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절, 에베레스트 롱푸곰파

찰라777 2015. 6. 22. 16:10

꼬부랑길의 절정, 초모랑마 롱푸계곡 

 

팡 라Pang-la 고개에서 초모랑마 파노라마를 감상한 후 지프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해발 5120m에서 내려가는 절벽 길은 그야말로 꼬부랑길의 절정이다. 치프는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늙은 곰처럼 느리게 계곡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꼬부랑길의 절정 팡라 고개

 

히말라야는 먼 옛날 바다였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흔들거리는 지프는 마치 깊은 심연의 바다를 유영하듯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마치 잠수함을 타고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1960년대 히말라야 산맥에서는 공룡화석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지금도 소금호수가 존재하고 그 호수에는 바다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바다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은 롱푸계곡 

 

 

 

바다속을 혜엄치는 것 같은 깊은 계곡

 

강 주변에는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런 곳에 넓은 분지가 있고, 푸른 녹지가 있으며, 그 푸른 녹지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계곡은 깊고 험하다. 가파른 경사지에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를 깡파는 잘도 따라갔다. 동굴을 끼어 나가니 계곡이 더 깊게 펼쳐진다. 강가에 마을이 보이고 목초지도 보인다. 보리농사를 짓는 밭도 보인다.

 

 

 

 

중국정부는 이 롱푸 계곡을 주봉로(珠峰路, Zhufeng Road)라고 부른다. 즉 초모랑모(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 계곡은 오래전부터 롱푸 계곡으로 알려져 왔다. 그 계곡으로 흐르는 강은 밀라래빠는 로따한강이라고 노래했다. 북쪽 눈의 나라 티벳과 네팔의 경계지점에, 서로의 언어가 다르지만 한때 온갖 종류의 물품을 교환하던 화려하고 번창한 교역의 장소가 있었다.

 

동쪽으로는 달리는 사자처럼 보석 바위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왼편으로는 장수의 여신인 쩨링마(초모랑마)가 살고 있었다. 거기 고요한 장소에 한때 위대한 명상 수도자 밀라래빠가 머물렀다. 그곳은 설산의 신들이 에워싸 지키는 천혜의 장소로 초원과 목초지가 많았으며, 여러 가지 약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축복받은 그곳 약초 골짜기의 은둔처 곁으로는 로따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딩마진, 이름난 장소이네.

인도인과 티벳인들이 함께 모여

물품을 교역하는 시장터.

이곳엔 그대 천상의 여왕이 사네.

백설의 호수를 지키는 여신 쩨링마여,

머릿단은 험준한 산봉우리 흰 눈으로 장식하고

치맛자락은 약초 골짜기의 포른 초원으로 수놓았네.

여기 강물이 휘감아 흐르는 곳,

팔만 말썽꾸러기들이 모였네.

-밀라래빠의 십만송 중에서

 

여기서 딩마진은 팅그리를 말하고, 쩨링마 여신은 초모랑마 여신을 일컫는다고 한다. 팅그리에서 초모랑마 베이스캠프까지는 100km가 넘는다. 그곳은 로따한 강이라 일컫는 롱푸 계곡이 강을 이루며 눈 녹은 여신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약초의 푸른 골짜기란 바로 이 롱푸계곡을 말하지 않을까?

 

 

 

 

깡파는 넓은 초원이 펼쳐진 검문소에 지프를 멈췄다. 초모랑마 풍경구(Quomulugma scenic area)라는 간판이 하나 푸른 창공에 떨렁 서 있다. 자동차, 사냔, 도끼, 휴지를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모든 차량은 풍경구 안으로 진입을 불허한다는 표시(Vehicles not from the scenic area forbidden)도 보인다.

 

미스터 초이, 여기서부터는 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저기 셔틀버스를 타고 초모랑마 베이스캠프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내일 아침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오케이, 강파 고마워요.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요.”

 

 

 

▲초모랑마 풍경구입구에 있는 Snow Man 레스토랑

 

 

검문소에는 ‘Snow Man'(雪人餐廳)이란 작은 레스토랑이 있었다. 우리는 스노우 맨 레스토랑에서 보리빵과 야크차 한잔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큰 배낭은 깡파의 지프에 맡겨놓고 작은 가방만 매고 공원 셔틀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요금으로 80을 냈다. 될 수 있는 한 짐을 가볍게 들고 가라는 깡파의 충고에 따라 침낭도 두고 갔다. 게스트 하우스는 난방장치도 없다는데, 다소 걱정이 되었다.

