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야생콩을 한올 한올 뽑아내며...

찰라777 2018. 6. 6. 07:29

64, 월요일, 맑음

 

잡초에게 배운다

 

 

▲야생콩에 지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

 

 

오늘은 아침부터 잔디밭 풀을 뽑는 일을 하였다. 제초제를 뿌리면 편하겠지만 내가 사는 동안 금가락지에 제초제나 농약을 일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풀을 뽑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뽑고 돌아서면 다시 돋아나 있는 것들의 잡초들의 끈질긴 근성이다. 그러나 잡초들을 뽑으면서 끈질긴 잡초들의 근성과 생명력을 배우기도 한다.

 

또한 잡초를 뽑는 일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좋은 수행이기도 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드는 일만이 수행이 아니다.

참다운 수행은 오히려 일상의 생활속에 있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와 나, 그리고 친구 응규와 함께 잔디밭에 엎디어 호미를 들고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아냈다. 나는 주로 텃밭을 가꾸고 잔디밭의 잡초를 뽑는 일은 주로 아내 정희 몫이지만, 정희 혼자서는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잔디밭은 앞마당이 거의 300여 평이나 되고 뒷마당에 50여 평이 더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작심을 하고 나와 응규까지 참여하여 풀을 뽑았다. 5월 말 들어 날씨가 가물다. 잔디도 말라 비실비실하다. 나는 수도꼭지를 틀어 잔디밭에 물을 주며 잡초제거작업에 들어갔다.

 

 

 

느티나무 아래는 유난히도 야생콩이 부지기수로 돋아나 있다. 야생콩은 뿌리마다 뿌리혹박테리아를 달고 있다. 그래서 한 올 한 올 뽑지 않으면 뿌리가 떨어져 땅에 그대로 남아 있어 다시 돋아나고 만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일종의 토양세균으로 콩과 공생하며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저장하는 일종의 세균이다. 말하자면 스스로 질소를 정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거름을 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야생콩은 생명력이 어찌나 질기던지 한여름이 지나면 주변 잔디밭을 콩밭으로 변화시켜 버린다. 주변에 무언가 서 있으면 맥을 못 추게 하며 사정없이 휘감고 올라가며 쑥쑥 성장을 하면서 순식간에 덮어버린다.

 

 

 

"이 녀석은 정말 한 올 한 올 뽑지 않으면 곧 되살아나고 말아요!"

"그러니 한 땀 한 땀 뽑아내야지요."

 

 

정말 이 작업은 끈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래도 세 사람이 합심하여 작업을 하다 보니 오후 3시경에는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 허벅지도 아프다. 풀 뽑기는 정말 골병을 들게 하는 작업이다. 어디 쉬운 일이 있겠는가? 그래도 작업을 끝내고 나니 잔디밭이 말끔하게 보여서 좋기는 하다. 허지만 장마가 지면 곧 다시 잡초들의 세상이 오고 말겠지…….

 

 

 

 

오늘 점심은 이웃집 장 선생 친구 4커플이 오는데 우리 집 가마솥을 이용하여 토종닭을 좀 삶아야겠다고 한다. 그들은 인근 자유CC에서 골프를 치고 점심은 집에서 먹는다고 하면서 금굴산 토종닭 4마리를 가져왔다. 물론 토종닭은 끓이는 일은 닭요리의 대가인 응규가 맡았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를 우리들에게 주어서 사또 덕분에 나팔을 분다고 오늘 점심은 정자에서 토종닭과 백숙으로 맛있게 먹었다. 이웃 좋다는 게 무엇인가? 이렇게 서로 돕고 나누어 먹는 훈훈한 마음이 좋다. 장 선생은 명 세프 응규 덕분에 일행들이 난생처음으로 토종닭과 백숙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수박 한통을 들고 정자까지 인사를 왔다.

 

 

오후 4시경에는 응규가 서울로 간다고 하여 전곡으로 바래다주었다. 전곡에서 그와 함께 내려 참기름 방앗간에서 깻묵 한 포대를 샀다. 가을 채소를 위한 깻묵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부담 없이 오고가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친구를 버스 정류소에 내려 주고 나는 다시 금가락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동이대교에서 금굴산을 바라보니 경치가 그만이다. 나는 동이대교 중간에 비상등을 켜고 그 풍경을 담았다. 들소처럼 누어있는 금굴산 자락에 누런 밀밭이 익어가고 있고, 숲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몇 채의 집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아래로 유유히 흘러내려가는 임진강이 평화롭게만 보인다. 이렇게 평화스럽기만 한 임진강에서 언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퇴비장에 비치한 큰 고무 통에 깻묵을 으깨어 넣고 왕겨를 흩뿌려 넣었다.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해진다. 이 깻묵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발효가 되면 가을에 김장배추를 심을 때 사용할 예정이다.

 

 

 

 

 

 

고개를 드니 화단에 해맞이 꽃이 노랗게 피어있다. 해맞이 꽃은 달맞이꽃과는 반대로 낮에만 피어났다가 어두워지면 오므려 드는 꽃이다. 텃밭에는 감자꽃, 대파꽃, 호랑이콩꽃, 오이꽃, 호박꽃, 겨자상추꽃, 고추, 토마토꽃 등이 피어나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렇게 자연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공생공존을 하고 있다.

 

 

 

 

 

 

 

 

 

 

 

 

 

 

 

 

하루가 길다!

할!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