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설거지물도 양동이 받아 텃밭에 준다

찰라777 2014. 6. 13. 07:22

설거지물도 양동이 받아 텃밭에 준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임진강 유역...가뭄대책이 시급하다

 

 

이곳 임진강 유역 연천은 날이 너무 가물어 거의 기근 상태입니다. 지난 6월 2일 날 가랑비가 잠시 내리기는 했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연천지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51.1mm((5월 22일 현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3mm에 비해 101.9mm나 줄어 극심한 물 기근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 연천 임진강은 가뭄이 극심한데다 북한 측에서 황광댐 방류를 줄이는 바람에 염도가 높아져 농업용수로 사용하기가 어려울 정도다(임진교 부근에서 수심이 얕아진 임진강을 걸어서 건너다니며 낚시를 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측에서 황강댐 물길을 막으면서 임진강 유입 유량도 초당 5톤으로 필요유량 19.85톤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여 심각한 물 부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임진강 하류에는 바닷물이 역류하여 흘러들어와 염분농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농업용수로 사용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임진강 하류지역에는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도 있다고 합니다.

 

경기도는 연천지역 등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관정 개발, 송수시설 설치, 양수장 개설 등 용수개발사업을 위한 가뭄대비 사업비를 긴급지원하고, 한국수자원공사에 임진강 상류부 군남댐 방류량을 확대하도록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전체적인 가뭄 해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늘이 비를 내려주어야 합니다. 허지만 소나기 소식만 있을 뿐 애꿎게도 멀리서 천둥번개만 치며 변죽만 울릴 뿐입니다.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관민이 합심하여 가뭄을 극복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 설거지물을 양동이로 길러다 텃밭에 주고 있다.

 

200여 평의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 집도 물 기근은 예외가 아닙니다. 며칠 만 물을 주지 않으면 텃밭의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우물이 없어 수돗물로 텃밭 전체에 물을 주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도요금도 누진적용 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허드렛물까지 받아서 텃밭에 날라 주고 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처마 밑에 큰 양동이를 받쳐놓고 빗물을 받아쓰고, 설거지 하수구에도 양동이를 받쳐서 흘러가는 허드렛물을 받아 텃밭에 주고 있습니다. 사실 허드렛물로 버려지는 물의 양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먼저 큰 양동이에 물을 받아 놓고, 작은 양동이 두 개로 오전에 다섯 번, 오후에 다섯 번 물을 길러 텃밭에 날라다 물을 주고 있습니다.

 

 

▲ 처마 밑에 큰 양동이를 받쳐놓고 빗물을 받아서 쓰고 있다.

 

 

운동 삼아 물을 길러주기는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양동이로 물을 길러 나르다 보니 어린 시절 물지게로 물을 길러 나르던 생각이 났습니다. 백 여호 정도 되는 우리 마을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 우물을 <들샘>이라고 불렀습니다. 들과 가까운데 있는 샘물이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다고 했습니다.

 

이른 아침과 저녁나절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물지게를 지고 <들샘>으로 물을 길으러 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길러다 먹어도 들샘은 마르지 않고 물을 콸콸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 역시 물지게를 물을 길러 날랐는데, 처음에는 균형이 잘 잡히지 않아 출렁거리는 바람에 양동이의 물을 절반 정도 쏟아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귀한 물을 함부로 허비한다고 어머님한테 야단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 허드렛물도 버리지 않고 받아서 텃밭에 사용한다.

 

 

물지게에 걸린 양동이 물이 흐르지 않으려면 첫째 균형을 잘 잡아야 하고, 둘째 일정한 리듬을 타야하고, 셋째 보폭을 작게 하여 잦은걸음으로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출렁거리지 않습니다. 당시 나는 어머님한테 야단을 맞으며 물지게를 지는 방법을 수차례 전수를 받았습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균형과 리듬, 잦은걸음으로 걷는 연습을 매일 하고 나니 물이 출렁거리지 않아 물 손실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 양손에 양동이를 들고 물을 기르는 방법도 물지게로 물을 기르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님한테 야단을 맞으며 물지게를 지는 방법을 전수 받았던 때를 회상하며, 허드렛물을 받아 오늘도 양동이에 물을 길러다 텃밭에 주었습니다. 상추, 토마토, 오이, 호박, 수박, 참외 밭 등에 물을 주고 나면 양어깨가 뻐근해집니다.

 

 

▲ 양동이 두 개로 하루에 열 번씩 허드렛물을 길러다 텃밭에 주고 있다.

 

우리에게 물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물이 없으면 우리는 하루도 살 수가 없습니다. 물, 공기, 햇빛은 흔한 것 같지만 사실 잠시라도 없어서는 아니 될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물을 아껴 써야 합니다.

 

지금 지구촌은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호주 남서부 지역은 수년째 가뭄이 지속되어 단계별로 용수제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호주 멜버른에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존이라는 친구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존은 설거지물을 받아서 정원에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에게 정원에 수도꼭지가 없어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고 만약에 호스를 사용해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집에서 세차를 하는 행위, 스프링클러를 사용하는 행위 등이 발각되면 220달러의 벌금 스티커를 받게 되고, 수돗물의 수압을 낮추어 샤워도 할 수 없게 된답니다."

 

"저런, 그렇군요!"

 

▲ 양동이를 총동원하여 빗물과 허드렛물을 받아 텃밭에 길러주고 있다.

 

그러면서 존은 얼마 전 이웃집에서 호스로 정원에 물을 주다가 물경찰에게 발각되어 수압을 낮추는 단수조치를 받아 곤욕을 치렀다고 귀띔을 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멜버른을 비롯하여 호주 남서부에 수년째 가뭄이 지속되자 정부는 단계별로 용수제한 조치를 취하고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나서 존의 납득이 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여러분의 집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먼저 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난리를 치겠지요. 그러나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볼 문제입니다. 혹 당신은 수돗물을 틀어놓고 양치를 하거나, 대중탕이라고 해서 샤워기를 마냥 틀어놓은 채 목욕을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