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가뭄속에서도 장마에 대비해야지요

찰라777 2014. 6. 13. 18:51

장마에 대비하여 하수구를 청소하고 풀을 깎다

 

6월 12일 보름날

 

 

 ▲임진강 상공에 휘영청 떠있는 보름달

 

 

오시라는 비는 오시지 않고

하늘엔 보름달만 휘영청 떠있네

소나기라도 한줄기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으련만...

 

요즈음 이곳 연천지역은 너무 가뭄이 심하군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임진강 수심이 얕아져 사람들이 강심을 걸어 다니며 낚시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서울 경기 다른 지역에는 국지성 소나기가 내려 비소식이 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연천 임진강 유역은 멀리서 천둥소리만 들리고 아직까지 소나기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제(6월 11일) 잠시 소나기가 내리는 가 했더니 겨우 풀잎만 젖게 하고 멈추어 버렸습니다. 오후에 임진강변을 산책을 하는데 불과 100여 미터 사이인데도 전혀 물방울 자국이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옛날 어르신들 말씀에 “소등 왼쪽에는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오른쪽에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꼭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곧 장마철이 돌아오겠지요. 그래서 장마철에 대비하여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풀도 깎고, 하수구를 정리하고 이불도 내다 햇볕에 말렸습니다. 하수구 청소는 누구나 하기가 싫고 힘든 일입니다. 우리 집 뒤꼍에는 언덕을 이루고 있는데 해마다 가을이 오면 떨어져 내린 낙엽이 하수구를 꽉 메우곤 합니다. 그래서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하수구를 청소를 해주어야 합니다.

 

 

 

 

하수구를 그대로 놓아두면 물이 잘 내려가지 않을뿐더러 파리 모기들이 번식을 하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가 되고 맙니다. 금년에도 하수구 철장을 들어내 보니 그 속에 낙엽과 토사가 꽉 메우고 있습니다. 하수구를 긁어내다 보니 지렁이, 모기 새끼 등이 득실거리고 있군요.

 

 

 

 

오전 내내 하수구를 긁어내서 퇴비장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더러운 하수구 오물이지만 퇴비장의 풀과 함께 삭혀두면 좋은 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만물은 더럽고 깨끗한 것이 서로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야심경에 불구부정(不垢不淨-더럽고 깨끗한 것이 따로 없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딱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깨끗하지만 곧 더러운 것으로 변하여 하수구로 흘러갑니다. 그게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물고기들이 먹고, 증발이 되어 다시 비를 내려 우리가 그것을 먹거나 마시게 됩니다. 퇴비도 더럽지만 숙성을 하여 논밭에 주면 작물이 성장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지요.

 

 

 

 

 

오전 내내 하수구를 정리하고 나니 마치 내 속을 청소한 듯 개운합니다. 갈증도 나고 해서 점심때 청정남 아우가 보내준 진천 생 막걸리를 한 잔 했습니다. 막걸리는 참으로 좋은 민속주인 것 같습니다.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배도 부르게 하니 말입니다.

 

 

 

 

 

알코올 농도다 6%인데도 술이 약한 나는 취기가 돕니다. 청정남 아우는 참으로 고마운 동생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마시라고 80년 전통의 막걸리를 한 박스(12병)이나 보내주었습니다. 그 중 몇 병은 현이 할머니네 집에 갔다드렸습니다. 가끔 상추도 얻어먹고 도움을 많이 받는 이웃과 함께 나누어 무언가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막걸리를 한잔 하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 내려 오수를 잠간 즐겼습니다. 오후에는 제초기를 들고 대문 앞에서부터 이장님 집이 있는 곳까지 풀을 깎았습니다. 날이 가문데도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나서 차량이 통행하는데 불편을 줄 정도입니다.

 

 

 

 

작년에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제초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확실히 배워 두었는데, 아주 요긴하게 써 먹고 있습니다. 제초기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안전복장과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전에 큰 돌이나 장애물이 없는지 살펴보고 긴 나뭇가지나 돌을 제거를 한 다음에 제초기를 돌려야 위험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제초기 칼날을 지면과 수평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평지든 언덕이든 최대한 수평으로 사용하여 지면과 마찰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어깨로 사용하지 말고 몸 전체를 마치 골프 스윙을 하듯 유연하게 좌우로 돌려서 사용해야 합니다. 가급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깎아내야 깎인 풀이 몸으로 튀어 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왼손잡이는 반대로 해야겠지요.

 

 

제초기를 돌리는 작업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두 시간 정도 제초기를 돌려 도로의 풀을 깎고 정리를 하고 나니 온 몸에 땀이 고이는군요. 허지만 길이 뻥 뚫리는 것 같아 기분은 매우 상쾌합니다.

 

땀 흘려 노동을 하고 나면 샤워를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니 다시 갈증이 납니다. 요즈음 내 농사일을 도와주느라 며칠 째 금가락지에 머물고 있는 친구와 함께 막걸리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강변으로 산책에 나섰습니다. 요즈음 매일 저녁 식사 후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며 소낙비 내릴 듯 말듯 하더니, 어느새 맑게 개이고 동산엔 보름달만 휘영청 떠 있군요. 소나기라도 한줄기 시원하게 내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정말 이럴 땐 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