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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 퍼스

찰라777 2008. 8. 11. 08:41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 퍼스

 

 

 한 장의 엽서가 되고마는 신기루 같은 퍼스의 스카이라인. 서호주의 수도인 퍼스는

다른 도시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지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무리 피하고 싶어도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가고 싶은 곳은 언젠가는 가게 되고, 그리고 어디론가 다시 떠나게 되니 말이다.

 

 

호주의 퍼스가 바로 그런 곳이다. 그것도… 남미하고도 칠레의 남쪽 끝 파타고니아 푼타아레나스에서 산티아고-뉴질랜드의 오클랜드-시드니를 거쳐 무려 이틀 동안이나 하늘에 둥둥 떠 있다가 도착한 호주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퍼스!  퍼스는 내가 평생 가고 싶은 곳중의 하나로 일찍이 점을 찍어 놓은 곳인데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더구나 몇 달 동안 전혀 먹통인 남미의 스페인어 권역에 있다가 서투른 영어지만 영어권역으로 들어오니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주 대륙은 남한의 100배나 큰 땅이다. 그 중에서도 서호주는 남한의 33배나 되는 드넓은 땅이다. 그런데 인구는 고작 190만 명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인 150만 명이 서호주의 수도 퍼스에 살고 있다.

 

 

12월 26일 오후 2시 25분. 시드니에서 불모지의 사막을 지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퍼스는 다른 도시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우리나라와 절기가 정 반대인 12월의 퍼스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때는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와 신년 연휴를 맞아 공항은 여행객들로 때 아닌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렌터카를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동나고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버스 시내에 들어오는데 퍼스의 고층빌딩 스카이라인이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북적대는 공항과는 달리 다운타운은 너무나 조용하다. (▲사진:휴가시즌인 퍼스의 거리는 사람구경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조용하다)

 

다운타운에서 숙소로 가는 67번 버스로 갈아탔는데 버스엔 동양인 여성이 세 딸과 함께 딸랑 앉아 있다. 같은 동양인을 본 그녀는 반가운지 먼저 인사를 먼저 건 낸다. 베트남에서 이민을 왔다는 그녀는 우리가 묵을 숙소를 친절히 가르쳐 주며 퍼스의 길 안내까지 해준다. 우리는 도중에 우연히 숙소로 가는 셔틀 버스를 만나 무사히 North Lodge Backpackers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다가 놀랍게도 우리는 한 한국인 유학생을 만났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 부산에서 온 미스 염. 그녀는 이 먼데까지 와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이 숙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 공부를 한단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무료 셔틀버스인 블루 캐츠(Blue CAT)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산책을 나갔다. 텅 빈 버스를 아내와 단 둘이만 타고 가니 이상한 나라에 온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머레이 스트리트와 헤이 스트리트의 고급백화점과 패션매장은 문이 모두 닫혀 있고 조용하기만 하다. 런던코트와 킹스트리지의 고급 부띠크에도 고급 물품이 박제된 인형처럼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을 뿐 사람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거 어디 사람 사는 곳이 이래. 도대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말이야."

 

"정말! 사람이 사는 도시가 맞는 건가?"

 

 

런던의 어느 거리를 빼다 닮은 듯한 도시의 매인스트리트는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깨끗하다. 그러나 거리는 사람도 자동차도 구경하기 어려운 진공상태다. 모두가 어디론가 연말연시 휴가를 떠나 버린 모양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도 결국 주변의 관광지로 가는 거점도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퍼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퍼스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서호주에 아름답고 청청하게 펼쳐진 터키만 등 10대 비치에서 윈드서핑을 즐기거나 샤크베이의 돌고래 쇼, 닝갈루 해양공원의 산호초와 고래상어 관람, 환산의 섬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의 해양스포츠, 스완벨리로의 와인 테이스트 여행, 사막위의 신비한 석회암 기둥 피너클스(The Pinnacles)같은 관광지로 떠난다는 것. (▲사진:진공상태처럼 고요하기만 한 퍼스의 거리. 무료버스 BLUE CAT엔 오직 우리 두사람만 타고 있다)

 

트네스트 섬은 퍼스에서 1시간30분 정도 페리를 타고 들어가면 도착하는 휴양지로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자전거로 돌면 반나절 안에 일주할 만큼 작지만, 섬 전체가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게 만들어놓은 테마파크나 다름없다. 

 

자전거 하이킹과 경비행기 투어, 잠수함 투어, 올리버힐 기차 투어, 스노클링, 다이빙 같은 해양 레포츠 등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커피 한 잔이나 밀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그냥 터키석으로 빛나는 푸른 바다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섬에 도착한 본전을 뽑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이 없는 거리는 김빠진 맥주와 같다. 우리는 목도 축이고 다리도 쉴 겸 해이 스트리트Hay Street의 어느 골목에서 문이 열려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한다.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들어가야지.

 

 

우선 밀맥주(Blonde Wheat Beer)를 시켜 마른 목을 축인다. 황금색의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속까지 시원하다. 퍼스는 맥주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여행 중에 마시는 맥주 한잔은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와 같다.

 

퍼스는 맥주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톡 쏘는 맛의 패일 애일(Pale Ale), 프리맨틀 필스너(Fremantle Pilsner)를 마시기 위해 호주의 부자들은 퍼스로 맥주여행을 떠나오기도 한다. 무진장으로 쏟아지는 황금 다이아몬드 철광석 등 광물자원 덕에 호주 최고의 부자 도시가 된 퍼스인들은 지금 모두 휴가를 떠나 버리고 중심가는 텅 비어 있다.

 

 

Tour Tip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퍼스행 직항편은 없다. 대부분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뒤 퍼스로 간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이 홍콩에서 주 5회 퍼스 직항편을 운행한다. 인천~홍콩은 3시간30분, 홍콩~퍼스는 7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퍼스는 한국과 1시간 시차(늦음)가 있다. 그러나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시점에는 시차가 없다. 퍼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서호주관광청 한국사무소(http://www.westernaustralia.com/kr 02-6351-5156)에서 찾을 수 있다.

 

 

 

 

(호주 퍼스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