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노르웨이 6] 솔베이지의 노래

찰라777 2004. 3. 22. 09:08


☞108일간의 세계일주 배낭여행 여정도


□ 솔베이지의 노래


송네 피오르드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호수에는 비가 내리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위에는 눈이 내 리고 있다. 괴괴한 날씨다. 이 괴이한 날씨에 비추어지는 풍경은 썩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무언가 차가운 슬픔이 베어있는 분 위기다. 문득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가 생각난다. 솔베이지 노래에 실려 있는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런 풍경.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에 실려 떠나보는 노르웨이의 자연여행...

신비한 송네 피오르드 풍경속에 휘날리는 노르웨이의 깃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도 이런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얻었으리라.


솔베이지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그리그가 작곡한 이곡은 ‘페르귄트’ 모음곡 중에 삽입된 곡이다.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안타까움이 가득 찬다. 뭐라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먼 산을 바라보며 죽도록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애달픈 음율…

지금 피오르드를 항해하는 우울한 분위기가 그렇다. 하늘을 뒤덮은 어두운 구름, 그 어두운 그림자 밑으로 내리는 축축한 비, 추 운 겨울을 예고하듯 먼 산에 뿌려지고 있는 흰 눈. 한 폭의 슬픈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그리그는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곡 을 작곡을 했을까?

솔베이지의 노래는 노르웨이가 낳은 세기의 희곡작가 입센의 청탁으로 그리그가 작곡한 노래다. 입센은 '인형의 집'으로 우리에 게 널리 알려진 문학가. 곡에 실린 사연이 더욱 애달프다. 페르귄트와 솔베이지의 길고 애달픈 사랑의 사연이 닮긴 솔베이지의 노래.

한폭의 수채와 같은 피오르드의 풍경

노르웨이 어느 산간 마을에 거부의 아들로 태어난 페르귄트가 있었다. 그는 성장해서 같은 마을 처녀 솔베이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방랑 끼가 있는 페르귄트는 솔베이지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만 쏘아놓고 바람처럼 방랑의 길을 떠난다. 사실 그는 허풍쟁 이며 바람 끼 많은 난봉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병들고 지친 페르귄트는 백발이 성성하여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고향에서 평생 동안 자신을 사랑하며 기 다려준 솔베이지를 만난다. 마침내 그는 솔베이지의 품에 안겨 평안 함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돌아온 탕아처럼… 그 때 일생동안 페르귄트만을 사랑했던 솔베이지가 죽어가는 페르귄트를 애도하며 부른 노래가 ‘솔베이지의 노래’다. 솔베이지의 영 원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노래...

노르웨이를 여행할 때는 적어도 이 두 거장- 그리그의 음악과 입센의 희곡을 한 편정도 섭렵하고 가면 좋으리라. 그들이 어떤 자 연환경에서 사색하며 음악을 작곡하고, 희곡을 썼는가 하는, 노르웨이를 이해하기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므로.

이 두 거장이 만들어낸 세기의 작품중에 한 장면들이 지금 한 폭의 수채화처럼 송네피오르드에 펼쳐지고 있다. 굽이쳐 돌아가는 호수의 물길, 산을 휘돌아 치는 구름, 구름 속에서 흰 안개처럼 쏟아지는 눈, 신들이 출현할 것만 같은 산정상의 분위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음악가와 문학가는 영감을 얻어 창작을 했으리라.

그리그는 북구의 쇼팽이라고 부를 만큼 피아노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작품 16’은 지금도 많은 음 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눈부신 빙하를 배경으로 굴러가는 듯한 피아노의 선율은 그 빙하에 반짝이는 은빛 햇살과 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는 이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자연을 여행하며 떠오르는 영감을 오선지에 옮겼다. 그는 무려 140여곡이 나 되는 가곡을 작곡했다.

솔베이지의 노래 말고도 나는 그의 ‘아침의 기분(morning mood)’을 즐겨 듣는다. 이 곡을 듣다보면 마치 요정들의 세계처럼 맑 고 신선한 아침의 정경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아침에 피어나는 안개, 안개에 덮인 숲 속, 그 숲 속의 나뭇가지 사이로 비 집고 들어오는 찬란한 아침 햇살…. 드디어 머리가 맑아지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곡이 ‘아침의 기분’이다.

피오르드 해안 옆의 그림같은 마을들1


배는 바람을 가르며 피오르드를 달려간다. 간간히 나타나는 호숫가 산 밑에 있는 마을들은 마치 호수의 요정들이나 살고 있을 법 한 신비로운 모습이다. 몇 천 년을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온 마을처럼 보인다. 호수가 되기 이전 얼음성에서부터 살아온 마을처럼 …. 아주 오래전에는 거대한 빙하였을 이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백 만년을 빙기(氷期)와 간빙기(間氷期)가 반복되면서 피오르드는 형성된다고 한다.

