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이스터 섬의 파도-온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라!

찰라777 2008. 1. 7. 10:41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그리고 파도...

 

 


 

 

하늘과 바다!

저기 수평선에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있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망망대해란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대해가 하늘이고 하늘이 대해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파도는 소리를 낸다. 바다는 바람에 의해서 말을 하는데, 여기 이스터 섬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바다가 말을 한다. 거대한 파도가 말 그대로 물밀듯이 밀려와 꽈르르 소리를 내며 바위에 부서진다. 흰 포말이 눈처럼 희고 희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든다.

그리움이 몰려온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파도는 말없이 자신의 온 몸을 바위에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지면서 흰 포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온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라."

 

파도는 그렇게 말을 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온 몸으로 부딪치며 세상을 살아가라고… 부서져 흰 포말로 사라지더라도 힘껏 부딪치며 살아가라고…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부서져 없어진 자리에 다시 바다가 생기고, 물이 생기고, 수평선의 삶이 생길 것이라고…

 

이스터 섬의 파도는 다른 어떤 바다의 파도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감청색 바다가 수평선을 이루고 잔잔할 것만 같은 바다는 어느새 담벼락 같은 파고를 형성하며 바위에 붓지며 흰 거품을 하늘로 쏟아 올린다. 멀리 16000km나 떨어진 한국의 동해바다와 연결이 되어 있을 바다.

 

 

 

 

그러니 지구는 하나다. 이스터 섬에 온 날부터 이 섬이 하나의 소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바닷물이 한국의 동해와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니 정말 지구는 넓고도 멀지만 하나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우리는 수시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거기엔 모아이 석상이 우리를 말없이 반겨주었고 어머니 같은 바다가 우리를 안아주었다. 어머니 같은 바다! 바다는 만인의 어머니다. 마르타 집에서는 바다로 산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아침의 바다와 저녁의 바다는 다르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 바람, 햇빛. 이런 것들이 바다의 색깔을 다르게 하고 소리를 다르게 하고 모양을 다르게 했다.

 

항가피코로 가면 고깃배를 만나고, 어부들을 만난다. 그곳엔 모아이 석상이 언제나 침묵을 지키며 우리를 반겨준다. 항가로아 마을 어귀로 나가면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때론 사색에 젖은 듯, 우수에 젖은 듯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모아이를 닮았다. 아니 모아이 석상이 되어 있었다. 당신은 이스터 섬에 오면 모아이 석상이 되고말 것이다. 생각하고 기다리는 모아이가 되고 말것이다. 모두가 생각하는 모아이, 기다리는 모아이, 그리움의 모아이가 되고 말것이다. 

 

항가로아 마을을 지나 아키비 모아이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다. 아키비 모아이는 눈을 하늘로 바라보고 있다. 혹자는 외계인이 세운 모아이가 자신의 고향이 그리워 모두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한다. 가지 못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서... 모든 모아이는 바다를 등지고 섬의 중앙을 향해있다. 그리고 눈동자는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외계인 이 모아이들을 만든 것일까?

 

 

 

 

그러나 어디를 가나 언제나 바다가 어머니처럼 곁에 있어서 좋았다. 거대한 파도가 구름처럼 몰려와 노래를 부르며 흰 포말로 부서지는 모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모아이의 그리움, 파도의 그리움, 라파누이이의 그리움… 하늘을 날고 싶은 그리움. 그래서 이 좁은 섬에서 살아가는 라파누이들은 새를 신으로 모시고 조인의례를 치루며 하늘을 날고 싶었을 것이다.

 

내게 날개가 있다면, 언제나 거대한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스터 섬으로 날아가고 싶다. 그리움에 절규하는 파도, 모아이 눈, 그리고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의 바다가 있는 라파누이의 고향으로……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삶은....

오래 오래 기다리는 것이다.

온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되 조급하지 말고

오래 기다려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저 외로운 모아이처럼...

불평하지 말고

오래 참고

오래 기다려라.

 

파도는 그렇게  말을 했다.

 

 

 

 

(이스터 섬에서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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