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나쁜 삼촌은 좋은 삼촌이었다-쑹판

찰라777 2010. 6. 9. 10:20

문성공주와 나쁜 삼촌-쑹판

 

 

 ▲문성공주와 송첸감포

 

 

쑹판에 가면 제일먼저 눈에 띠는 것은 문성공주의 동상이다. 문성공주는 토번제국의 왕 송첸감포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성공주는 당 태종 이세민의 딸로 전해지고 있다. 이세민은 강력한 토번제국의 왕인 송첸감포와 화친을 맺기 위해 자신의 달인 문성공주를 송첸감포에게 시집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호동 교수는 그의 책 "황하에서 천산까지"에서 문성공주는 당 태종 이세민의 친딸이 아니라고 한다. 당나라 때에는 주변 이민족의 군주에게 공주를 부인으로 보내 우호관계를 맺는 일이 많았는데 이 때 시집가는 공주를 화번공주(和蕃公主) 라고 한다. 이는 오랑캐와 화친하기 위한 가짜 공주라는 것이었다.

 

또한 문성공주가 당나라에 와서 혼인한 사람은 송첸감포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었으며, 그가 643년에 사망하자 공주는 남편을 추모하기 위해 당나라에 불상을 부탁하여 646년 이 불상이 도착하자 라모체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송첸감포는 며느리였던 문성공주를 자기 부인으로 맞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어찌하여 쑹판에 문성공주와 송첸감포의 동상을 세워 놓았을까? 티베트를 점령하여 속국으로 만들어 놓고도 역사적으로 열세에 몰려 공주까지 티베트의 왕에게 비친 치욕의 상징을 이곳 쑹판에 세워놓은 것은 매우 아니러니 한 일이다. 그것은 중국이 소수민족을 티베트 족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티베트인 장족들이 살고 있다. 소수미족을 다스리는 중국정부의 정치적인 계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강성한 티베트와 화친을 맺기 위해 송첸감포에게 시집을 보낸 당 태종 이세민의 딸 문성공주와 송첸감포 

 

 

 

 

 

 

 

나쁜 삼촌은 좋은 삼촌이었다

 

 

쑹판에 도착을 하니 오후 5시 30분이다. 버스에서 내려 우선 나쁜 삼촌 집으로 찾아갔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오지에 <나쁜 삼촌>이란 한국어 간판을 달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쁜 삼촌이란 사람이 나타났다. 나쁜 삼촌은 매우 친절했다. 그는 좋은 삼촌이다. 우리처럼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단 둘이서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하면서 환대를 해주었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피로가 풀린다.

 

"쑹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선 숙소를 정하시고 인력거를 타고 쑹판을 한 번 돌아보시지요."

"아하 그게 좋겠군요. 숙소는 어디가 좋지요? 그리고 저녁식사는 이곳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요."

"숙소는 이 앞에 지아팅빈관(家庭賓館)을 소개해 드릴게요. 썩 좋지는 않지만 싼 가격으로 하루 밤 잘만합니다. 시내를 돌아보고 오시면 식사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나쁜 삼촌이 소개해준 자오팅빈관에 배낭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니 인력거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력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데 10위안이라고 했다. 우리는 인력거를 탔다. 자전거에 수례를 단 인력거다. 인력거를 끄는 청년은 매우 친절했다. 이도 나쁜 삼촌이 소개를 해주었기에 그런지 모르겠다.

 

 

 

 

 

▲평화로운 쑹판의 5월  풍경

 

 

쑹판은 해발 2000m 지대로 해발 3000~4000m지대의 황룡보다는 숨쉬기가 훨씬 부드럽다. 거기에다가 자전거가 끄는 수례를 타니 마음도 편해지고 느긋해진다. 그 어떤 택시를 타는 것보다도 마음이 편하다. 도대체 여행 중에 이런 느긋함을 느껴보는 것은 피로회복에 좋은 것이다.

 

숭판은 승마트레킹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말 트레킹은 3일에서 15일까지 다양하다. 말을 타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침엽수림에서 야영을 하며 별을 새는 재미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 양을 한 마리 잡아 구어 먹는 맛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나쁜 삼촌의 말). 그러나 우리는 갈 길이 멀어 말을 탈시간은 없다. 말을 타는 대신 이 인력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인력거를 타고 가다가 가장 독특하게 눈에 띠는 것은 역시 문성공주와 송첸감보의 동상이다. 송첸감포는 토번제국(티베트의 전신)의 32대 왕으로 세력을 크게 떨친 왕이다. 토번제국의 송첸감포는 캐시미르, 중국신장, 부탄, 시킴, 네팔, 깐쑤성까지 세력을 확장하여 번성한 강력한 티베트의 군주다.

 

송첸감포는 중원의 당나라와 군사적으로 충돌하여 기원 637년에서 645년 사이에 당 왕조의 주둔군을 격파하여 송주(松州, 지금의 쑹판)에 20만 대군을 주둔시키고 깐쑤와 닝샤, 산시일대, 그리고 남으로는 쓰촨성 청두까지 티베트에 복속시켰다. 당시 당태종은 송첸감포에게 문성공주를 시집보내 송첸감포의 비위를 맞추어 회유하였다고 한다. 하여간 쑹판성 앞에는 그 송첸감포와 문성공주의 동상이 다정하게 서 있다.

 

 

▲쑹판성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장족 어린이들

 

 

인력거로 돌아본 쑹판 시내는 조용하다. 성위로 올라가니 장족 어린이 두 명이 책가방을 내려놓고 제단을 책상삼아 공부를 하고 있다. 두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깃발이 펄럭이는 쑹판성은 평화롭다. 시내투어에서 나쁜 삼촌 집으로 돌아오니 그가 구수한 김치찌개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어느 날 머리도 식힐 겸 쓰촨성으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곳이 맘이 들어 머물게 되었다는 것.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현지에 머문 사람들을 여러 사람 만났다. 남미 라파스의 최부인, 앙코르왓의 김씨, 칠레 산티아고의 김 사장, 윈난성 다리의 다리 문 등… 수도 없이 많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이다.

 

나쁜 삼촌은 이곳에 머물다가 싫증이 나면 다른 곳으로 지구촌의 옮길 예정이란다. 그는 말을 타러 쑹판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말과 음식을 제공해주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나쁜 삼촌 집에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그동안 찍은 사진도 CD로 구웠다. 나쁜 삼촌은 좋은 삼촌이다. 문성공주와 나쁜 삼촌은 사실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성공주를 생각하면 나쁜 삼촌이 떠오르고, 나쁜 삼촌을 생각하면 왠지 문성공주가 떠오른다. 환번공주로 티베트로 시집을 간 공주와 여행중에 쑹판이 좋아 주저 앉았다는 나쁜 삼촌. 그것은 분명 여행중에 만난 좋은 추억의 하나이다. 

(쓰촨성 쑹판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