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명조 스님 입적, 네팔 한 학교에서 수업 멈춘 이유

찰라777 2016. 9. 10. 07:40

명조 스님 입적, 네팔 한 학교에서 수업 멈춘 이유

네팔에 120명의 아들딸을 두고 입적하신 비구니 스님

16.09.09 11:58l최종 업데이트 16.09.09 11:5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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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조스님의 추모식을 거행하고 있는 네팔 자나죠티 세컨다리 스쿨 어린이들(네팔 동부 칸첸중가 인근 쩌프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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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심장병으로 투병 중이던 비구니 명조스님(한국자비공덕회 회장, 61세)께서 입적하셨다. 스님의 영결식은 8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향운사 지상 스님과 도반 비구니스님, 그리고 평소 스님을 따르던 향운사 신도들과 한국자비공덕회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명조스님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작은 토굴인 향운사에서 도반인 지상스님과 함께 지난 15년 동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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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6일 열린 비구니 명조스님의 영결식(동국대학교일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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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인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을 하면서도 명조스님은 뜻있는 신도 몇 분과 함께 지난 2009년 6월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한국자비공덕회(www.kjb.or.kr)를 창립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을 서왔다. 스님은 몇 사람 안 되는 회원들과 함께 매일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모은 작은 보시금으로 네팔 칸첸중가 인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을 시작하였다.  

부처님이 탄생하신 네팔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싶으나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부모님 농사일을 돕거나,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 어린이들이 한 달에 1000루피(약 12000원)면 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은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자고 하셨다. 

명조 스님은 많은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매월 모인 작은 보시금으로 단 몇 명의 아이들이라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스님의 뜻에 따라 한국자비공덕회는 2010년 1월, 최초로 12명의 가난한 네팔 어린이들을 선정하여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며 장학금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나라 네팔에 열두 명의 아들딸을 가르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이 아이들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문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후원하여 사회에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전에 다하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유언을 남겨서라도 이 아이들이 학업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후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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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최초로 선정한 12명의 후원 장학생들과 함께(네팔 칸첸중가 오지 현지 학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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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던 날, 향운사의 작은 토굴에서 2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기도법회를 마친 후 스님께서는 감격에 겨워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스님은 장학금 후원이 1회성에 그치면 효과가 없다고 하시며, 한 번 장학생으로 선정하여 심은 '희망의 씨앗'을 초중고와 전문학교를 마치고, 자립을 하여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때까지 돕자고 하셨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시냇물이 모이듯 스님의 간절한 바람과 기도로 시작한 네팔어린이 장학금 후원은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이 하나 둘 늘어나, 최초 12명에서 이제 120여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던 6개 후원학교에 컴퓨터 107대를 후원하여 컴퓨터교실을 열어 네팔 오지 어린이들의 컴맹탈출을 도왔다. 52개 교실에 낡은 칠판을 교체하여 새로 달아주는 등 네팔 어린이들을 돕는 후원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셨다.

금년 5월 부처님오신 날 명조스님은 이제 네팔에서 공부할 수 있는 아들딸들이 6년 동안 12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났다며 감격해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명조 스님께서 갑자기 입적을 하게 되자, 평소 스님을 따르던 자비공덕회 회원들과 장학금 후원을 받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은 큰 충격과 함께 슬픔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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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조스님의 입적소식을 듣고 큰 충격 속에 하루 수업을 중단하고 애도식을 갖고 있는 네팔 버드러칼리 하이어 세컨다리 스쿨(네팔 동부 칸첸중가 인근 쩌프러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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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전해들은 네팔 현지학교에서는 하루 동안 학교수업을 중단하고, 각 학교마다 명조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애도의 묵념을 올리며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네팔의 학교에서 수업까지 중단하고 추모의 날을 보내는 일은 네팔 국왕 등 사회 저명인사의 장례식에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명조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 누구보다도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장학금 후원을 받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이다. 스님의 자비정신으로 어렵사리 후원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슬픔은 부모를 잃는 듯 컸다. 그만큼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돕자고 하는 스님의 갸륵한 자비정신이 네팔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에 깊은 애도와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스님의 영혼이 평화롭게 잠들고, 스님께서 건강한 육신으로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에 다시 태어나 못다 이룬 중생제도를 위해 큰 뜻을 펴시기를 바란다는 조문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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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후원하굑에서 보내온 명조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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