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초원의 순례자들-구두를 닦는 도인들

찰라777 2010. 7. 2. 10:31

초원의 순례자들 

 

 

 

 

 ▲오체투지를 하며 곰파로 향하는 티베트 순례자들

 

 

 

쪼이거에 도착하니 더 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마을 뒤에 있는 곰파로 향하고 있었다. 쪼이거의 중국식 이름은 뤄얼가이 이지만 이 곳에 사는 티베트 인들은 여전히 티베트어 이름인 쪼이거라고 부른다.

 

 

우리는 구채구에서 베라가 그토록 가지 말라고 했던 리위안 빈관에 숙소를 잡고 말았다. 쪼이거에서 가장 근사한 숙소는 그래도 마을 중앙에 위치한 리위안 빈관이다. 독일과 호주에서 온 서양인들도 모두 이 게스트 하우스에 숙소를 정했고, 일본인 한 여행자도 함께 머물게 되었다. 베라가 이야기 한대로 숙소에는 트럭 운전사들이 많이 머물고 있었다. 

 

 

 ▲베라가 가지말라고 했던 리위안 빈관. 겉은 번지르르한데 화장싱에 물도 안나온다.

 

 

 

질척거리는 초원을 달려오면서 우리는 어느새 일행이 되어 있었다. 특히 독일에서 온 피터는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여서 친근감이 더 갔다. 방은 다른 곳보다 좀 깨끗했지만 샤워실과 화장실에는 물이 재대로 나오지 않아 샤워는 물론 냄새가 진동했다.

 

 

쓰촨성 서부를 여행하려면 각오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고지대에 있는 숙소들은 화장실은 항상 냄새로 진동했으며 물은 귀했다. 내일 아침 랑무쓰로 가는 버스표를 사놓고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여전히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 순례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띠었다.

 

"여보, 저기 구두를 닦는 데가 있군요."

"그렇군. 이 진흙 구두를 닦을 필요가 있어."

       

   ▲구두를 닦는 도인들에게 진흙탕 먼지를 뒤집어 쓴 신발을 닦았다.  그 옆에는 티베트인 남녀노소가 당구를 치고 있다.

 

  

거리에는 진흙탕 길을 온 여행자들을 위한 것인지 구두를 닦는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여행자들의 구두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아내와 나도 진흙으로 범벅이 된 구두를 닦았다. 구두를 닦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닦기 삼매에 젖어 있는 그들이 마치 도인처럼 보였다.

 

우리를 티베트 라사까지 데려다 줄 발이 아닌가? 그러니 신발을 소중히 모셔야 한다. 이 신발은 2003년 세계 일주를 하던 중 신고 있던 신발이 헤져서 스웨덴의 키루나에서 샀던 이태리제 가죽 신발이었다.

 

마법의 손으로 닦아낸 구두는 오랜만에 광이 버쩍버쩍 났다. 구들을 닦는 도사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수고료를 드렸다. 고맙소, 구도 닦는 도인들이여!

 

 

구두를 닦는 옆 광장에는 티베트인 들이 남녀노소 어울려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 티베트인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남녀가 함께 어느 장소에서든지 댄스를 하고, 당구를 치기도 한다.

  

  

 ▲소박한 미소를 짓는 티베트인 가족 순례자들

 

 

 

 ▲온가족이 함께 순례의 길을 가는 티베트 인들이 많았다.   그들의 순박한 미소가 부처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당구치는 것을 구경하다가 순례자들을 따라 곰파로 갔다. 남녀노소 온가족이 함께 오체투지를 하며 사원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온 몸에 진흙과 먼지를 뒤집어 쓴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처절할 정도인데,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누더기를 걸치고 손에는 나무로 된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 장갑을 바닥에 쭉 밀면서 온몸을 땅에 투지하며 절을 하는 것이다.

 

 

눈이 마주치면 모두 싱긋 미소를 지었으며, 부담이 없는 행복하고 소박한 모습이었다. 아내는 어린이 순례자들에게 배낭에서 빵을 꺼내 주고, 그들의 목에 볼펜을 걸어 주었다. 아이들은 그저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사원의 뜰에서 텐트를 치고 기도를 하는 순례객들

 

 

 

마을 북쪽에 있는 곰파에 다다르니 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로 사월을 돌고 있었다. 곰파 앞에는 작은 텐트를 쳐 놓고 숙식을 하는 순례자들도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 오는 시점인지라 순례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순례자들은 사원 둘레에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바코르를 돌기도 하고, 혹은 오체투지를 하며 끊임없이 사원을 돌고 돌았다. 우리는 워낙 고지대여서 절대로 빨리 걸어갈 수가 없었다. 천천히 마니차를 돌리며 그들을 따라갔다.  사원 뒤에 언덕에 이르니 멀리 초원이 까마득히 보였다. 순례자들은 언덕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리빵을 먹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순례자가 되어 있었다. 가짜 순례자. 그러나 이 순간 만큼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순수해진다.

 

 

 

초원의 순례자

 

 

순례자들이 초원을 간다

오체투지 온몸으로

땅을 버티고 간다

 

순례자들이 지구를 들고 간다.

 

땅과 몸이 하나가 된 순례자들은

만다라 미소꽃을 피운다

 

순수한 미소는

부처의 미소다

 

미소 짓는 순례자들이

지구를 들고 간다.

쪼이거에 오면 모두가 순례자가 되고 만다

 

 

오, 초원이 순례자들이여!

 

(쪼이거에서 찰라 합장)