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임진강 방생 법회를 바라보며…

찰라777 2015. 3. 13. 08:42

38, 맑음

 

방생법회에 차려놓은 진수성찬

 

아침 일찍 파주에서 청정남 아우가 왔다. 오늘 금가락지를 방문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렇게 일직 올 줄은 몰랐다. 이장님 댁에서 홍 교수 집까지 농로를 포장을 해야 하는데 아우의 밭 일부가 도로로 들어가게 되어 이장님이 토지사용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전갈이 왔다. 그래서 토지 소유주인 아우가 직접 현황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므로 내방을 하도록 부탁을 했다.

 

그와 함께 이장님으로 댁으로 가서 토로포장 설명을 자세하게 들었다. 이장님 댁에서 농로가 끝나는 홍 교수 집까지는 약 300m정도 되는데 여러 사람의 소유 땅이 조금씩 물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서로 편리에 의해서 길이 있어야 하는데 자동차는 겨우 드나들지만 포장이 안 되어 여름철 장마철이 지나면 항상 길이 패이고 도로가 유실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침 군에서 포장을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토지 소유주들로부터 일일이 토지사용승락서를 받아서 첨부를 해야 한다. 군에서 도로수용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므로 소유는 그대로 두되 무상으로 사용승락을 받아야만 포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장님은 그 작은 농로에도 15명 정도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일일이 연락을 하여 인감증명을 첨부하여 토지사용승락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잘 연락이 안 되고, 또 어떤 사람은 사용승락을 거절을 하는 사람도 있어 일을 보기가 난감하다고 한다. 접촉 토지를 살펴보니 아우의 땅이 110정도로 물려 들어가 가장 많이 도로로 제공되고 있었다. 매사에 시원시원하고 긍정적인 아우는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이장님 댁을 나오니 임진강에서 푸닥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여왔다. 아우와 함께 임진강으로 걸어 가보니 어느 절에서 대대적으로 방생을 하는 모양이다. 강가로 가까이 다가가니 서울에 있는 어느 절에서 강변에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방생법회를 한다고 한다. 풍악을 울리며 전을 지지고 음식을 잔뜩 준비하고 있었다. 대형 버스가 일곱 대나 와서 갑자기 임진강이 떠들썩해졌다. 이 절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 방생 법회를 이곳에서 열고 있다.

 

 

이곳 동이리 임진강 주상절리는 무당이나 절에서 찾아와 방생을 하며 치성 기도를 가끔 드리는 곳이다. 아마 이곳이 그런 기도를 하기에 좋은 곳인 모양이다.

 

고무풍선 속에 얼음을 재어서 잡아온 물고기들이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죄 없는 물고기들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원래 방생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 ··짐승 따위의 산 것들을 사서, 산에나 못에 놓아 살려 주는 일이다. 방생은 살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살생을 금하는 것은 소극적인 선행이고 방생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는 일로 권장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생의 근거는 금광명경(金光明經)유수장자품에 근거하고 있다.

 

금광명경에 의하면 유수장자는 물이 말라붙어 물고기가 생명을 잃게 되자 두 아들과 함께 말라 뭍은 늪에 물을 가득 채우고 먹을 것을 주어 물고기를 살려 냈다고 한다. 예로부터 방생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해지고 있지만, 중국 북송 시대 연수선사의 이야기에서 방생의 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비닐 상자 안에서 죽어가는 물고기들 

 

연수선사는 출가를 하기 전에는 창고지기였다고 한다. 연수선사는 창고지기를 하면서 창고에 있는 공금으로 죽음에 처해 있는 물고기를 사서 살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공금을 사용한 것이 들통이 나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그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고 생명을 살려내는 데 공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풀려나게 되었다.

 

감옥에서 풀려난 연수선사는 출가를 하게 되었고, 출가를 한 후에도 낮에는 방생을 하고, 밤이면 구심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수선사가 정진을 하고 있으면 품으로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임진강에서 방생법회를 행하고 한 비구니 스님이 마른 명태를 들고 신도들의 머리와 온 몸을 탁탁 두들겼다. 그렇게 하는 것이 1년 동안의 재앙이 소멸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다고 한다. 스님으로부터 명태 세례(?)를 받기위해 수백 명의 신도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텐트에 앉아 음식을 지지고 볶으며 먹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명이 수백 마리의 죄 없는 물고기를 고무풍선에 가두어 담아 와서 방생법회를 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전의 유래를 보더라도 생명 살리기의 본 뜻을 거스르는 행위처럼 보인다.

 

▲방생을 하고 남은 물고기들

 

물론 방생의 의미를 중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생명을 살려주는 행위 자체는 좋은 의미다. 그러나 돈을 들여 물고기를 일부러 사고, 차비를 들고 멀리 임진강까지 와서 북 치고 장구 치며 고성으로 떠들며 고즈넉한 임진강을 더럽히며 방생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방생의 참 뜻에 맞지 않는 행위로만 보인다.

 

 

 

방생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방생은 오히려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먹이사슬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그런 비용으로 추운 겨울을 나는 야생동물과 임진강을 찾아드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등 조류들에게 먹이를 사서 주는 것이 방생의 참뜻에 걸맞지 않을까? 또한 방생비용을 모아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