간에 도착해야 약 4시간 반이 걸려 서울 집까지 도착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면 그보다는 3시간이 절약이 됩니다.

 

그러나 선지식을 찾아 수행을 하러 가는데 우리는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봉천고개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2호선을 탔습니다. 그리고 교대역에서 다시 남부터미널로 가는 4호선 지하철로 갈아탔습니다. 구례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아침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타지를 못하고 우리는 전동열차 한 대를 그대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열차를 놓치면 버스시간이 늦어지게 되므로 이를 악물고 전동차 문으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전동차를 숨을 쉬기가 어려웠으며, 앞뒤로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구름처럼 많은 사람의 물결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겨우 끼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러 이렇게 이름 아침에 가는 것일까? 물론 일터를 찾아 출근을 하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붐비는 전동차 안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물론 생각을 할 틈도 없겠지요. 이 사람들의 보석상자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보석 상자를 찾을 정신도 없겠지요.

 

밟히지 않는 사람이 道人

 

잠시 사람들 틈새에 끼여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전동차는 교대역에 도착했습니다. 전동차의 문이 열리자 나는 군중들 틈에 끼어 자동으로 문밖으로 튕겨 나왔습니다. 교대역은 4호선에서 2호선을 타기 위해 오는 사람, 2호선에서 4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가는 사람들이 서로 교타하여 아차 하면 발에 밟히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다치기 일쑤였습니다.

 

"음, 지금 이 순간은 치이지 않고, 밟히지 않는 것이 도다!"

 

정신 똑 바로 차리지 않으면 치이고, 밟혀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아침 출근 시간에는 뛰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은 사람의 숲을 잘도 피해 뛰어갑니다. 저렇게 우악스럽게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노약자나 어린이가 부딪히면 크게 다칠 것 같습니다.

 

지하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 왼쪽은 비워두어야 합니다. 천천히 가는 사람은 오른쪽에 서 있어야 왼쪽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고 다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무슨 일이 그리 바빠서 뛰어 갈까? 일이 그리도 바쁘다면 좀 일찍 나서면 될 일이 아닌가?

 

뛰어가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좀 늦으면 죽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는 뛰어가서 무엇을 얻을까? 불타는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는 마음을 어디에다 두고 있을까?

 

 

 

남의 걱정을 할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오직 옆구리를 치이지 않고, 발에 밟히지 않는 것만이 무사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중생은 이 일이 가장 당면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바라보니 그 많은 사람들이 치이지 않고 밟히지도 않으며 모두가 잘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도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도道란 산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구나!"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다 보면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개미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1호선, 2호선, 3호선…… 7호선, 8호선, 9호선…… 경춘선, 중앙선, 인천선, 경의선, 분당선, 신분당선, 공항철도, 수인선, 의정부 선……

 

 

 

 

1974년 8월 15일, 서울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 된지 39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지하철이 땅속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엮어져 있습니다. 지하철 선이 늘어날수록 땅 속을 더 깊게 파헤쳐 한참을 지하 속으로 내려가야 전동차를 탈 수 있습니다.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구름처럼 밀려왔다가 밤이 되면 다시 구름처럼 집으로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개미성에서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위하여 집을 짓고, 먹이를 물어 오는데 저들은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할까요? 집을 지키고 있는 아내를 위하여,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위하여…… 그런데 저들의 여왕개미는 이 시간이 무엇을 할까요? 뭐라고요?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요? 뭐 따지고 보면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