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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고원에서의 팬벨트가 끊어지다[초모랑마 베이스 캠프-팅그리)

찰라777 2015. 9. 19. 17:40

 

 

527일 아침 9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올드 팅그리로 향했다. 장엄한 설산이 점점 멀어져 갔다. 우리는 초모랑마 입국 통제소에서 기다리고 운전사 깡파의 지프를 타고 황량한 고원지대를 달려갔다. 지프가 달려갈수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에서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프가 달려갈수록 숨쉬기가 조금씩 편해졌다.

 

 

▲티벳 오지에서 팬벨트가 끊어진 렌터카.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수리를 했는데 2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다.

 

황량한 고원지대에도 푸른 추원이 펼쳐져 있고, 초원에는 야크 떼와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야크 떼가 풀을 뜯고 있는 초원을 달리다가 깡파의 지프가 갑자기 멈춰 섰다. 깡파가 본네트를 열어보더니 오마이 갓!”하고 소리를 질렀다. 팬벨트가 끊어졌다는 것. 여분의 펜벨트가 없는지 깡파는 울상을 지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 고장인가! 라사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낡은 랜드로버는 수차례고장이 나곤 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에베레스트의 고원에서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깡파는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운전사로부터 팬벨트를 얻어야만 자동차를 수리하여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에베레스트 초원에 자동차를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는 무려 1시간이이나 지나 겨우 지나가는 지프를 만날 수 있었다.

 

 

 

▲팬벨트를 수리하는 운전사

 

깡파가 손을 흔들자 지프가 멈췄다. 오지를 오가는 그들은 서로의 애로사항을 알고 있었다. 지나가던 지프에서 운전사가 웬일이냐고 묻자 깡파는 팬벨트가 끊어졌다 고하자 그가 팬벨트를 들고 내려 깡파가 펜벨트를 교환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동변상련, 그들은 이 오지를 오가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멈추며 깡파에게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며 지나갔다. 그러자 깡파는 웃으면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어려운 처지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그들의 풋풋한 인간에가 가슴까지 느껴졌다. 그 순간에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 모양이다. 어려울수록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동료애가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깡파가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나는 양떼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양떼들이 풀을 뜯다가 목동이 휘파람을 불자 풀을 뜯는 것을 멈추고 모두가 목동을 따라갔다. 양떼들 목동의 신호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히말라야의 설산 위에는 흰 구름이 솜이불처럼 덮여 있었다. 무려 2시간이나 지나 깡파가 팬벨트 교체를 다 했는지 자동차에 타라고 했다.

 

지프는 다시 티벳고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지프가 다시 움직이자 깡파는 곧 기분이 좋아 졌는지 콧노래를 불렀다. 하여간, 그의 타고난 낙천적인 성품은 정말 본 받을 만 하다. 2시경 올드 팅그리에 도착하여 <안다반점>이란 티벳식당으로 들어갔다. 감자와 백채, 흰죽과 라이스를 곁들인 티벳음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음식 맛이 그만이었다. 이른 아침에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세수도 하지 못하고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포켓볼을 치는 티벳소년들. 팅그리에서 

 

점심을 한 후 차를 한자 마시며 티벳의 아이들이 낡은 당구대에서 포켓볼을 치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였다. 당구공이 잘 굴러가지도 않는 당구대에서 장발의 소년이 당구를 치는 폼이 일품이다.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그들은 아곳 하지않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낡은 신사복을 입고 다 떨어진 모자를 거꾸로 쓴 채 당구 큐를 손에 든 소년의 모습도 이곳 티벳 오지에서 보는 별난 풍경이다. 그는 옷차림에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오직 상대방의 당구볼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나는 거의 시간이 멈춰 서 있는 듯한 풍경에 사로잡혀 있었다. 당구대 위에는 한 마리의 소와 경운기, 그리고 트럭이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느리게 걸어 다녔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려울수록 여유를 찾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보고 있었다 티벳 고원에서 당구를 치는 소년들의 모습은 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영상이다.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에서-팅그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