 

버스는 천천히 계곡의 푸른 초원을 달려갔다. 해발 5000m의 고원에 이렇게 넓은 초원이 펼쳐지다니! 놀랍기만 하다. 밀라래빠가 노래했듯 약초의 골짜기란 말이 실감이 난다. 야크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깊은 바다속을 헤엄치듯 롱푸계곡을 느리게 기어가는 지프

 

 

 

자전거를 타고 초모랑마로? 

 

와우, 저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있어요!”

저런! 정말이네!”

 

버스에 탄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지른다. 자전거를 타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작은 마을을 지나니 흰 눈에 덮인 초모랑마 정상이 적갈색 언덕위에 나타난다. 삼각형의 봉우리 위에는 흰 눈이 깃발처럼 휘날린다. , 초모랑마 여신이여! 마침내 우리는 초모랑마 여신의 품안으로 점점 가까이 가까이안기고 있는 것이다.

 

 

 

▲해발 4980m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롱푸곰파

 

 

오후 1, 버스는 롱푸사(Rongphu Monastery) 앞에서 멈춰 섰다. 초모랑마가 바로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나타났다. 아아, 초모랑마여! 모두가 푸른 창공에 벌거벗은 채 모습을 드러낸 장엄한 초모랑마 봉우리를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

 

 

 

 

▲퐁푸 곰파에서 바라본 초모랑마(에베레스트) 정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절 롱푸 곰파

 

롱푸사는 해발 5030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원이다. 예전에는 500여 명의 라마승이 머물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50여명 정도의 라마승과 비구니가 머문다고 한다. 티벳의 위대한 성자 밀라래빠도 이 사원에 머물렀을까? 초모랑마를 감상하기에는 기가 막힌 위치다. 하얀 초르덴을 중심으로 사원 건물이 제법 크게 들어서 있다.

 

사원 안에는 벽화로 치장되어 있고, 승려들이 경전을 독송하고 있었다. 이렇게 높은 고지에서 스님들의 우렁찬 독경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경건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신을 믿지 않을 수가 없는 분위기다. 아무리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이곳에 오면 자연히 신을 숭배하게 되리라.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했다. 그러나 숨이 차서 절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천천히 천천히 느린동작으로 겨우 삼배를 했다.

 

오오, 초모랑마 여신이여, 우리를 안아 주소서!

 

 

▲장엄한 초모랑마 정상

 

 

롱푸사에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룸이 만원이어서 우리는 롱푸사 앞에 있는 룽푸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한발자국 움직이는데 마치 1시간이나 걸린 듯 느리게 움직여야 했다. 방값으로 40을 지불했다. 전기도 없는 방안은 암흑처럼 컴컴하다. 배낭을 내료 놓고 사진기만 들고 나왔다.

 

롱푸사에서 초모랑마 베이스캠프는 다시 8km를 가야 한다. 걸어서 가면 2~3시간 이상이 걸린다. 텐트 등 등산장비를 구비했다면 베이스캠프 내에서 야영을 해도 된다. 생각 같아서는 걸어서 베이스캠프까지 가고 싶은데, 아내도 걱정이 되지만 우선 나부터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내는 나보다 더 생생하다. 저 여인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집에 있으면 허구한 날 병원을 신세를 지고, 툭하면 응급실로 실려 가던 여인이 아닌가? 고산 증세사 전혀 없어 보일 정도다.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로 가는 조랑말 마차

 

마침 그곳에는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마차가 있었다. 조랑말이 끄는 작은 수례인데 마부를 포함하여 세 사람이 탈 수 있다. 우리는 60을 주고 마차 한 대를 예약했다. 마부는 키가 작았다. 다 헤진 밤색 모자와 땟자국이 얽혀 있는 옷을 입은 그는 시종 웃는 얼굴이다. 너무나 편안한 표정이다.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마차도 아주 작았다. 작은 조랑말은 머리에 붉은 깃을 달고 주인의 명령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경량이다. 무거우면 움직이기가 힘들다. 오후 3, 아내와 나는 조랑말을 타고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초모랑마 여신을 친견하기 위해 베이스캠프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