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전라도

[백도]다도해의 마지막 남은 절경

찰라777 2009. 9. 21. 07:54

 

다도해의 마지막 남은 절경, 백도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백도의 절경

 

"………파도소리에 맞춰/콧노래 부르며 먼 섬으로 가고 있는 여인은 아름답다/여자여서 그럴까 아니 남자라도/그런 남자는 세상을 살 줄 아는 남자다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살 줄 몰라서 방황하는 것인데 /저렇게 떠돌아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말 자유를 누릴 만한 사람이다 ………"(이생진, 섬으로 가는 자유인)

 

평생 섬을 노래해온 이생진 시인은 '섬으로 가는 자유인'이란 시에서 섬으로 가는 마음을 이렇게 노래한다. 어느 날 나는 초가을 파란 하늘을 따라 섬으로 가는 자유인이 되고 싶었다. 바닥이 다 헤진 운동화를 버리고 마음 단단히 먹고 새 신발을 샀다. 새로 산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나는 아내와 함께 백도로 가는 배를 탔다.

 

시인의 노래처럼 눈과 귀로 파도소리 들으며 뱃고동 소리 울리는 여수항을 출발했다. 여수항을 벗어나자 배는 대 자유를 만난 듯 먼 바다를 향해 돌진해 갔다. 갈매기 끼룩끼룩 나는 뱃전에는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늘어졌다. 먼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섬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이 싱그럽다.

 

 

▲푸른 하늘 바다에 우뚝 솟아오른 상백도와 하백도 

 

초가을 바다와 하늘은 푸른 물감을 들인 듯 푸르고 푸르렀다. 푸른 파도를 가르며 섬으로 달려가는 나는 어느 것에도 그 걸림이 없는 자유인이 된 듯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먼 섬, 가까운 섬이 점점이 이어지는 다도해는 글자 그대로 수많은 섬들이 절경을 이룬다.

 

나로도와 대동리 섬을 거쳐 도착한 거문도! 거문도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거문도에 가면 처음엔 자연에 취하고, 다음엔 인물에 취하고, 나중엔 역사에 눈길을 돌린다. 거문도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키우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무인도 중 가장 아름다운 백도의 실력이다." 아름다운 곳을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이생진 시인의 말은 거문도와 백도를 돌아보면 증명이 된다.

 

거문도에서 나는 다시 백도로 가는 유람선 우주스타로 갈아탔다. 바람이 별로 없는데도 우주스타는 파도에 삼켜질듯 흔들거리며 무인도 백도를 향해 통통 거리며 달려간다. 쪽빛 바다 위해 펼쳐지는 풍경은 그대로 하나의 시가 되고 만다.

 

 

 

 

아무나 백도를 가는 것은 아니다.
시간에 걸림 없고, 일에 걸림이 없는 사람들,
자유를 만끽하고픈 사람들만 백도로 간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곳에
걸림이 없는 자유인을 백도는 기다리고 있다.

바쁘다고 핑게대는 사람들을 백도는 기다리지 않는다.

거기, 백도로 가는 나는 대자유인이다!  -찰라, 걸림 없는 자유인-

 

드디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 기암괴석이 앞을 가로 막는다. 말로만 들었던 백도다! 상백도와 하백도,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루어진 백도는 온통 하얗게 보인다.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절경, 백도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다.

 

 

 

"태초에 옥황상제 아들이 노여움을 받아 귀향을 왔었답니다. 그는 용왕의 달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보냈더랍니다. 옥황상제는 수년 후 아들이 몹시 보고 싶어서 아들을 데리러 신하를 백 명을 보냈으나, 신하들마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을 벌을 주어 돌로 변하게 하여 버렸는데, 그것이 크고 작은 섬인 백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섬이 백 개 정도여서 백도라고 하였는데, 섬을 헤아려본 바 '일백 百'에서 한 섬이 모자라 '한一'을 빼고 보니 '흰 白'자가 되어 '白島'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신파극처럼 대사를 줄줄 외우는 안내 노인의 백도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하게 이어진다. 각시바위, 매바위, 서방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남근바위, 성모마리아 바위, 원숭이바위, 형제바위, 시루떡바위, 물개바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신파극은 백도의 절경과 함께 섬을 돌아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배를 타면 콧노래가 절로 나와 입으로 전달되던/그 입에서 갯물을 토해내던 그 입에서/돌연변이처럼 눈이 토악질하며/눈이 입을 닮아 말하고 싶어 할 때/그때가 백도의 절정이다/소리 지르지 말라 토악질은 하는 수 없지만/소리 지르지 말라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파도 때문만이 아니다/그것이 혼동되는 수가 있지만 정신을 차려야/백도가 보인다."(이생진, 백도로 갈 때)

 

숨 가쁘게 돌아보는 절경, 출렁이는 파도가 삼켜버릴 듯 스릴 넘치는 뱃전엔 여행자들의 아! 하는 탄성 소리와 카메라의 셔터 소리만이 하나의 시가 되어 들려온다. 모진 파도와 바람에 부딪치며 절경을 이룬 기암괴석들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상백도와 하백도의 절경을 숨 막힐 듯 돌아보는 동안 배는 출렁거리는 파도에 방아를 찧듯 오금을 저리게 한다. 가지가지 형상들이 살아 있는 듯 다가온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며 이벽의 노래를 부를 때 사공은 뱃머리를 거문도로 돌린다. 사공은 뭇는다. 백도를 본 소감은? 하고. 시인이 아닌 나는 감히 표현을 할 길이 없어, 이생진의 시로 대신하며 백도를 떠난다.

백도야 잘 있거라!

 

"백도를 본 소감은?하고 묻는다/토악질하느라고 정신없었다고 말하라/가슴이 두근거려서 말 못하겠다고 말해라/사실 그런 것을 설명해보지 않았으니 대답이 나올리 없다/그리고 돌아올 때 그 입에/흥얼거리는 그 입에/노래보다 차가운 얼음과자를 물려주듯/눈엔 무엇을 물려줘야 아찔한 벼랑에서 풀려날까/돌아오면서 대삼부도 소삼부도를 외롭게 여기며/입에 재갈을 물린 듯 말을 삼가라/그게 백도였구나."(이생진, 백도로 갈 때)

 

 

 백도 절경

 

 ▲백도로 가는 길에 점점 이어지는 다도해

 

 

 

 

 

 

 

 

 

 

 

 

 

 

▲ 신파극을 연출하는 백도 안내 할아버지

 

 ▲백도를 뒤에 두고 거문도로...

 

 

(2009.9.17 백도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