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부활의 섬'에서 첫 아침

찰라777 2008. 1. 3. 09:14

△ '부활의 섬' 오롱고로 올라가는 라노카오 산에서 바라본 항가로아 마을.

이 섬에 오직 한 곳의 주거지인 항가로아 마을이 마치 조개 껍질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부활의 섬'에서 첫 아침을 맞이하다.

 

 

"요란나."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마르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에는 얼듯 알아듣지 못했지만 곧 '요란나'는 라파누이들의 인사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침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하늘은 어둑어둑했다. '부활의 섬'에 맞이한 첫 아침. 그런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해가 바다 앞에서 떠오를 줄로 생각을 했었는데, 웬걸 엉뚱하게도 해는 마을 뒤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거 참 이상한 데요? 해가 거꾸로 떠오르는 것 같아요?"

 

"글쎄? 나도 방향감각을 통 잡을 수가 없네?"

 

방향감각을 잃고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들을 보고 마르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방향감각의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리저리 아무리 살펴보아도 마르타네 집 앞이 동쪽 같은데 서 쪽이란다. 어쩐지 어제 밤에 달이 떠 있는 방향도, 별자리도 낯설게 생각이 들더니, 남태평양의 대양 한 가운데서 우린 방향감각을 잃고 잃을 수밖에 없었다.

 

 

△마르타의 소박한 꿈을 담은 화단. 마르타는 이곳을 배낭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캠핑장소로 만들어 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마르타는 아침식사라고 하며 커피 한잔과 빵 한 조각을 하얀 탁자위에 놓았다. 그녀는 영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콘사이스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손님을 받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영어단어 하나를 써주면 그녀는 그 단어를 콘사이스에서 찾아서 해석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바디랭기지가 의사소통을 하는 데 더 빨랐다. 타히티에서 남편 로저를 만나 이곳으로 왔다는 그녀는 순수한 폴리네시안 혈통의 여인.

 

 

△바다가 바라보이는 마르타네 집 식탁에서

 

영혼으로 나누는 대화

 

커피향이 진하게 코를 찔렀다. 빵을 한 조각 찢어서 커피에 적셔 한 입 물고 있는데 로저가 그 밤송이머리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방에서 나오며 역시 "요란나"하면서 인사를 한다. 곧이어 마르타의 딸 미히노아가 아빠의 뒤를 따라 나오며 "올라"하고 인사를 한다. 스페인 학교를 다니는 미히노아는 스페인어로 말을 했다. 우리는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이스터 섬의 아침은 이렇게 3국의 말로 시작되었다.

 

빵 한 조각의 기적! 밀이 한 톨도 나지 않는 이 섬에 빵의 존재는 정말로 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 빵 한 조각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으니 이 방은 우리들에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기적을 일으켜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두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빵을 씹어먹었다. 우리들의 대화는 여전히 수화와 몸짓으로 계속되었다. 혀를 내밀기도 하고, 고개를 좌우로, 전후로 흔들기도 하고...  그것은 마치 영혼으로 나누는 대화 같았다.

 

 

△화단과 캠핑장소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바다가 바라보이는 마르타네 집 뜰

 

 

마르타네 집 앞에는 조그만 화단이 있었고, 화단에는 알 수 없는 남국의 진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넓은 안마당에다가 캠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간간히 배낭족들이 캠프를 치기도 하지만 더 많이 알려서 바닷가에 편한 캠핑장소를 만들겠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꿈이 화단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활의 섬에서 맞이한 첫 아침 노을은 저녁인지 아침인지 분간을 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절해고도에서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것처럼 우리는 시간의 흐름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로저의 이상한 지도

 

 

 

△로저가 들고 나온 이상한 지도. 섬은 화산과 모아이 그리고 새들의 그림으로 가득차 있다. 

 

 

로저에게 이스터 섬의 안내 책자를 들고 어디부터 이스터 섬을 가는 것이 좋으냐고 손가락으로 묻자 로저가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나온 로저의 손에는 커다란 지도가 들려 있었다. 로저는 그 지도를 탁자위에 펼쳐 놓더니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이스터 섬의 여행 방법을 전수(?)해 주었다. 지도에는 수많은 모아이상과 이상하게 생긴 새들의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섬은 삼각형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어찌 보면 쪽배 모양 같기도 하고, 나뭇잎 같기도 했으며, 새의 모양 같기도 했다.

 

 

 

△이상한 새들의 그림이 잔뜩그려진 지도

 

 

로저는 맨 처음에 오롱고(Orongo)라고 표시된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론리 플레니트(Lonely planet) 안내서를 보니 라노카오(Rano Kao) 사화산이 있는 곳으로 라파누이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로저는 손가락을 차례로 라노라라쿠-통가리키-아나케나-아후아키비-타하이-테라바카 산…… 등을 가르쳤다. 모두가 수수께끼 같은 이름들 뿐이었다.

 

 

 

 

△위에서부터 항가로아 마을과 마타베리 공항, 라노카우(오롱고), 라노 라라쿠 채석장

 

 

우리는 로저의 손가락을 따라 벌써 섬을 한 바퀴여행하고 있었다. 로저가 가르쳐 준대로 오늘은 일단 걸어서 오롱고 곶을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내일부터는 지프차를 한 대 빌려서 '부활의 섬'을 일주하기로 했다. 섬의 총면적은 165㎢로 우리나라 안면도보다  조금 크지만 걸어서 다니기엔 힘든 곳이다.

 

"사방은 온통 바위투성이다. 바위는 전부 빨간 색이거나 검은 색이다. 동굴이 많고 벌집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불의 산물이라는 징후가 뚜렷하다. 망원경으로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똑바로 서 있는 기둥을 살펴본다. 다른 섬에서 본 사실로부터 추측컨대, 이 기둥들은 소사이어티 섬에 사는 사람들이 테라고 부르는 것들이며, 거기 묻힌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람들 모습을 한 기둥들이다."

-요한 라인홀드 포르스터-

 

"이스터 섬, 배를 댈 곳도 변변치 않고, 식물도 많이 자라지 않는 이곳은 녹색의 낙원 폴리네시아와 뚜렷이 대조된다.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위대한 작업은 고귀한 야만이라는 신화와 전혀 다른 신화를 낳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서상들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에서부터 아후아키비 모아이, 아나케나 해변 석상, 이스터 섬에서 가장 높은 테라바카 산

 

18세기 탐험가들이 진술한대로 로저가 준 지도는 분화구가 3개나 있고, 붉은 바위와 검은 바위 투성이이며 군데군데  모아이 석상은 서 있고, 나무라고는 거의 없는 볼품없는 섬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물과 빵 약간의 간식거리를 사들고 우리는 로저가 준 지도 한 장을 들고 오롱고 비밀이 숨겨진 라노카오로 향했다. 이스터 섬에는 슈퍼마켓도 오직 이 항가로나 마을에만 있기 때문에 먹 거리와 마실 거리는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서가야만 했다.

 

 

◆이스터 섬 일주 계획

 

△ 이스터 섬은 우리나라 안면도보다 좀 더 크다. 3개의 사화산분화구가 있으며, 900여개의 모아이 석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걸어서 다닐만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지프차를 한 대 렌트하거나 자전거로 일주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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