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87]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을 가다

찰라777 2007. 4. 16. 07:25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2000만년동안이나 지속된 초건조 아타카마 사막을 어느 여행자가 미친듯이 뛰어가고 있다.  

 

 

아리카를 출발한 Tur Bus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을 달려간다. 우리는 체 게바라가 젊은 시절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했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고 있다. 버스에는 보따리 짐을 들고 탄 원주민들과 유럽에서 온 배낭여행자 들이 대부분이다. 수염을 깎지 않은 여행자들의 행색은 하나 같이 거지처럼 보인다. 우리부부도 예외는 아닐 게다.


아타카마Atacama 사막은 칠레 북부 안데스 산맥과 칠레해안산맥 사이를 동서 폭 약 30km, 남북으로 약 1000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다. ‘버려진 땅’이란 뜻을 가진 ‘Atacama’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겨우 10mm 이내로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도 건조하기로 악명이 높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티버 두나이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사막의 초 건조 조건이 적어도 2000만년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이 사막에 캠프를 설치하고 5일간만 지내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그 만큼 건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타카마 사막에는 심지어 인간이 측정한 이래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에든버러대학 연구자들은 지난 12만년동안 한 번도 물이 흐르지 않은 건조한 강바닥을 발견했다고 한다. 때문에 NASA의 과학자들은 이 불모의 땅을 화성의 모델로 사용하여 화성 탐사 로봇 등을 시험하기도 한다.

 

▲인간이 강우량을 측정한 이래 한번도 비가 내기지 않는 지역이 있다는 아타카마 사막

 

“그런데 왜 이렇게 건조한 사막이 생길까요?”

“글쎄, 과학자가 아닌 내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에 화산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땅속이 뜨거워서 땅 위도 뜨겁다 이거죠?”

“음, 그런 이론이지. 그래서 이곳엔 미생물조차도 살기 어렵다는 군.”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요?”

“그러게. 하여간 이런 불모의 사막에 있는 당신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에게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과학자들은 아타카마 토양에 생명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한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애리조나 과학자들은 아타카마 사막의 지하에 미생물이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과학자들은 해발 0미터에서 4500미터까지 200킬로미터를 따라가며 토양의 샘플을 채취하여 멸균된 물을 넣고 배양을 하여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 했다는 것.

 

 ▲미생물조차도 살기 어려운 아타카마 사막은 화성 지질과 비슷하여 과학자들은 화성탐사 시험의 모델로 이용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렇게 미생물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사막에서 인간의 존재는 더욱 고귀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평소에는 가끔 지겹게 여겨지기도 했던 아내가 이런 오지의 사막을 둘이서만 여행하다보니 더욱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사람은 늘 옆에 있으면 서로가 귀한줄을 모른다. 한동안 떨어져 있거나 이렇게 천혜의 오지를 둘이서만 여행을 하다보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게 된다. 실로 ‘둘만 떠나온 여행’이 주는 보석 같은 교훈이다. 오직 둘만 떠나온 세계 일주 여행에서 얻어낸 값진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 교훈 하나 만으로도 우리들의 여행은 충분히 보상을 받은 샘이다.

 

사막의 밤은 춥다. 해발 2000미터를 전후한 고지대의 사막은 일교차가 극심하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길에는 검문검색을 유난히 많이 한다. 검문을 할 때 밖으로 가끔 나가면 매우 춥다. 그런데 이번 검문소에서는 승객의 짐을 전부 꺼내놓고 검색을 한다. 이 검문소에서 우리는 아리카에서 샀던  과일을 몽땅 압수당하고 만다.


“아니, 당신네 나라에서 산 과일인데 왜 압수를 하느냐?”

“다 먹고 갈수는 있지만 휴대하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군요.”


옛 볼리비아 영토였던 이 지역은 태평양 전쟁으로 칠레가 점유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볼리비아 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왕래가 잦아 콜레라 균등 세균이 묻어올까봐 과일은 물론, 고기 등의 식품도 일체 반입이 안 된다고 버스차장이 설명한다. 아내는 빼앗긴 과일이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억울하지만 도리가 없다. 이 야밤중에 과일을 다 먹어치울 수도 없고….

