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85]남미여행의 백미, 칠레

찰라777 2007. 4. 3. 22:29

 

남미여행의 백미, 칠레


남미의 스위스, 칠레

 

▲파타고니아 지방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우리는 왜 칠레로 가는가?

어린 시절 항구에 접한 바닷가 땅 끝에 살았던 나는 바다가 끝나는 곳에 도달하고 싶은 꿈을 꾸곤 하였다. 바다가 끝나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늘 어린 나에게 화두처럼 머리를 맴돌았던 의문이었다. 또 하나는 산이 끝나고 육지가 끝나는 곳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다. 불과 200여 미터 높이의 산자락 아랫마을에 살고 있었지만, 아주 어린 소년시절 산을 바라보는 동심 속에는 늘 이런 의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섯 살의 나이에 그 의문을 풀려고 산에 오르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였다.


'칠레Chile'는 안데스의 아이마라어로 ‘대지가 끝나는 곳’이란 뜻이다. 대지가 끝나는 곳. 안데스의 산자락이 단애의 절벽으로 끝나는 곳. 그리고 남태평양의 수평선이 안데스의 산맥에 가로막혀 길게 끝나는 곳이 바로 칠레다. 인고의 세월이 지난 후, 마침내 칠레에 도달한 나에게 소년시절 품었던 꿈들이 잠재의식의 베일에서 하나씩 벗겨져 나가고 있다. 

 

 

뱀장어처럼 긴 나라-칠레의 지형과 기후……

칠레는 페루 국경에서부터 안데스 산맥을 따라 남극권에 이르는 마젤란 해협까지 4300km로 마치 뱀장어처럼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지구상에서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다. 서쪽에 태평양을 끼고 대지의 평균 폭이 200km에 불과한 좁고 험한 지형이다. 서쪽으로는 남태평양의 바다가 끝나는 곳이고, 동쪽으로는 볼리비아의 높은 고원과 아르헨티나의 끝없는 팜파스지대가 이어지다가 안데스의 산록을 넘으면 대지가 끝나는 곳이 칠레다.


남극권에서부터 적도까지 뻗혀 있는 길고도 긴 칠레 땅에는 사막, 산맥, 계곡, 빙하, 숲, 해변, 피오르드와 섬, 남극에 이르는 길 등 매우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칠레는 항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무쌍한 기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위도에 따라 기후의 변화도 다양하여 0°에서부터 40°까지 일교차가 큰 아타카마 사막의 영향을 받아 덮고 건조한 북부지방은 평균 18°에서 30°이고, 수도 산티아고가 있는 중부지방은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로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 반면에 우수아이아가 있는 땅 끝 푸에고Fuego 섬은 평균 -15°로 매우 춥다.


이처럼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있는 칠레의 자연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그러나 칠레를 여행하다보면 스위스는 보다 훨씬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되어 길고 긴 땅 만큼이나 놀라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고 만다. 그래서 여행가들은 칠레를 남미여행의 백미라고 말한다. 이는 칠레를 여행하지 않고는 남녀행의 진수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있는 북부지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칠레는 여행을 하면 할수록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에 푹 빠지고 되고 만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아타카마 사막 북부적도 지방에서 시작되어 황량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아직도 불타는 화산, 소금사막달의 계곡 같은 진기한 풍경이 여행자들을 놀라게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중부의 비옥한 땅……

중부지방 뻗어있는 남미의 최고봉인 아콩카구아Aconcagua(해발 6959m)를 비롯한 해발 6000m의 안데스 만년설에서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은 마치 신의 눈물처럼 깨끗하고 맑다. 이 물은 포도와 갖가지 농산물을 인간에게 선물해준다. 갈수록 명성을 떨치고 있는 칠레와인은 바로 이 신의 눈물처럼 깨끗한 눈 녹은 물과 뜨거운 태양 볕의 합성으로  빚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이 지역에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의 중심도시가 발달하고 있다. 또한 태평양에 연해있는 해안지대로 가면 풍부한 해산물 먹 거리가 여행자들을 즐겁게 한다.


