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냄새나는 똥이 향기나는 꽃으로 변한다

찰라777 2017. 6. 2. 09:51


 

나는 금가락지 정원에 꽃과 채소를 키우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꽃과 유기농 채소도 냄새나는 더러운 거름을 주어야 자랄 수 있습니다. 그 거름 속에는 닭똥도 있고, 소똥과 돼지 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것들이지요. 그런데 이 냄새나는 거름들이 아름다운 꽃을 키우고, 향기 나는 채소를 자라게 하여 우리들의 눈과 코, 입을 즐겁게 해 줍니다.

 

정원을 가꾸지 않고, 채소를 키우지 않을 때에는 더러운 거름들이나 똥을 보면 코를 막고 질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이 집을 비운 사이에 누군가가 당신의 집 대문 앞에 주문하지도 않은 한 트럭의 소똥을 쏟아 부어놓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화를 내고 욕을 해되겠지요? 저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원을 가꾸고 있는 지금은 좀 다릅니다. “, 누가 이런 고마운 거름을 보내주었을까?” 하고 퇴비장으로 옮겨 잘 삭히는 작업을 하겠지요. 나는 몇 년 전부터 마당 한 구석에 퇴비장을 만들어 잡초, 음식물찌꺼기 등을 썩혀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거름들은 잘 삭히면 그 어떤 거름보다도 공해가 없고 효능이 좋은 거름이 됩니다.




 

내가 자연농사를 배울 대에 해땅물자연농장의 홍려석 원장님은 집에서 가족들이 눈 소변까지도 삭혀서 거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똥이나, 소변, 풀들도 발효를 잘 시키면 농작물에 가장 좋은 자양분이 됩니다. 그 냄새나는 똥들이 아름다운 정원과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지요.

 

반야심경에 불구부정(不垢不淨)이란 말이 있습니다. 직역을 하자면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은 원인과 결과에 따라 생멸(生滅)하는 실체가 없는 공()이므로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몸도 잘 살펴보면 가슴 위로는 비교적 깨끗하지만, 가슴 밑으로는 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만약에 이 똥들을 배설하지 않고 계속 잠겨 두면 그만 죽고 말겠지요. 그 똥을 자구만 배설하여 거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에도 냄새나는 똥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심의 똥, 화내는 똥, 어리석은 똥들이 늘 가득 차 있게 마련입니다. 마음의 똥들은 참 치우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 똥들을 제대로 치우지 못할 때 우리는 힘들고 병이 나고 말겠지요.

 

한 트럭이나 쌓인 똥을 하루 종일 일을 해도 하루에 다 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날마다 퍼날려 정원이나 채소밭의 흙속에 묻어야 하겠지요. 그러면 언젠가는 냄새도 사라지고 정원과 채소밭에는 향기는 나는 아름다운 꽃과 싱싱한 먹거리가 온통 풍성하게 뒤덮일 것입니다.

 

나는 냄새나는 똥으로 향기는 꽃과 채소를 기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퇴비장에 풀과 음식물찌꺼기를 삭히고 있습니다. 이 일을 매일 하다 보니 내 지나친 욕심을 삭히고, 화나는 마음을 식하며, 어리석을 마음을 아주 조금씩 깨우치게 합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똥을 퍼날려 퇴비장에 잘 삭혀서 우리 집을 아름다운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정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찾은 사람들에게 향기 나는 꽃냄새를 맡게 하고, 싱싱한 채소를 맛보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