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걷기예찬- 걸으면서 시작하는 세상의 아침!

찰라777 2008. 6. 28. 09:32

걸으면서 하루를 사작하는 세상의 아침 !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활짝 열어놓은 것입니다. 발과 다리, 팔과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발로 걷는 동안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세계로 활짝 열어주는 매우 능동적인 명상에 빠져들게 됩니다.

 

▲걸으면서 세상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잠실 한강고수부지)

 

 

걷은 동안 오장육부는 제 자리를 찾아가 활동하기 시작하고, 혈관은 확장되어 맑은 피를 몸 전체에 골고루 흐르게 하고, 두뇌는 회전이 빨라지며, 이윽고  몸은 균형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명상에서(걷기운동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은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소년시절 무려 12년 동안 무척이나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난 저는 초등학교 6년 동안을 매일 집에서 학교까지 4km씩 걸어 다녀야 했고, 중고등학교 6년간은 12km를 매일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정말 12년 동안을 줄기차게 걸어 다녔습니다. 그 때는 걷는다는 것이 지겹게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하면 12년동안의 걷기 명상이 오늘을 살아가는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잠실철교 도보길을 걷다보면 지하철의 굉음도 어떤 카타르시스적인 쾌감을 느끼게 된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뀐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걷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하루에 한 번 정도 강북의 집에서 강남에 있는 아산병원까지 특별한 짐이 없는 한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니 아주 무거운 짐이 없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아예 배낭을 매고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산병원에는 아내가 두달째 장기입원을 하고 있는데, 길을 걷고 있노라면 인생의 희노애락과 생노병사가 희석되며 흘러가는 강물 속으로 섞여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아침에 강변을 걸으면(요즈음은 저녁에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고수부지를 활기차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홀로, 혹은 둘이서, 혹은 강아지와 함께.... 아침의 한강 고수부지는 마치 걷기 경연대회라도 하는 경연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한강의 강물이 흘러가듯 끊임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물결을 보노라면 짐짓 평화를 느끼곤 합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잠실철교를 건너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어제 저녁에도 잠실철교를 걸어서 강북에서 강남의 아산병원까지 걸어왔습니다. 저희 집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약 50분 정도 걸립니다. 집에서 나와 강변역에서 지하철이 으르렁 거리는 잠실철교를 지날 때면 고압전선과 지하철의 굉음에 위험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짜리한 카타르시스적인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지하철의 굉음에 세상의 소리가 다 묻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굉음을 들으며 걷는 동안은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맙니다.

 

 

▲잠실철교 사이로 보이는 서울야경도 걷는 즐거움을 배가해준다.

(철장 사이로 보이는 올림픽 대교의 타워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사방으로 툭 터진 한강의 잠실철교를 걸으며 서울 야경을 보는 것도 이 길을 걷는 백미중의 하나입니다. 철교를 지나면 고수부지가 나오고, 다리 밑을 돌아 탄천을 빠져 나오면 이윽고 아산병원이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유리 캐슬처럼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아산병원은 정말이지 “마법의 성”처럼 보입니다. 저 속에서 장기를 이식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분만을 하고, 장례를 치르고… 오만가지 인간의 희. 노. 애. 락과 생. 노. 병. 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장기를 이식하는 환자들에게는 마치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인간을 다시 태어나게 하니 신기한 마법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잠실철교에서 바라본 한강의 야경

 

▲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유리캐슬처럼 다가오는 아산병원

 

 

인간은 태어나서 생. 노. 병. 사를 피할 수는 없겠지요. 우리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유한한 생명, 죽음이라는 시간의 굴레로 줄달음을 치고 있지만, 사는 동안은 힘차게 걸으면서 세계를 이해하고, 남들과 나누면서 아름답고, 건강하며 즐거운 인생을 보내야겠지요.

 

드디어… 콰이강의 다리 같은 육교를 지나 마법의 성인 병원에 도착합니다. 응급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 병실에 도착하면 이내 온 몸에 땀이 죽 흐릅니다. 건강하다는 증거지요. 병실에 들어서면 누구보다도 아내가 반가운 미소를 보내며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걸어서 병원까지 여행을 온 느낌이 든 답니다. 걷는 즐거움이 그렇게 나를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환자를 간병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걷기 여행을 떠나온 느낌으로 말입니다.

 

“인간이라는 종(種)은 두 개의 발로부터 시작되었다” -르루아 구랑-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기 위하여 발로 걸었고, 지금도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걷기에 제동을 걸고,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 주변 환경은 오염과 각종 구조물로 걷는 자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고, 사고력을 증진시키며, 열린 세계로 자신을 명상하게 하기 위해서는 밥을 먹듯이 매일 일정시간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러분, 젊게 사시려면 걸으십시요. 오늘 하루도 걷는 운동으로 생의 희열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잠실철교을 걸어가며 토욜 아침 찰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