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25] 중국 절밥이나 한번 먹어볼까?

찰라777 2009. 11. 19. 14:55

쿤밍 원통사 

절밥이나 한번 먹어볼까? 

 

 

 ▲원통사 공양간 앞에 앉아 절밥을 먹는 사람들

 

-기름에 튀겨 나온 채식당의 야채. 느끼하여 맛이 없다.

 
아침 6시 30분. 쿤밍의 버스정류장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버스에서 내리니 삐끼들이 자기 차를 타라고 호객을 한다.

 

밤새 좁은 침대버스에서 오그리고 오다보니 어깨, 허리, 팔다리가 뻑적지근하다. 그래, 택시를 타자. 비싸지 않을까요,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아내를 무시하고 메달택시를 탄다.

“차화 빈관 茶花 賓館.”

운전수에게 한문으로 된 호스텔 이름을 들이미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차화빈관까지 15위안이 나온다. 배낭을 짊어진 채 3층으로 올라가니 여자 종업원이 유스호스텔은 건너편에 있단다.

  

- 쿤밍 유스호스텔 차화빈관. 발마사지 하라는 선전이 이채롭다.

  

그럼 왜 여기에다 유스호스텔 표시를 해 두었어. 엉? 같은 이름인데 이곳은 비싼 곳이고 싼 숙소는 따로 있단다. 김새지만 배낭여행자인 주재에 자신을 알아야지.

건너편으로 내려가 방값을 물으니 더블 룸이 120위안이란다. 얼마라고요? 한국 돈으로 15,000원. 세상에 그렇게나 비싸요? 따지는 아내. 그러나 중국에서 첫날밤을 따로따로 잘 수야 없지. 키 보증금을 따로 50위안을 받는다.

자,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 한 숨 돌린다. 새들이 창밖에서 노래를 하며 우리를 반긴다. 히야 고놈들…

“꽤 운치가 괜찮군요?”
“자연이 들려주는 봄의 노래 아니요.”

하기야 쿤밍은 영원한 봄의 도시가 아닌가. 1년 내내 기온이 20도를 전후한다니 살기 좋은 동네다. 8시 30분. 아내가 그만 나가잔다. 하여간 잠시 쉬지를 못하는 여인이다. 호스텔 앞에 카페가 보인다. 토스트 두 쪽, 계란 프라이 한개, 바나나 한쪽에 10위안(1200원)을 받는다.

  

- 윈난성 박물관 앞의 꽃으로 가꾸어진 거리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 냉장고 식당에 아내의 인슐린 등 약을 맡기고 밖으로 나간다. 박물관을 먼저 갈까? 박물관이 무에 볼거리가 있을까요? 그래도 윈난성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5번 버스가 박물관을 간다고 하여 버스를 탔는데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 같다 내릴 때가 되었는데 버스는 계속 간다. 운전수에게 물으니 잘못 탔단다. 이거야 정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탄다. 우리들의 여행수칙 택시 안타기의 금기사항이 두 번이나 깨지는 날이다.

 

-박물관에 진영된 윈난 전통 공예품

 
역시 박물관은 따분해. ‘윈난성 박물관은 불교미술품, 소수민족 유물들이 전시되어 한 번 둘러 볼만하다는 론니의 안내서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걸어서 ‘추이후 공원’으로 간다. 그래도 공원이 분위기가 좋다. 사람들이 붐빈다. 화려한 외륜선들이 호수를 수놓고 있다. 추이후 공원은 쿤밍 시민들의 휴식처다. 

 

- 쿤밍시민들의 휴식처 추이후 공원내의 호수

 

지도를 보니 원통사는 추이후공원에서 멀지 않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침 영어가 통하는 중국인을 만났다. 그는 아주 친절하게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지도까지 주며 거기에다 볼펜으로 원통사 가는 길을 표시해 준다.

 

이럴 때 중국말로 뭐라고 하지. 맞다! 두 손을 모으고 “세세” 하니 두 젊은이는 흰 이발을 드러내며 웃는다. 복을 주는 사람들은 복을 받으리다.

 

- 친절한 중국 젊은이들과 함께 추이후 공원에서

 
봄이지만 쿤밍이 대 낮은 덮다 . 아이스크림 한 개씩 입에 물고 원통사 입구에 도착한다. 쿤밍에서 제일 큰 절답게 사람들이 흰 떡이다.천년고찰답게 입구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길은 꽃으로 수를 놓고 있다.

  

- 천년고찰 원통사 입구. 정원이 아름답다.


중앙 안마당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고 한가운데 8각 정자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사찰 뒤쪽에 홀에는 태국 왕이 선물을 했다는 석가모니 불상이 모셔져 있다.

 

손도 천이 발도 천이라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 앞에 기복을 하는 사람들이 만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 데, 복을 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단 말이야. 허허.. 

 

-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앞에 복을 비는 중국인들

  

안채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공양을 하고 있다. 절밥을 먹는 모습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똑 같다. 국 한그릇 밥과 반찬을 버무린 짬뽕 밥. 특히 노인들이 많은 것도 한국과 닮았다.

  

- 절밥을 먹는 노인들. 한국의 절과 비스한 풍경이다. 배가고프니 맛있게만 보여

 


“와! 절밥이다. 한 그릇 먹을까?”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데요?”

밥 한 그릇 먹기 위해 공양간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우리도 줄 뒤에 선다. 그런데 뒤에서 온 가람들이 자꾸만 앞으로 새치기를 한다. 이거야 말은 안통하고. 손짓으로 아줌마에게 뒤쪽으로 서라고 하니 자기가 먼저라고 우긴다.

  

“에이, 그냥 나가지.”
“그게 낫겠어요.”
“요기 근처에 유명한 채식식당이 있다는 군.”
“그럼 거기로 가지요.”

 

-공양간 앞에 줄을 서있는 밥타는 사람들. 이도 한국절과 비슷한 풍경이다.

 
론니 가이드북에 나온 ‘위취안자이’란 채식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그런데 음식은 별로다. 채식이라지만 모두 기름으로 튀긴 음식이다. 45위안으로 값은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음식 맛은 별로다. 쿤밍에서 채식식당은 가지 말자. 어쨌든 양은 채웠으니 나가자. 티베트까지 가려면 식사가 튼실해야 한다.

“차라리 고기를 먹었어야 했어. 발효시킨 두부 속에 담아내는 오리요리가 일품이란 든데.”
“그래 봤자 뻔하지요.”
“에너지를 충전해야 티베트가지 갈거 아닌가. 이제 어딜 가고 싶소.”
“리더가 안내하는 대로요.”
“허허. 이럴 땐 리더로 부추기는군. 그럼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는 윈난 민속촌으로 가볼까?”

다시 금기사항을 깨고 택시를 탄다. 중국말이 안통 하니 오늘까지만 택시를 타자. 또 택시를… 하며 입을 내미는 아내를 무마시키며 택시를 탔는데 말라빠진 택시 운전수가 헤매더니 가까스로 윈난 민속촌에 내려준다.

이거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