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아미파 무술의 본거지 어메이 산

찰라777 2010. 4. 28. 12:56

  

 

촉국다선산, 아미막난필(蜀國多仙山, 峨嵋邈難匹)

(촉나라에는 신선이 사는 산이 많지만, 아미에 필적할만한 산은 없다)

 

일찍이 당나라 시인 이백은 아미산을 이렇게 극찬했다. 진나라이전부터, 아미산은 사람들에게 신선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청두에서 서남쪽으로 1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미산은 신선문화, 도교문화, 불교문화의 영향을 수천 년간 받아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아미파 무술은 소림의 선불(禪佛)무술, 무당의 도가무술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원숭이 동작을 모방한 아미파무술

 

 

 

어메이 산 동영상 ①

 

중국의 보타산, 구화산, 오대산과 함께 불교4대성지의 하나로 원숭이들이 많이 산다

 

 

아미무술의 기원은 은상조(기원전 1600년~1046년)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은상조 시기 이후 당, 송시기에 발전을 하여 아미무술의 독특한 기법과 풍격을 형성했으며, 청대에 이르러 권법 검술의 기술이 정립되었다고 한다.

 

아미산은 중국에서 원숭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아미산에 사는 승려들은 매일 좌선과 염불을 하며, 여유시간에는 물을 긷고, 먹을 것과 나무를 장만해야 하는데, 그들은 원숭이의 행동을 모방하여 간단한 무술로부터 지금의 아미파 무술로 발전시켰다.

 

보타산, 구화산, 오대산과 함께 4대 불교 성지의 명산으로 불리는 아미산은 험준한 산세, 풍부한 식물, 특이한 자연 현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강렬하고 신비한 불교문화와 아미무술문화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따라서 예로부터 강호 협객과 불교신도, 문인, 도인들이 차배를 해왔다.

 

하남성 소림사무술의 소림국제무술절대회, 호북성의 무당권 국제연합대회와 더불어 사천성의 국제러산아미조산회(國際樂山峨眉朝山會)가 명성을 날리고 있다. 아미무술은 현제 1093개의 맨손 초식, 518개 기계초식, 41상 연마초식, 276개의 수련방법과 14개의 격투기항목 등 20여종이 있다고 한다.

 

 -아미산 등산 지도. 수많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정상(3099)인 금정사까지는 왕복 150km로 약 3일정도 소요된다. 

 

 

<아미군지>에는 "구름의 아름다움이 비취와 같고, 검푸른 귀밑머리와 같으니 진정 미인의 이마와도 같아 가늘고 길며, 아름답고 아득하다"란 기록이 있다. 과연 아미산은 멀리서 바라보니 아름다운 여인의 속눈썹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해발 3099m의 아미산을 걸어서 등산을 하는 데는 최소한 3일을 잡아야 한다. 결코 쉬운 등반은 아니다. 아미산은 올라가는 코스보다 내려오면서 보는 경치가 더 아름답다고 한다. 아미산의 일반적인 등산코스는 다음과 같다.

 

▲투어리스트 센터(입구) -보국사-15km-만년사-15km-식삼소-5.5km-초전-3.5km-금정사-9km-식삼소-7km-선봉사-6km-홍춘평-6km-청음각-9.5km-복호사-1km-보국사(지도 참조)

 

이 거리는 무려 77km가 넘는다. 왕복거리 150km를 걷는다는 것은 초인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는 아미산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첫날은 버스로 만년사까지 같다가 보국사로 내려온다. 둘째 날은 다시 버스로 뇌동평까지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사에 오르기로 했다.

 

 

 

-만년사로 가는 케이블카 시발점. 동일한 모형 동일한 물건을 진열한 상점이 이채롭다. 

 

 

오전 10시, 보국사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만년사로 가는 데 중국특유의 붉은 깃발들이 수없이 걸려있다. 만년사 입구에서는 케이블카를 탄다. 발아래 울창한 숲이 울울창창하다. 숲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만년사에 도착하니 많은 참배객들이 벌서 와 있다. 만년사는 아미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동진말기 고승 혜지(慧持)에 의해 창건되어 16세기에 화재로 손실 된 것을 명나라 황제 만력제가 새로 지으며 당초 이름인 보현사를 '성수만년사(聖壽萬年寺)''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만년사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아미산의 주존불인 보현보살상이다. 10세기에 주조된 보현보살은 62톤의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높이 8.5미터의 보현보살은 6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있다. 코끼리 등을 쓰다듬으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어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지느라 정신이 없다. 이 동상은 사리탑이 모셔진 무량전에 모셔져 있는데 1945년 절에 불이 났을 때 손상되지 않는 유일한 건물이라는 것.