 

 ▲ 아타카마 사막을 여행하다보면  마치 지구상의 혹성에 온 느낌이 든다.

 

날이 밝아지자 보이는 건 끝없는 여전히 모래사막뿐이다. 모래사막 사이로 드문 드문 보이는 암석이 마치 지구상의 혹성에 온 느낌을 자아내게한다. 풀 한 포기 없는 질산 토양의 언덕과 사막이 무덤처럼 펼쳐져 있다. 버스차장이 아침식사라고 하면서 눈을 비비며 간식거리와 물을 한 병씩 나누어 준다.


“오메, 아까운거. 그 과일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아요.”


아내는 간식을 먹으면서도 어제 밤 뺐긴 과일이 내내 생각나는 모양이다. 아침 간식을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는데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의 고원에 홀연히 녹색의 도시가 나타난다. 아타카마 사막위에 세워진 오아시스의 도시 칼라마이다. 회색 지대에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밝은 초록빛이다.


칼라마Calama 지방은 기원전 1만 2000년 전부터 아타카메뇨Atacameno라고 하는 부족이 정착하여 토기, 직물 등 아타카마 문화를 형성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14세기 잉카족의 세력에 굴복하고, 자신들이 만든 ‘잉카의 길’을 따라 침입해온 스페인의 페드로 델 발디비아 장군에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굴복하고 만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하루에 50킬로미터나 넘게 걸어서 행군을 했다는 발데비아의 기록은 정말 잔인스럽고도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최대의 추키카마타 노천 구리광산(사진www.enjoy-chile.org) 

 

칼라마 인근에는 세계 최대 노천 구리광산인 추키카마타Chuquicamata가 있다. 시간이 허락치를 않아 가보지를 못했는데, 아마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빙엄 노천 구리광산과 비슷하리라. 우리는 미국의 솔트레이크 시티를 여행할 때에  ‘빙엄’ 구리광산을 방문 한 적이 있었다. 노천광산은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계단식 채굴장을 만들어 가며 원석을 채취한다. 다이너마이트를 폭발하여 굴착해낸 원석을 대형 트럭들이 마치 빈대처럼 원향계단을 돌아 광물 분쇄공장으로 운반한다. 트럭이 빈대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채굴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키카마타는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구리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한다. 추키카마타는 칼라마에서 16킬로미터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채굴장의 규모는 길이 4.5km, 폭 3km, 깊이 850m로 해가 갈수록 그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광산으로 가는 길은 론니폴래니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구리광산은 칠레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하루치의 빵을 벌기 위해 나선 이름 없는 원주민 영웅들이 숱하게 묻혀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황량한 사막 위에는 광산에서 죽어간 원주민 광부들의 영혼들이 아롱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체 게바라도 고장 난 모터사이클을 버리고 이 지역을 걸어서 여행을 하며 추키카마타 광부들을 만났다. 낮에는 살인적인 햇볕으로 뜨겁고, 밤에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걸어간 무전여행이었다. 세기의 영웅적인 게릴라 혁명가답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죽어간 그의 여행도 과히 ‘영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8개월 동안의 남미 여행은 그가 의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혁명가의 길로 나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의 여행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보듯 추키카마타 광산 노동자의 삶도 그가 약자 편에 서서 혁명가의 길을 가도록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오아시스 마을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다가서자 이윽고 푸른 나무들이 보인다.

 

칼라마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버스는 풀 한포기 없는 사막을 다시 달려간다. 너무나 건조한 기후라서 손바닥이 다 갈라질 정도다. 사막으로 이어진 미로 같은 외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사막의 길을 모래 먼지로 뒤덮어 버리고 만다. 그 먼지바람 속에 어렴프시 푸른색들이 가물가물 나타난다.


“우와! 저기, 파란 나무가 보여요!”

“오, 그렇군! 저기가 오아시스 마을 산 페드로 아타카마야!”


가까이 다가갈수록 푸른색의 나무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이 마을이야말로 진짜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황량한 사막만 달려오다가 초록의 나무가 있는 오아시스 마을을 보게되니 목이 더 타오르고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빨리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저저러로 일어난다. 그래서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발견하고도 마음이 조급해져 달려가다가 지쳐서 도착하기 직전에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오아시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한 것이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