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연일 폭우로 무너져 내리는 논두렁

찰라777 2013. 7. 13. 05:08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가?

 

 

7월 12일 임진강 주상절리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무너지는 논두렁

-홍려석 선생님의 농사철학과 고민

 

 

 

연일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 2층 다락방에서 바라보이는 임진강이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흙탕물로 변한 강물이 숨 가쁘게 흘러내린다. 지금까지 보아온 임진강물 중 가장 높은 수위라고 한다.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하여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군남홍수조절지는 13개의 수문 모두를 열고 초당 7천7백 톤의 물을 쏟아낸다고 한다.

 

 

 

"이거, 노아의 방주를 연사케 하는군요."

"글쎄 말이요. 이렇게 계속 비가 내리다간 큰 홍수가 나겠어요. 중국의 쓰촨성처럼."

 

 

 

아내와 나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강물을 바라보았다. 거실에 앉아서도 운동장처럼 올라온 임진강 수위가 빤히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이러다간 임진강변에 살고 있는 주민과 농작물의 피해가 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침을 먹고 나는 해땅물자연농장으로 차를 몰았다. 어수정 삼거리의 도록 폭우로 일부 무너져 있다.

 

 

"면사무소에 신고를 해야겠군. 밤에는 위험하겠어."

 

 

마전리 삼거리를 지나 우회전을 하여 정발장군 묘소로 가는 고갯길을 넘으면 바로 해땅물 자연농장이 나온다. 농장에 도착하니 원두막에 홍 선생님이 홀로 쏟아지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다.

 

 

 

 

 

"비 오는데 나오셨어요?"

"네, 논두렁은 괜찮은가요?"

"지금 논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벼의 분열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논에 물을 어느 정도 잡아주어야 하는데 논두렁이 너무 약해요."

"그럼 물을 빼주면 되지 않나요?"

"물론 빼내기는 하고 있지만 밭으로 사용하기 위해 논바닥을 좀 높게 하여 놓았기 때문에 물을 빼내면 벼의 성장에는 지장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자 논두렁이 견디지를 못하네요. 어제도 세 번째 논두렁이 금이 가며 무너져 내려서 임시 땜방을 해 놓았는데 걱정입니다."

 

 

 

 

 

그는 내년에는 이모작을 포기하고 논바닥을 깎아서 낮출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농사를 지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모를 심는 인부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기계로 모를 심어야할지도 고민 중에 있다.

 

 

 

그의 농사철학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허지만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농사 량이 너무 많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고 노동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일할사람은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이앙기 대신 손으로 미는 쟁기를 이용할까도 고려중에 있다. 손으로 미는 쟁기는 그래도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

 

 

 

 

 

지구의 자원이 한정되어 에너지가 고갈이 되더라도 사람의 힘으로 농사를 지어 살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농사 철학이다.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을 무시하게 되고 점점 파괴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이루어 질 때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

 

 

 

기계는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에너지를 무한정 사용하게 된다. 원시시대 인간은 맨손으로 살아가다가 석기문화, 청동기 문화를 거쳐 오늘날 기계문명으로 대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구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사용하게 되고 지구는 자원전쟁을 하고 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언젠가는 고갈이 되고 말 것이다. 마구 태워지는 에너지 때문에 지구 전체에 이상기후가 생겨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미약한 힘이지만 에너지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곳이 홍 선생님이 농사 철학이다.

 

 

 

바람이 불어와 빗방울이 원두막 안까지 적셨다. 우리는 논두렁을 돌아보기로 했다. 물고를 조절하여 물을 빼내고 있지만 일부는 물이 논두렁을 넘치고 있다. 도랑에는 냇물이 노도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두 번째 논두렁을 가보니 이곳에도 약 5m 가량 논두렁에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쏟아지는 폭우를 감당하기엔 무리인데요. 무어가 조치를 취해야겠군요."

"원두막에 가서 줄과 돌을 좀 가져오세요."

 

 

 

나는 원두막으로 가서 주변에 있는 돌과 줄을 싣고 논두렁으로 갔다. 빗물이 온 몸에 스며 든다. 비옷을 입었지만 워낙 세계 쏟아져 내리고 있어 속옷까지 젖고 만다. 홍 선생님은 논두렁을 쇠몽둥이로 다지며 두꺼운 비닐을 가져와 덮는 작업을 했다. 비닐 포장 네 곳에 줄을 묶어 무거운 돌을 달아서 논두렁에 금이 가는 곳을 덮었다.

 

 

 

 

 

 

 

 

 

네 개의 계단식 논으로 이루어진 논은 작년에 논두렁 작업을 했다. 논두렁을 이중으로 쌓아서 수해에 방비를 해두었지만 워낙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게 계단식 논의 문제점이다.

 

 

 

임시 땜방질로 작업을 끝내지만 불안하다. 논농사는 물을 다루는 농사여서 장마철이면 늘 문제가 생긴다. 비가 이대로 계속해서 내린다면 속수무책이다. 온 몸이 빗물로 젖어서 한기마저 느껴진다. 농부들의 고충은 장마가 질 때마다 커진다. 비가 너무 안 와도 걱정이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걱정이다.

 

 

 

 

 

 

어제는 물고를 수리 하느라 몇 십 만원의 돈이 들어갔다. 사실 홍 선생님은 수입이 그리 많지 않다. 자연농사를 고집하여 수확량이 적다보니 자연히 수입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허지만 그는 10년 째 이 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현실과는 상당이 고통스런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간부를 지내던 그가 맨주먹으로 이렇게 힘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지만 그는 언제니 웃는 얼굴이다. 어떨 때는 싱긋 웃는 미소가 천진하기까지 하다. 시기와 질투, 경쟁심으로 불꽃 튀는 사회에서 살다가 산속에 들어와 자연과 10년 째 접하다보니 마음이 변하고 모습까지 변했다고 한다. 그는 이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씀씀이를 줄이고 자연이 주는 결과물로 머고 사는 것 자체가 은혜라는 것이다.

 

 

 

 

나는 젖은 몸을 이끌고 농장을 떠났다. 홍 선생님도 할아버지 기일이어서 좀 일직 들어가시겠다고 한다. 마전 삼거리를 지나 동이리로 접어들어 임진강변에 도착하니 그새 물이 더 불어나 있다.

 

 

 

정말 노아의 방주가 일어나려나?

그럼 인간들은 원시대로 돌아가 자연농사부터 시작하겠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