빙기는 빙하의 규모가 대규모로 진출 확대되는 시기인데,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점차 간빙기로 접어들면 얼었던 빙하가 녹아서 빠 져 나가고, 그 자리에 해수가 차면서 U자형의 피오르드해안을 형성하게 된다. 피오르드의 지형적인 특징은 대부분 협만이 좁고 길며, 수심은 깊다. 이곳 송네피오르드도 길이가 204km로 수심이 1000m가 넘는 곳이 많다.

남자들의 가슴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페르귄트적인 방랑 끼와 바람 끼가 잠재하고 있다. 그러기에 누군가 말했다. 남 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고. 하늘은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다가도 날이 개이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맑은 하늘로 돌아온다 .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그러나 여자의 경우는 다르다. 만약에 어떤 여자가 남자처럼 바람을 피운다면 그녀의 주위는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거리고 말것이다. 고베의 지진처럼 말이다. 지진이 지나간 곳에는 곳곳에 씻을 수 없는 흔적이 남는다. 지울 수 없는 흔적…. 그래서 또 이런 노래가 생겼는가 보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이런말을 하는 나는 남녀 성 평등을 주장하는 여인들에게 뭇매를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뭇매를 맞으면서도 나는 말 할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그 생리 구조에서부터 다르다고 ... 또한 그 역할은 지금 펼쳐지고 있는 산과 하늘, 호수 처럼 다를 것이라고... 남녀가 평등한것은 인격과 인권이지 모든 것이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요정처럼 나타난 포르투갈의 가브리엘라

날씨가 꽤 춥다. 아내는 날씨가 춥다고 선실로 들어가고, 나는 홀로 뱃전에 기대서서 흘러가는 산과 물을 바라보며 상념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나에게 다가온다. 모자를 쓰고 키가 작은 여인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처럼 웃으며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미안하지만 사진 한 장 찍어 주시겠어요?”
“물론…”

나는 그녀를 흘러가는 풍경 앞에 세우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피오르드의 풍경 속에서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가브리엘라라고 하는 여인. 그녀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왔고, 인류학을 전공하였으며, 학교에 잠시 몸담고 있다가 지 금은 국제간의 관계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 한다. 여행을 하며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과 관계증진을 위해서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가를 연구 한다는 것.

가브리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 미소를 짓고 있다. 여행가라고 나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고 지금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 길 에 있다고 하자, 그녀는 장래 자기의 꿈이 사랑하는 남자와 세계를 두루 여행하는 것이라고 하며, 날더러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 업을 가진 남자라고 나를 부러워한다. 순간 나는 이 여인 앞에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가 된다.

그렇다. 좋은 직장을 팽개치고 부평초 처럼 배낭하나 걸머지고 아내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 자일지도 모른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돈도 명예도 안중에 없이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서 여행을 떠난 남자.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고, 게스트 하우스의 누에고치 침대에서, 버스와 배의 선실에서, 숲속의 텐트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일어나 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다. 머무르는 곳이 나의 집이며, 세상의 아름다운 자연을 나의 정원으로 삼고 있는 나는 세상 에서 가장 부자이기도 하다.

가브리엘라는 이제 나와 함께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단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와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일까? 나는 그녀와 함께 흘러가는 뱃전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녀는 내게 말한다. 리스본에 오거든 꼭 전화를 하라고. 그러면서 그녀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그리그의 음악에 취해 있다가 만난 리스본의 여인. 옷차림은 집시 같은데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잘거리는 순진한 표정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비추이는 가브리엘라의 모습 속에서 나는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솔베이지를 연상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하여 늙고 병들어 지친 마음과 육신을 이끌고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를 위해 '솔배이지의 노래'를 불러주는 솔베이지를 연상하는 남자. 아, 나는 지금 페르귄트 적 바람 끼가 동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 by challa, 2003.10.4 촬영>


피오르드 해안 옆의 그림같은 마을들2


피오르드를 달려가는 배와 산위에서 흘러 내리는 폭포


산위에 흩날리는 흰눈과 구름. 호수가의 파란초원이 인상적이다.


파란선 부분이 내가 여행한곳. 사실 200km 넘는 송네피요르드의 맛만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데로 맛이 있다. 보스, 구드반겐, 피요르드 유람선, 플름철도로 이어지는
변화있는 코스는 색다른 여행의 느낌을 주기때문이다. 베르겐-보스(기차)/보스-구드반겐
(버스)/구드반겐-플름(페리유람선)/플름-미르달(플름 철도)/미르달-베르겐(기차). 재미있는
코스다. 노르웨이는 이런식으로 교통의 연계가 변화있고, 아주 편리하게 잘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