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Australia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

찰라777 2009. 12. 23. 15:28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

 

 

 ▲호주 시드니에서 날아온 샌드라의 크리스마스카드와 사진. 

작년에 선물로 보냈던 앞치마와 손지갑을 들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샌드라로부터 금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카드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그녀로부터 11년째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은 셈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을 하고, 화상전화로 주고받는 IT시대라고는 하지만 역시 육필로 쓴 엽서를 받는 즐거움은 크다.

 

 

작년까지는 매년 샌드라가 먼저 크리스마스카드와 선물을 보내왔었는데, 금년에는 내가 부지런을 떨어 인사동에 가서 작은 선물을 사서 11월 말일 경에 내가 먼저 카드를 보냈다. 그녀는 내가 보낸 카드와 선물, 그리고 사진을 아주 반갑게 받아보았다고 하며, 이번에도 역시 멋진 호주 캘린더와 비단 스카프, 캥거루 컵 받침, 멋진 사진을 보내왔다. 그녀는 작년에 내가 보냈던 앞치마를 입고 손지갑을 든 사진도 보내왔다.

 

 

 ▲샌드라가 보낸 카드, 달력, 스카프, 사진. 그녀는 늘 푸짐한 선물을 보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샌드라는 정원에 시금치를 심어 수확을 했던 일, 완두콩을 심은 이야기, 조카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야기,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일, 자기친구 파시가 재혼을 한 일, 캔버라로 떠났던 여행, 30년 된 손 씻는 머신과 9년 된 전화기를 새로 바꾼 이야기,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간 이야기,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다행히 다치지는 안했다는 이야기 등 지난 1년 동안 일상 이야기를 촘촘히 적어 보내왔다.

 

 

샌드라는 심장병을 않고 있는데 병세가 별로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살아 숨 쉬며 순간을 신에게 항상 감사를 드리며 살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아내가 심장이식을 하여 백두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신의 가호를 받아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캥거루가 새겨진 컵 받침

 

  

이번에 샌드라가 보내온 크리스마스카드는 아주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타조 등 위에 캥거루와 코알라가 타고 그 위에 곰과 다람쥐(?), 그리고 그 위에 앵무새(?), 맨 꼭대기에는 노란 황금별이 빛나고 있는 특이한 그림이었다. 동물들의 손에는 꽃과 과일이 들려져 있고, 사자와 거북등에는 선물꾸러미가 잔뜩 실려 있다. 그러니 나는 이 많은 선물을 다 받은 셈이다. 나는 부자다. 행복한 부자.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준 샌드라에게 크게 감사를 드린다.

 

 

샌드라의 선물꾸러미는 늘 이런 식이다. 샌드라는 연말이 돌아오면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이렇게 캘린더에 선물을 듬뿍 넣어 보내온다. 그것도 무려 11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말이다.

 

 

샌드라는 매년 선물 꾸러미에 그녀의 주변에서 지난 1년 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장문으로 타이핑을 하여 함께 동봉을 하여 보낸다. 카드를 한 장 써 보내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장문으로 꼼꼼히 1년 중에 일어난 중요한 메모리들을 편지로 보낸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거기에다 3~4가지나 되는 선물꾸러미를 사는 것도 보통 정성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샌드라! 그녀는 늘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주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나는 그녀가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