 

 

만년사의 보현보살

 

 

10개의 얼굴을 하고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는 보현보살 상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보살

 

 

 

대웅보전과 관음전, 미륵보전도 웅장하다. 절의 뜰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역사를 말해주고 있고, 10개의 얼굴을 가진 보현보살이 중생을 굽어보고 있다. 보현보살의 얼굴이 10개인 것은 시방세계의 중생을 두루 보살펴 주는 형상이라고 한다. 보현보살은 하얀 코끼리를 타고 부처의 오른쪽에서 보필하는 보살들의 우두머리다.

 

보현보살님께 합장을 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우상에 절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생을 굽어 살피시는 보현보살의 십대행원 정신에 절을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도 보살의 지극한 보살핌이 있었지 않겠는가? 보살은 도처에 있다. 베트남에서부터 여기까지 무수한 보살들을 친견하고 왔지 않은가?  뜰에는 흰 고양이 한마리가 바위에 걸터 앉아 졸고 있다.

 

 

 

 

 

 

 

 

가부좌틀고 선정에 들다

 

연꽃처럼 생긴 삼나무에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다.

 

 

만년사에서 한때를 보내다가 걸어서 청음각으로 내려왔다. 티베트의 험한 길을 가려면 수시로 트레킹을 하며 다리와 고도적응을 해야 한다. 숲은 울창하고 이름 모를 꽃들과 동물들이 보인다. 모든 길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대신 관절이 시큰거린다. 도중에 의자처럼 생긴 삼나무에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기도 하며 천천히 숲길을 내려왔다.

 

청음각에 가까이 오니 계곡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흑룡강과 백룡강 두 개의 계곡이 합수하는 지점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한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지나라 어떤 시인은 세상의 어떤 악기로도 청음각의 선율을 따라올 수 없다고 노래했다.

 

 

청음각

 

흑룡강과 백룡강의 폭포와 계곡

 

 

 

 

청나라의 강희제의 친필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과일과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계곡은 깊고 푸르다. 폭포수가 세상 모든 찌꺼기를 씻어 내리듯 맑고 우람하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을 걷거나 혹은 들것을 타고 오르내린다. 계곡엔 아미산의 상징인 원숭이 동상이 있고, 그 옆에는 원숭이 인형을 팔고 있다. 다른 인형은 없고 모두가 원숭이 인형뿐이다. 아내는 원숭이 인형이 귀엽다고 가장 작은 것을 하나 사서 배낭에 매달았다.

 

도교사원인 순양전에 이르니 호랑이를 물리친 전설의 주인공 여동빈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여동빈은 당나라 때 실존했던 인물이다. 그는 남송, 원, 명, 청, 중화민국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세사살이에 간여를 했다고 한다. 이름은 여암(呂嵒). 자는 동빈, 호는 순양자(純陽子). 중국 신화에 나오는 도교의 8선(八仙)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학령(鶴嶺)에서 3종류의 공덕(功德)과 5등급의 혼백에 대해 설교했다.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여동빈의 동상. 순영전

 

 

예술작품에서는 마법의 칼과 채찍을 들고 있는 학자로 묘사된다. 그에 관한 많은 전설 가운데, 그가 정직한 노파를 위해 우물물을 술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과 가기(歌伎) 백모란의 방탕한 생활을 바꾸도록 3번씩이나 시도한 것 등의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여동빈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여동빈을 전설적인 실존 인물로 믿고 있다.

 

보국사에 이르니 어찌나 향불을 많이 피었던지 불이 난 것처럼 연기가 자욱하다. 보국사는 17세기에 강희제가 확장되었는데, 원래는 유불선 삼교의 신을 모두 모시는 회종당이었다고 한다. 그러나다 청나라 때 강희제가 나라의 은혜를 갚으라는 의미로 이름을 바꾸었다. 1930년대에는 충징에 머물렀던 장개석이 전란의 와중에 자주 찾아 기도를 했다고 한다. 보국사 정원에는 빨간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있다.

 

 

불이 난 것처럼 향불연기로 가득찬 보국사

 

 

 

오후 6시. 다시 Teddy Bear Cafe로 돌아왔다. 부근에 온천탕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100위안으로 무지 비싸다. 호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졸음이 온다. 호스텔의 벽에는 깨알 같은 낙서들이 벽을 꽉 메우고 있다. 도대체 왜 낙들을 하지? 잠을 청하는데 어제의 동숙자는 나가고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남자 여행자가 배낭을 메고 방으로 들어온다. 오늘밤의 또 다른 동숙자다. 내일은 아마산의 정상인 금정(金頂)을 가야 한다. 그에게 눈인사를 하고 눈을 감았다.

 

 

 

테디베어 호스텔 벽을 꽉메운 여행자들의 낙서. 도대체 왜 낙서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