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두더지가 굴을 파놓은 배추밭

찰라777 2015. 9. 5. 10:23

94일 금요일 맑음

 

 

 

매일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돌아보는 게 나의 일과 중에서 가장 큰 일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자라고 있던 배추 두 포기가 시들시들하다.

 

 

 

 

"혹시 거세벌레가 뿌리 밑동을 잘라 버렸을까?"

 

망사를 벗겨내고 시든 배추를 살짝 잡아 당겨보았다.

뿌리가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 달려 있는 것을 보면 거세벌레 소행은 아닌 것 같다.

한 그루를 뽑아보니 뿌리는 튼튼한데 땅이 메말라 있다.

 

 

 

 

"어제 소나기가 상당히 많이 내렸는데 땅이 벌써 마르다니……."

 

땅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뿌리 밑으로 두더지가 굴을 파놓고 있었다.

두더지가 굴을 뚫고 지나간 자리는 바람이 송송 들어가 땅이 메마르고 뿌리가 활착을 하지 못한다.

 

두 포기 중에 한포기는 그대로 두고 발로 땅 주위를 눌러 준 다음 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포기는 시든 잎은 따버리고 상추 밭에 옮겨 심었다.

다음날 (95) 아침에 다시 가보니 배추가 싱싱하게 웃고 있다.

 

 

 

두더지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땅굴을 판다.

주로 애벌레·번데기·거미·지렁이·풍뎅이·달팽이·지네·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다.

 

두더지는 땅을 파고 땅 밑으로 다니기에 땅과 가장 친한 동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농부는 두더지라는 속담이 생겨났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선입견에 전혀 어긋나는 행실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두더지가 나비 못되라는 법 있나라는 말을 쓴다.

 

두더지 혼인이라는 말은 제 분에 넘치는 엉뚱한 희망을 가진다거나 자기보다 썩 나은 사람과 혼인하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동류와 혼인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순오지(旬五志)·동언해(東言解)등에 이에 대한 유래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두더지는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햇님에게 청혼을 하였는데, 햇님은 구름이 나를 가리니 나는 구름만 못하다고 하였다.

 

두더지가 구름에게 가서 청혼을 하자, 구름은 바람이 나를 흩어지게 하니 나는 바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두더지가 다시 바람에게 청혼하자, 바람은 석불(또는 미륵)만큼은 쓰러뜨리지 못한다고 했다.

 

두더지가 석불에게 가자, 두더지가 땅을 파면 자기는 넘어지므로 두더지가 자기보다 나으리라 했다.

 

그래서 결국 두더지끼리 혼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