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어메이 산으로 가는 길

찰라777 2010. 4. 26. 18:47

어메이산(峨眉山)으로 가는 길

 

 

판즈화에서 탄 기차. 어메이 산역에 도착을 하니 새벽 4시다. 무려 12시간을 걸려 도착한 머에이 역. 여기서 쿤밍까지는 16시간이 걸리고 청두까지는 2시간정도 걸린다. 청두로 바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내린 것은 어메이산 보현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해발 3099m의 어메이산은 오대산, 보타산, 구화산과 더블어 중국 4대불교 성지의 하나다. 어메이산은 보현보살의 거처로 믿어지고 있으며 아미파 무술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백은 읊었다.

 

"촉나라엔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이 많지만 어떤 것도 어메이 산에는 비길 수가 없다!"

 

그러나 시인들은 원래 뻥이 많은 법. 뭐든지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산을 말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어메이 산으로 간다.

 

어메이 산 역의 여자역무원이 매우 불친절하다. 묻는 말도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다. 허지만 어찌하겠는가? 겸손할 수밖에 없다. 겸수익(謙受益). 중국말도 못하는 처지에 겸손이라도 해야 한다. 밖은 컴컴한데 삐끼가 달라붙는다. 어메이산까지 빵차가 15위안이란다. 버스를 타면 2위안인데 버스는 5시에 첫차가 출발한다고 한다.

 

기다리기엔 너무 지루하다. 빵차를 탔다. 빵차를 타고 Today Bear Hostel에 도착을 하니 4시 30분. 잠긴 문을 두들겨 본다. 아주머니가 눈을 비비며 나온다. 마침 방 하나가 비어 있단다. 3인용 도미토리로 들어가니 서양인 한 사람이 자고 있다. 일단 눕고 눈을 좀 부치고 보자.

 

8시에 일어나 만둣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한 그릇에 5위안이다. 할머니가 빚어준 만둣국이 입에 살살 녹는다. 그런데 중국 돈이 하나도 없다. 중국은행으로 가서 ATM에 시티 카드를 넣고 5000위안을 쳐 본다. 과연 돈이 나올까? 잠시 후에 메시지가 뜬다. 1회 한도 2500위안. 다시 카드를 넣고 2500위안을 치니 돈은 자르르하고 미끄러져 나온다. 세상 참 좋아졌어. 플라스틱 카드한 장이면 세계 어디서나 돈을 현금으로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중구 돈이 2500위안이 주머니에 들어가니 일단 부자가 된 기분이다. 자 이제부터 어메산을 오르자. 가서 보현보살님을 친견하자. 하얀 코끼리를 타고 부처의 오른쪽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보현보살. 중생의 목숨을 길게 하신다는 연명보살(延命菩薩)님을 뵈러가자.

 

어머니 같은 보현보살님. 어머니의 산 어메이산. 부처님을 예경하고, 찬탄하며, 고양을 올리고, 업장을 참회하고, 지은 공덕을 기뻐하고, 설법을 간청하고, 오래 머물기를 간청하며, 가르침을 따라 배우고, 중생의 듯을 따르며, 수행공덕을 모두 중생에게 돌리시는 보현보살님이시여! 님의 10대 행원은 이 땅에 정녕 남아 있나이까?

 

멀리운무에 서린 어메이 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아미파 무술의 본거지 어메이 산의 속살은 어떤 모습일까? 천천히 어메이 산으로 다가선다.

 

(중국 쓰촨성 어메이 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