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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④]매운음식에 음주를 즐기는 나라

찰라777 2013. 12. 26. 06:15

[부탄여행④-팀푸] 매운음식 좋아하고 음주 즐겨... 우리와 닮은 꼴



▲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인 팀푸는 해발 2400m에 위치하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도시로, 왕추강 계곡을 따라 길게 늘어선 도시는 마치 우리나라 지리산 자락처럼 한적하게 보인다. 멀리 히말라야 설산이 보인다


 

부탄으로 오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어려웠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팀푸에서 30여km 떨어진 파로(Paro)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1984년도에 개통한 파로 공항은 단 두 대의 비행기가 승객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우리처럼 육로를 이용해 입국을 하는 경우에는 높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몇날 며칠을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부탄이다.

 

1970년대 후반에야 외국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한 부탄은 오랫동안 고립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가이드를 고용하지 않으면 여행이 허용되지 않고, 하루에 200~290달러의 여행세가 부과된다.


▲왕추강을 따라 조욯하게 들어선 부탄의 수도 팀푸시

 

'지구 상의 마지막 샹그릴라'라 불리우는 부탄에 도착한 다음날, 수도 팀푸에 도착했다. 얼마나 가고 싶었던 곳이던가? 아내와 나는 7년 전에 품었던 여행의 꿈을 드디어 이루고 있었다. 부탄에 여행을 가기로 결심을 한 뒤 7년이 지나서야 늦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도 여행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영향이 크다.

 

4박 5일 일정의 짧은 일정이지만 하루에 200달러, 총 1인당 1000달러의 비용은 너무 비싸다. 거기에 항공요금은 별도다. 물론 그 비용 속에는 먹고, 자고, 구경하고, 움직이는 교통비와 가이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우리처럼 배낭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여전히 버거운 요금이다. 그래도 우리는 부탄여행을 위해 절약을 하며 돈을 모았고, 아이들이 십시일반 여행비용을 보태주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부탄에 있다.  


이렇게 여행비용이 비싼데도 세계의 여행자들은 부탄을 찾는다. 환경 오염 등을 고려하여 부탄은 여행자 수를 제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탄여행을 희망하는 여행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7년 기준 부탄을 여행한 사람 수는 20,000명이 넘는다. 부탄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티베트나 네팔처럼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환경 오염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 팀푸

 

멀리 히말라야 설산이 바라보이는 팀푸는 왕추(Wang Chhu)강 계곡을 따라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들어 서 있었다.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지리산 화개동천을 따라 언덕에 늘어서 있는 마을처럼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티쉬쵸 드종과 왕궁아래 왕추강을 따라 낮은 건물들이 들어선 팀푸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다  <!--[endif]-->


"저 강가에 있는 집이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전 국왕의 왕비 중 한 분이 살고 있습니다."


쉐리가 계곡으로 흘러가는 강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가에 위치한 왕비의 집은 이층집으로 보였는데, 그저 수수하게 보였다. 강이 흐르는 팀푸는 보기에는 낮아 보이지만 해발 2400m에 위치한 부탄의 수도다. 팀푸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팀푸는 신호등이 없는 도시다. 신호등을 하나 설치를 했는데, 어쩐지 어울리지 않다는 시민들의 반응에 그 신호등을 없애고 다시 경찰이 수신호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팀푸의 경찰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팀푸의 풍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느리고 여유가 있다. 팀푸는 왕추강 서쪽에 시가지가 형성돼 있고, 북쪽과 남쪽 두 개의 로터리를 중심으로 '노루진 랑 대로를 따라 상업지역과 관공서·호텔이 밀집돼 있다. 북쪽 로터리 위쪽으로는 국립도서관·골프장·타쉬쵸 드종·부탄 왕실 등 관광지가 모여 있다.

 

한국인과 비슷한 식성

 

오후 2시, 팀푸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부탄 현지 여행사 사장 치미(Chimi Dem)가 레스토랑으로 와서 인사를 했다. 부탄 전통 복장을 한 그녀는 퍽 인자하게 보였다.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친근한 모습이랄까?


▲ 팀푸의 레스토랑에서 점심메뉴로 나온 음식. 매운 고추가 곁들여 있다. 