신들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호수와 삼림……

중부지방에서 남쪽으로 남하하여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지역에 가까워질수록 울창한 삼림지대가 펼쳐지고, 아름다운 호수와 빙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부 이남의 콘셉시온Concepcion 지역부터는 전나무를 비롯하여 우거진 삼림이 크고 작은 호수와 함께 ‘신들의 정원’처럼 들어서 있어 마치 스위스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화산과 호수가 많은 이곳은 칠레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우거진 계곡, 급류와 폭포, 그 사이에 펼쳐진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풍부한 강우량과 차고 시원한 여름철에는 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빙하와 피오르드의 지방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지방 파이네 국립공원에 있는 그레이 빙하

 

삼림지대와 호수지대를 지나면 이윽고 파타고니아 지방에 이르게 된다. 푸에르토몬트에서 남쪽으로 60km에 더 있는 칠로에 섬Isla Grande de Chiloe은 피오르드와 다도해로 가는 현관이다. 파타고니아는 일 년의 대부분이 한랭한 겨울이어서 여름(11월~1월 초순)에도 따뜻한 재킷이 필요하다. 또한 년 중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춥다. 파타고니아 지방은 강한 비바람에 우편배달 비행기가 추락하는 내용이 담긴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파이네 국립공원Torres del Paine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이곳에서 우리는 마치 기암괴석처럼 거대한 빙하와 만나게 된다. 칠레 령에 속하는 그레이Glaciar Grey 빙하와 아르헨티나 령에 속하는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빙하가 그것이다. 백옥같이 흰 거대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다. 빙하가 부서지는 소리는 마치 천둥치는 소리와 같다.


지구상 땅 끝 푼타아레나스 지역에는 짧은 여름에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야생화는 또 다른 파타고니아 지방의 볼거리다. 그런가 하면 산란기에 접어들어 알을 낳으려고 오는 마젤란 펭귄의 귀여운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냥 즐겁게만 한다. 바다와 수풀 사이를 뒤뚱거리며 오가는 귀여운 모습은 그 어떤 쇼보다도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지상 최대의 쇼 중의 하나다.


그리고 지구의 남쪽 끝 푼타아레나스를 지나 마젤란 해협을 건너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 령)를 넘어서면 마침내 남극대륙에 도달하는 관문이 나온다! 이곳은 지구상의 최북단 알레스카에서부터 달려온 판암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이기도 하다.

 

 

모아이의 수수께끼와 '로빈슨 크루소'의 소설무대가 있는 곳...... 

 

▲수수께끼의 모아이상이 있는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어디 그 뿐인가? 수수께끼의 모아이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이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4,000km 떨어진 남태평양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또한 다니엘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무대가 칠레에 있다고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가 않다. 로빈슨 크루소가 27년 동안 살았다는 무인도 로빈슨 크루소 섬 Isla Robinson Crusoe은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670km 떨어진 태평양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닮은 칠레의 독재정치


칠레의 정치와 현대사는 우리나라와 아주 닮은꼴이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1973년 유혈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Augusto Pinochet는 16년간의 강력한 독재정치로 이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을 납치, 고문, 살인 등 각종 만행을 자행한다. 그러나 그도 1989년 정권의 존속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잃고 정계에서 물러난다. 정계에서 물러난 그는 영국에서 은둔하고 있었으나 10년 후인 2001년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세기의 재판’을 받게 된다.


그 시대에 억압받는 인권에 대한 실화를 그린 영화가 ‘Missing(의문의 실종)’과 칠레에서 상영이 금지된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It Is Raining on Santiago / Il Pleut Sur Santiago)’이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저술한 칠레의 현대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도 목숨을 건지기 위해 칠레를 떠나야 했다. 그이 자전적 여행기인 ‘파타고니아 특급’을 보면 그 시대의 암울했던 독재정치가 잘 그려져 있다.


한편 칠레는 두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만큼 뛰어난 문학가들도 많다. 파블로 네루다는 1971년 칠레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파괴’, ‘애정’ 등의 시로 1945년 남미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리카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 칠레의 최북단에서부터 아타카마 사막을 거쳐 산티아고, 파타고니아, 그리고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할 계획이다. 안데스의 신이여! 우리에게 가피를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