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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가징 긴 비행-남미 파타고니아에서 호주 퍼스까지

찰라777 2008. 8. 3. 16:19

내 생애 가장 긴 비행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호주 퍼스까지

 

 

 

 

12월 24일 12시40분, 란 칠레 LA80 항공기는 세상의 땅 끝 푼타아레나스를 이륙하여 산티아고로 향했다. 비행기는 푸에르토몬트에 기착하여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이륙하여 오후 5시에 산티아고 이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밤 11시 25분, 시드니행 란 칠레 LA801 점보기는 요란한 굉음을 소리를 내며 이륙했다. 비행기는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의 고봉을 뒤로 하고 태평양 상공으로 기수를 돌려 망망 대해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이브다. 여자 승무원들은 초콜릿으로 만든 산타 할아버지를 돌렸다. 이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들 뱃속으로 들어오시겠대. 하하. 좋은 선물을 받았구려. 초콜릿 산타 할아버지가 뱃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녹아버렸다.

 

 

 

 

 

 

바로 옆 좌석에는 젊은 연인 한 쌍이 앉아 있다. 자정이 넘자 그들은 테이블을 펴고 촛불을 켜더니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내 입술을 붕어처럼 내밀고 키스를 한다. 풍경 한번 조네!

 

12월 26일 새벽 3시. 모니터에 날짜변경선을 통과 한다는 시그널이 나온다. 저런! 눈 깜박할 사이에 이틀을 까먹었군. 하늘에 가만히 앉아서 우린 48시간을 도둑맞은 것이다.

 

승무원은 전등을 켜더니 아침 식사를 배급해 준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하늘에서 보내고 새벽 3시에 아침을 먹는 기분이 묘하다. 도대체 뭐가 뭔지 막 헷갈린다.

 

 

새벽 4시 12분, 비행기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하여 갈아타는 승객을 태운다. 산티아고를 이륙하여 12시간을 날아온 샘이다. 이륙을 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의 시간이 있다는 페이징이 울려온다. 우리는 면세점으로 가서 운동도 할 겸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아내는 뉴질랜드 산 양털 내의를 1벌을 사고 나는 오스트레일리아편 론니플래닛 안내책자를 한 권 샀다.

 

아침 6시, 비행기는 다시 시드니를 향해 이륙한다. 시드니까지는 3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아침 7시 30분, 란 칠레 항공기는 긴 비행을 끝내고 피곤한 날개를 접는다. 12시 25분에 출발하는 퍼스 행 비행기이륙시간은 아직 시간이 상당히 남았다.

 

우리는 다시 면세점에 나가 여기저기를 기웃 거리며 시간을 죽인다. 아이쇼핑을 하다보면 물건을 사게 되어 있다. 아내는 다시 겨울용 양모내의를 두벌을 산다. 한국에 돌아가면 겨울인데 가격이 싸고 마침 겨울내의 도 없단다.

 

 

12시 25분, 퍼스 행 콴타스 QF577호는 퍼스를 향해 서쪽으로 날아간다. 호주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퍼스는 '지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란 수식어가 붙어 있을 정도로 호주대륙의 다시 도시들과 머리 떨어져 있다. 현지시간 오후 2시 25분, 콴타스 항공기는 4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를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에 토해 놓는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우리를 질식 시킬 듯 휘어 감는다.

  

24시간의 비행, 6번의 공항 이착륙, 꼬박 이틀간의 항공여행 끝에 남미의 파타고니아에서 우린 호주 대륙의 퍼스에 도착한 것이다. 내 생애 가장 비행이다. 세계일주 항공권은 참으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전 세계 4대륙 20회를 탈 수 있는 항공권을 300만원을 조금 넘개 주면 살수 있으니 말이다. 허지만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만이 가능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