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24]영원한 봄의 도시, 쿤밍-칠종칠금의 현장

찰라777 2009. 6. 8. 05:53

영원한 봄의 도시, 쿤밍

-삼국지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 칠종칠금의 현장 윈난성에 도착하다

 

 

▲ 윈난은 2,500종이나 되는 야생화초와 식물이 서식이인 까닭에 천상의 화원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해발 1890m에 위치한 쿤밍은 1년 내내 기후가 온화하여 '영원한 봄의 도시' 란 뜻을 지니고 있다.

 

허커우에서 쿤밍으로 가는 길은 좁다. 거기에다가 검문이 심하다. 잠이 들만하면 버스가 정차를 한다. 경찰제복을 입은 중국 공안원 두 명이 버스에 올라 검사를 한다. 왜 그리 검문이 잦느냐고 운전수에게 물으니 마약 검사가 심하다고 한다. 베트남 국경을 통해 미얀마 산 마약이 중국으로 밀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   

 

자정 무렵 버스는 어느 휴게소에 멈춘다. 달이 유난히 밝다. 날짜를 짚어보니 오늘이 보름날이다. 고향에도 달은 떴겠지. 그런데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여온다. 이 밤중에 한국인이 어디를 갈까? 한국말소리에 아내는 너무 반가워 내 손을 이끌고 말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자고 한다.  

 

한국말이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아주머니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딸이 함께 쿤밍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중이란다. 쿤밍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함께 지내고 있는데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중이란다. 자식 교육을 위해 중국까지 왔다는 것이다.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대한함을 넘어 과열 상태다

 

“쿤밍에 가시면 석림과 구양동굴을 놓치지 마세요.”

“구양동굴이 그렇게 좋은가요?”

“네, 저는 석림 보다는 구양동굴이 훨씬 감동적이었어요!”

"그럼 구양동굴을 꼭 가보아야겠군요."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쿤밍시가지의 활기찬 모습 

 

아내는 혼잣말을 하면서 달을 바라본다. 무슨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대신 아주머니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정보를 우리에게 물어본다. 달밤에 우린 서로의 생생한 여행정보를 교환했다.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중국어를 익히면 일본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맹모삼천도 국내를 초월하여 국제적이다. 그들이 타고 온 버스가 먼저 우리가 왔던 길을 따라 베트남 쪽을 향해 사라져 간다.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달빛에 멀어져 간다.

 

그들과 헤어져 버스를 타고 한 잠을 자고나니 여명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을 걷어낸 산 밑으로 도시의 불빛과 제법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원한 봄의 도시' 쿤밍에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쿤밍’은 ‘봄의 도시’란 뜻이다. 중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쿤밍은 해발 1,89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쿤밍은 덮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사철 봄 같은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티베트 땅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우리는 쿤밍에서 다리, 리장, 샹그릴라, 매리설산이 있는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의 라싸로 갈 예정이다.

 

 ▲시산에서 내려다 본 덴 호수와 쿤밍 시가지.  1890m에 위치 쿤밍은 쿤밍은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린다.

 

아침 6시 30분, 우린 누에고치처럼 생긴 침대버스에서 해방되어 쿤밍 땅을 밟는다. 쿤밍의 남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덴 호수는 길이 40km에 달하고, 호수 서편에는 기다란 V자모형의 초원지대 건너편에 깎아지른 절벽을 한 시산이 호수변을 따라 뻑어 있다. 시산의 봉우리는 너무 아름다워 '잠자는 미인 언덕'이라 불려질 정도다.

 

 

'구름의 남쪽' 윈난성은 '천상의 화원'이다

 

윈난 云南 Yunnan은 '구름의 남쪽'이란 뜻이다. 윈난은 중국의 모든 성들 중에서도 가장 다채로운 지역이다.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는 윈난은 지역적으로는 시솽반나의 아열대 기후에서부터 1년 내내 눈 덮인 매리설산까지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2,500종이나 되는 야생 화초와 식물을 비롯하여 중국에서 가장 많은 종種의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윈난은 ‘동물의 왕국’, 혹은 ‘식물의 왕국’,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 또한 중국 전체 소수민족의 1/3인 2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또한 ‘강호의 무림고수’로 시작하는 수많은 무협지의 본고장이 바로 윈난성이다. ‘삼국지’를 읽은 독자라면 남만왕 ‘맹획’을 기억할 것이다. 제갈공명이 일곱 번 붙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준, 칠금칠종(七擒七縱)의 일화로 유명한 변방이 바로 윈난지역이다.

 

7세기에 세워진 다리 왕국은 13세기 몽골제국에 의해 멸망될 때까지 매우 강력한 왕국이었다. 지금도 윈난은 북쪽의 정부로부터 가장 먼저 이탈하는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무수한 관리들이 이곳으로 추방되거나 유배되면서 반란 성향이 더욱 짙어진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윈난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배낭족들로부터 가장 각광을 받은 매력적인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쿤밍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산. 산 아래 덴 호수가 길게 뻗어있고, 아름다운 봉우리는 '잠자는 미인언덕'이라 한다

 

영원한 ‘봄의 도시’ 쿤밍, ‘동양의 스위스’라 불리는 다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쟝의 한옥 올드 타운과 나시문화, 기묘한 바위들이 춤추듯 숲을 이루고 있는 석림石林과 구양동굴, 티베트문화를 만끽 할 수 있는 샹그릴라, 일 년 내내 설산으로 덥혀있는 매리설산 등 매력적인 여행지가 배낭족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