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한반도지형을 닮은 메리설산의 빙하-빼앗긴 설산에도 봄은 오는가?

찰라777 2010. 3. 18. 11:19

<잃어버린 지평선>을 찾아서(17)

 

빼앗긴 설산에도 봄은 오는가?

 

 

 ▲한반도 지형을 닮은 메리설산 빙하

 

 ▲백의의 천사처럼 서 있는 메리설산. 티베트 8대 신산중의 으뜸으로 치는 성소다.

 

 

메리설산의 눈물

 

계곡의 물소리에 잠을 깼다. 밖으로 나와 메리설산을 바라보니 어제보다 훨씬 설산과 빙하가 잘 보였다. 좌우대칭을 이루는 계곡에 메리설산은 하얀 옷을 입고 백의의 천사처럼 서 있었다. 오늘은 빙하가 밑까지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메리설산은 티베트 8대 신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성소다. 주봉인 카와 카르포(6740m)은 <설산의 신>이란 뜻이라고 할 정도로 신성시 하는 산이다. 주봉을 중심으로 미아츠무봉 (6054m)등 13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현지인들은 이를 타이쯔 십삼봉(太子十三峰)이라고 부른다. 카와 카르포 산은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등산가들이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모두가 실패를 했고, 지금은 중국정부에서 등산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조랑말과 마방들.

 

 ▲불경이 새겨진 타르쵸

 

 ▲메리설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피어있는 붓꽃

 

 

밍융마을은 3000미터 고지에 있다. 빙하까지 가려면 2시간여를 더 올라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 빙하로 가는 입구에 들어서니 조랑말과 마부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는 길이 험하고 고지대인지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말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나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트레킹도 여러 차례 하며 고도적응을 해온지라 2시간 정도 걷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길 초입에는 푸른 붓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길은 비교적 잘 닦여져 있는데 문제는 말똥과 말발굽에 휘날리는 먼지였다. 자칫 잘 못하면 말똥을 밟기가 십상이었다. 말똥을 이리저리 피하며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는데 숨이 찾다. 그래도 저 멀리서 손짓을 하며 우리를 유혹하는 설산을 바라보노라면 그 정도는 문제 삼을 것이 못되었다.

 

빙하로 가는 길 양옆에는 무성한 원시림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들어 서 있었다. 수종을 보니 측백나무 종류다. 이 원시림에는 흑곰을 비롯하여 금전표범, 판다, 등 113종이나 되는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해발 3000m가 넘으면 빨리 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등산 베테랑이라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2시간의 등정 끝에 우리는 태자묘 사원에 도착하였다. 타르쵸 깃발 사이로 빙하가 바로 지척에서 보였다. 울긋불긋한 타르쵸 사이로 보이는 빙하는 더욱 신감을 자아내게 한다. 빙하 위로는 카와 카르포의 하얀 설산이 옥빛의 백의白衣를 걸치고 있는 신선처럼 하늘로 솟아있다. 과연 신산답게 때 묻지 않는 태고의 모습 그대로다.

 

 

▲울창한 원시림

 

 ▲타르쵸 사이로 신비하게 보이는 메리설산

 

▲카와 카르포 주봉(6740m)이 타르쵸 사이로 더욱 신비하게 보인다.

 

 

"오, 황홀한 모습이군요!"

"묘하게도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군."

 

태자봉을 중심으로 계곡에 흘러내린 빙하 모양이 이상하게도 꼭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다. 나는 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빙하를 바라보며 이상야릇한 감정에 사로 잡혔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모레노 빙하와 그레이 빙하, 그리고 노르웨이 북극지방에서 이미 빙하를 탐사한 경험이 있었지만, 한반도를 닮은 빙하를 바라보니 다른 빙하보다 더 정감이 갔다. 빙하는 점점 전보다 작아진다고 한다. 이상기온현상으로 전보다 빙하가 빨리 녹아내린다는 것이다.

 

이곳은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곳이다. 빙하는 매년 내린 눈이 쌓이게 되면 아랫부분의 눈은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 변하여 생긴다. 압력을 받아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변한 빙하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 얼음덩어리가 길게 늘어 서 있는 것이 빙하다.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는 빙하와 흙더미. 이상기온 때문이라고 한다.

 

 ▲엄청난 눈이 쌓여 그 압력으로 빙하로 변한다.

 

 ▲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빙하에서 티베트의 독립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태자묘에서 부터는 나무계단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람들은 모두 빙하의 장관에 탄성을 지른다. 산 정상에서 옥빛으로 빛나는 빙하는 점점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그것은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 무너져 내리며 흙덩이가 버무려 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녹아내리는 빙하의 모습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상기온으로 메리설산은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가끔 가다가 빙하는 쿵쿵~ 천둥치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빙하가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하얀 눈가루가 마치 눈사태처럼 일어나기도 했다. 빙하가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균열이 가 크레파스가 형성되기도 했다. 자연은 이렇게 생사소멸 하는 것이다.

 

 

 ▲빙하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기도를 하는 순례자

 

 ▲수천년에 걸쳐 순례자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동전과 향을 피우는 티베트인

 

 ▲수없이 나 붙은 타르쵸가 티베트인들의 사연을 담고 있는 듯...

 

 

티베트의 독립을 기원하며...

 

티베트의 순례자들은 태자묘 사원 앞에서 빙하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절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흰 천으로 된 카타를 나무 단위에 걸치기도하고, 동전이나 돈을 바위에 올려놓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라를 잃은 그들은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메리설산은 순례자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신음을 하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빙하가 갈라지는 소리는 신음소리요,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물은 설산의 눈물이다.

 

마지막 전망대에서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아내와 함께 각자 빙하를 향하여 합장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나는 우선 우리가 영원히 도시 라싸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해 달라고 염원을 했다. 그리고 티베트의 독립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빙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분단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도 저절로 나왔다. 나라 밖에 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기도는 원래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진짜다. 그러나 나 같은 인간은 속물근성이 있어 때로는 자신을 위한 기도가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절벽에는 노란 야생화들이 생명력을 유지하며 피어있다. 총칼에 억눌린 나라에도 꽃은 자유롭게 피는 것이다. 그 누가 저 고귀한 꽃들의 자유를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노란 꽃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 티베트인들의 염원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 모진 추위와 바람을 견디어 내며 암벽에서 피어내는 야생화들처럼 티베트인들의 정신은 강인하다.

 

이상향의 세계 샹그리라는 어디에 있는가? 샹그리라를 찾아 쿤밍에서부터 다리-리장-중뎬-더친을 거쳐 숨가쁘게 달려온 여정 끝에는 메리설산이 눈물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않고 있는 것이 되기도 하겠지만, 나라를 빼앗긴 티베트인들의 눈물이기도 했다. 우리는 <티베트의 독립>을 다시 한 번 빙하와 꽃들에게 염원하며 메리설산을 내려왔다.

 

 

 ▲티베트인들의 염원은 담은 깃발

 

 ▲녹아내리는 빙하와 수많은 타르쵸가 나라를 빼앗긴 티베트인들의 슬픔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