부탄사람들은 한국사람보다 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부탄의 고추 수프. 청양고추보다 더 맵다!

 

"아이고, 매워라!"

"코가 맹맹해요!"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것 같은데요."

 

고추와 야채, 소고기를 곁들인 쌀밥이 나왔다. 풋고추를 삶은 수프는 엄청 매웠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부탄 사람들의 식성은 한국 사람과 비슷하다. 낯설지 않은 풍경, 비슷한 식성…. 그들은 우리와 닮은꼴이다. 쉐리는 부탄 전통 술이라며 부탄 전통 문양이 새겨진 이상한 술병을 가져왔다. '아라'(Arra)라고 하는 부탄 전통술인데, 우리나라 안동소주 맛과 비슷하다. 밀이나 쌀·옥수수를 발효 시켜 빚어낸 순곡 증류주다.



▲붉은 빛이 나는 부탄 전통술. 안동소주처럼 강하다. 

부탄 사람들은 두주불사 할 정도로 음주가무를 즐기며 음주문화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크앙~, 어이구 독해요!"

"그러게…. 안동 소주맛과 비슷해요."

"매운 음식이나 독한 술,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랑 닮은 점이 너무 많아요."

 


부탄 말 중에는 우리 말과 비슷한 말이 많다. 놀랍게도 부탄에서도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 '엄마'를 '아마'라고 부른다. '아저씨'를 '아쌰'라고 하고, 상대방을 부를 때 '어이'와 대답을 할 때 '응'(yes)도 우리말과 유사하다. 주어와 동사의 어순도 비슷하다.

 

학술적으로는 부탄 언어는 티베트와 버마계로 문자는 산스크리트어를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 상당수의 몽골계 혈통이 정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네팔도 '그룽'성을 가진 사람은 몽골 계통이다. 그래서일까? 부탄 사람들은 중국인은 싫어하지만 몽골인과 한국인을 좋아한다. 부탄은 티베트를 집어 삼킨 중국을 싫어한다. 때문에 부탄에는 중국 음식점이 없다. 또한 중국인들에 대한 비자는 매우 까다롭다.

 

부탄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티베트처럼 나라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부탄이 인도에게 경제와 외교 등을 전적으로 의존을 하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부탄 사람들은 '중국'의 'ㅈ'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중국을 싫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터 같은 팀푸의 주말시장과 재래시장


▲ 저울을 달아 물건을 팔고 있는 팀푸 주말시장. 우리나라 장터와 비슷하다.



▲ 팀푸 주말시장에서 팔고 있는 말린고추와 풋고추 엄청맵다.


 

점심을 먹고 주말시장에 들렸는데 정말 고추가 많았다. 말린 고추, 풋고추의 모양이 우리나라 청양고추나 영양고추처럼 모두 매운 고추다. 시장 바닥에 고추를 늘어놓고 파는 모습도 우리나라 장바닥과 흡사하다.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부탄은 고추 생산량이 10,447MT(2007년기준)에 이른다. 

 

팀푸의 주말시장은 우리나라 장터를 연상케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열리는 장터는 우리나라 오일장과 흡사하다. 구례장터 같은 풍경이랄까? 마침 팀푸에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라서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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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푸주말시장 풍경. 우리나라 장커와 비슷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각종 농산물이 풍성하게 쌓여 있었다. 야채·곡물·과일·건어물·약초·고추·감자·양파·당근·상추·고구마·버섯…. 다양한 야채와 과일·수공예품을 늘어놓고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영락없이 한국의 아주머니들과 같다.

 

두주불사(斗酒不辭). 부탄사람들은 독한 술을 좋아하고 음주가무를 즐긴다. 일단 술을 입에 대면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신다고 한다. 군대에서도 럼주와 위스키 제조를 허용한다고 하니 알 만하다. 


▲ 팀푸 주말시장 건어물

 

음주 문화, 매운 음식, 어른을 공경하는 풍습, 12간지에 따른 사주팔자 보기, 용과 호랑이를 선호하는 풍습도 우리와 비슷하다. 팀푸의 재래시장에서 잃어버린 우리 과거 모습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